연간 업적 보고서 작성에 대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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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름 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은 새 학년에 잘 적응해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고, 매일 아침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건강식품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서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아직 조용한 캠퍼스의 푸르른 풍경은 크나큰 내 연구실 창으로 가득 들어오고, 친한 동료 몇이 출근해서 함께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즐거운 수다를 나누기도 한다.

너무 적막하다 싶을 때는 컴퓨터로 가벼운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커피나 차를 내려서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완벽한 업무 환경이 주어졌는데…

저녁 6시 30분 까지라는, 작년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덩어리 시간이 주어졌는데…

(작년보다 한 시간 30분을 더 일 할 수 있다!)

 

참, 그러고보면 아침에 출근하는 발길도 무척 가벼워진 것이, 둘리양을 어린이집에 데리고 가서,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아이를 드랍했다는 서류에 싸인을 하고, 아이 손을 씻기고, 아이의 기분을 살펴가며 친구들과 놀도록 잘 달래어놓고, 다시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 이미 하루가 절반쯤 지나가버린 듯한 피로감이 몰려왔었지만, 이제는 집 앞에서 아이 둘을 버스에 태워보내고 바로 출근하니 아침의 부담과 피로감이 전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이상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고작 이따위 연간 업적 보고서 나부랭이를 붙잡고 이 소중한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 학기 새로이 시도하는 과목의 과제물을 더욱 더 보강하고 싶고, 새로 바뀐 교과서 내용에 맞추어 강의 자료를 더 준비하고 싶고, 10년 전에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과목의 내용을 더 공부하고 싶고, 또 다음 주에 오시는 비지팅 선생님과 진행할 공동 연구에 대해서 구상하고 싶은데…

그런 일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고 한 시간이 아깝도록 시간이 흘러가는데…

 

정작 그런 하고싶은 일은 건들지도 못하고, 지난 한 해 내가 이루어낸 일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문서로 편집하고, 증빙 서류를 찾아내서 스캔해서 올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자니 짜증이 나려고 한다.

 

이렇게 열심히 보고서를 써내면 학과장이 읽고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에 따라서 주정부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연봉을 올려주는데, 그나마도 지난 몇 년간 주정부 예산이 부족해서 동결되어 왔다.

사실 연봉을 올려준대봤자 몇 퍼센트 안되는 돈에서 세금 공제하고 다달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몇 만 원 밖에 안된다.

그 푼돈을 보고서 점수 차이에 따라 차등 지급해서 받으면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의 한 달 월급은 몇 천원 차이가 될까?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그 몇 천원, 아니 몇 만원을 내고 이 보고서 작성을 안했으면 좋겠다 🙂

 

이런 심정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서 옆 방의 데비와 간간이 "네 보고서 작성은 어떻게 되어가니?" 하고 서로 물어볼 때마다, 서로의 스트레스를 하소연 하고 있다.

 

내가 이런 심정일 때, 사십 여명 가까이 되는 교수들의 보고서를 일일이 읽고 평가해야 하는 학과장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그녀라고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닐게다.

학교 규정상 해야 하는 일이니 억지로 하겠지…

 

모두가 하기 싫은 일을 모두가 억지로 하고 있는 요즘 직장 분위기이다.

잘되든 못되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8월 22일까지 제출하고 나면 끝이다.

힘을 내자!

 

아우….

하기 싫어라…

 

 

2017년 8월 15일

 

어, 그러고보니 광복절이네?

어제 한국에서 거행된 광복절 기념식을 유튜브로 보다가 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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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학교 후배

저희도 바로 같은 이유로 과 회의에서 과연 보고서 작성이 무슨 의미가 있나 토의했었어요. 점수 주는 것도, 다른 과는 그런 이유로 아예 모두 만점을 주기도 한대요. 저도 고용된 이후로 점수에 따른 퍼센트로 연봉 인상을 받아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5월에 보고서 쓸 때는 계속 간단히 쓰자 간단히 쓰자 하면서도 맘은 그렇게 안 되더라구요.

소년공원

저희는 그 반대로 학과장의 평가가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말이 몇 년째 나와서 – 그것과 관련된 일로 원로 교수 한 분이 퇴직하기도 했고 작년에 외부에서 새로 학과장을 선발해서 모셔오는 일이 있기까지했어요 – 아주 꼼꼼하고 세세한 평가 기준을 세웠는데, 거기에 맞추어 보고서를 쓰자니 대충 할 수도 없고 더 귀찮아졌어요.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이제 승진을 할만큼 다 했으니 평가 결과가 좋으나 나쁘나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

제니 님, 아이가 많이 컸죠?

J

저희는 점수는 과 위원회가 하고 (1년마다 위원들은 바뀌구요) 학과장은 코멘트 달아주거든요. 그래서 평가 자체에 불만은 크게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정교수로 승진하셨으니 상관은 없다는 게 엄청나게 부러워요! ㅎㅎㅎ

 

아이는 12월이면 3살 되구요, 벌써 4-5세용 옷이 딱 맞는 큰 아이로 자라고 있답니다. 새학기 즐겁게 보내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