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년도에 우리 유아교육 유아특수교육 프로그램은 격주로 회의를 하게 되었다.
한 번은 금요일, 또 다른 한 번은 목요일, 그렇게 한 달에 두 번을 만나기로 정했는데, 초등교육 프로그램과 공동 실습 등을 준비하고 또 우리 프로그램 내에 새로운 옵션을 개설하는 이유 등으로 한 달에 두 번 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다.
오늘은 이 달의 목요일로 정해진 회의가 있는 날인데, 어제 저녁에 퇴근하면서 케티에게 "내일 미팅에서 만나자" 하고 인사했더니 "그래, 그럼 네가 핏자 사오는거지?" 사고 농담을 던졌다.
금요일의 미팅은 오후 시간이지만 목요일은 세 사람이 공통으로 비는 시간을 찾다보니 점심 시간이 낀 열두 시부터 두 시 까지로 스케줄이 잡혔기 때문이다.
둘 다 아하하 웃으며 농담을 끝나고 헤어졌지만, 퇴근하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로 내가 밥을 한 번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우리 세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빨리 승진을 했고 그래서 월급도 조금 올랐으니 밥을 한 번 쯤 살 형편이 되고, 또 이렇게 내가 자리잡기 까지는 섀련과 케티 두 동료들의 도움과 응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시간 미팅 시간도 모자랄 만큼 의논할 안건이 많은데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지라,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로서리 가게에서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구입했다.
갖가지 맛의 치킨과 감자 샐러드, 콩요리, 과일과 견과류, 후식으로 롤케익까지 사니, 그나마 풀코스 요리가 되었다 🙂
음료는 동료들이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한 팩씩 사서 한 병은 식사할 때 마시고 나머지는 선물로 나눠주기로 했다.
케티는 다이어트 닥터 페퍼를 좋아하고, 섀런은 다이어트 코크를 마시는데…
아침 출근 길에 급하게 장을 보느라 눈과 손이 엇갈렸는지 다이어트 펩시를 사고 말았다!
미국 사람들은 – 일반화 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런 사람이 섀런만은 아닌 걸 많이 봤으므로 – 코크냐 펩시냐를 따지며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 아닌 것은 절대 안마시는 습성이 있다.
섀런은 다이어트 펩시는 마음으로만 받겠다며 여섯 병 짜리 팩을 내게 돌려주었다.
코크나 펩시나 내 입맛에는 다 똑같더만…
그냥 마셔도 될 것 같구만…
ㅎㅎㅎ
음식과 음료에다 일회용 접시와 포크까지 구입했는데 50달러가 나왔다.
레스토랑에 가서 세 사람이 식사를 사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값을 내고도, 남은 음식과 음료는 내가 두고두고 먹고 마실 수 있고, 회의 시간 동안 배고프지 않고 분위기가 좋았으니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였다.
2017년 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