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레오 리오니의 동화 프레드릭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름날, 추운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곡식을 모으며 일하는 가족들 옆에서 프레드릭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은 안하고 눈을 감고 게으름을 부리는 듯 하다.
“야, 너는 일 안하고 뭐해?”
하고 묻는 가족들에게
“난 지금 햇빛을 모으고 있어” 라거나,
“나는 지금 색깔을 모으는 중이야” 하는 등의 뜬금없고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할 뿐이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고 생쥐 가족은 식량을 숨겨둔 동굴 속에서 겨울을 나는데, 아직 겨울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모아둔 식량은 동이 나고 말았다.
“이봐, 프레드릭! 네가 모았다던 그걸 좀 꺼내봐”
하고 가족들이 요청하자 프레드릭을 모두에게 눈을 감으라고 말한 뒤, 따뜻하고 눈부신 햇빛을 설명하고, 알록달록 봄과 여름과 가을의 색깔을 묘사하고, 계절의 흐름과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시를들려준다.
그래서 춥고 배고프고 우울했던 생쥐 가족은 희망을 품고 새 봄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한여름에 놀고 먹던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먹고 사는 일차원적인 문제를 초월해서 정신적인 만족, 예술, 문학, 철학을 추구하던 것이 바로 프레드릭이었다.
이 이야기는 1967년에 처음 출판되었는데, 그 당시 – 지금 읽어봐도 그렇지만 –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이야기였을지 생각해보니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뜬금없이 프레드릭 이야기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은 어제 일요일 낮의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과 뒷마당의 낙엽을 긁어모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네를 밀어주러 나갔다가 낙엽을 모아서 그 위에서 점프하고 뒹굴며 놀자는 아이들의 요청에, 남편의 마당일도 도울 겸 해서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낙엽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긁어모은 낙엽을 담으려고 아코디언 식으로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비닐 드럼통을 가지러 가보니, 어른의 허벅지 높이나 되는 깊은 통 안에 내 엄지 보다 작은 생쥐 한 마리가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
처음에는 하얗고 갈색인 털과 까만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서 이웃이 기르는 햄스터가 가출이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러나 자기 몸통만큼 기다란 꼬리를 보니 틀림없는 야생의 생쥐였다.
아이들의 성화로 일단 상자 안에 넣고 헌 셔츠를 깔아주고 빵 부스러기와 과일 조각과 물을 넣어주었다.
야행성 동물이라 어제 저녁에는 아이들이 구경하기 좋을 만큼 활발하던 녀석이 오늘 아침에는 병든 닭처럼 잠만 자고 있다.
미키 마우스 라고 이름지어주고 앞으로 오래도록 같이 살기를 꿈꾸는 아이들…
이 녀석을 본 한명숙 선생님이 프레드릭 동화책 이야기를 해주셔서 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이다.
2017년 10월 16일
흐흐흐, 저희도 몇 달 전에 프레드릭 읽다가 남편이 이런 자세로는 사회에서 못 살아남는다고 한 말이 기억나요. 예술의 힘으로 사는 저는 반대의 생각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