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위한 변명: 컴퓨터 많이 본다고 꼭 나쁜 건 아니다

 313 total views,  1 views today

평소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많은지라 가끔씩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인터넷 노출 – 특히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싸이트 – 을 조심시키자는 글이 올라온다.

유튜브 싸이트는 누구나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무료로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동영상에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동영상을 바로바로 볼 수 있도록 "채널을 구독" 하는 기능도 있다.

동영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 부적절한 동영상을 보는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조심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그런 글에 주루룩 달리는 댓글의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보게 허락하는 것 자체가 아주 몰지각하고 무분별 무책임한 부모행동이라는 쪽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뭐가 좀 좋다고 하면 우르르 달려가고, 뭐가 나쁘다는 소식이 들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장 때려치우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사회과학을 공부해보니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항상 나쁘거나, 모든 사례에 다 적용될 만큼 언제나 옳은 일이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고 상황에 따라 같은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도 달라져야 할 때가 있다.

유튜브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집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티비 시청이나 컴퓨터 아이패드로 하는 놀이를 자유롭게 허용해왔다.

코난군이 학교 숙제를 미루고 전자기기 놀이를 하려고 했을 때는 써클 이라는 제어장치를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circle.jpg

 

써클 이라는 제품은 컴퓨터,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의 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장치인데, 사용자가 정하기에 따라 사용 가능 시간을 정할 수도 있고 한 사람당 허용하는 시간을 정할 수도 있어서, 코난군은 주중에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저절로 사용하던 컴퓨터나 애플티비로 시청하던 넷플릭스가 중지한다.

좋아하는 로블럭스 게임도 하루에 두 시간을 초과하면 더이상 게임이 안되게 되어있다.

부모가 "이제 그만 놀아" 하고 말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저항하던 아이들이, 기계장치로 정해진 시간이 되면 멈추게 하니 이성적으로 수긍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시계를 봐가며 놀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회사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유튜브 키즈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페이지에서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성인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어서 둘리양이 마음껏 방문하도록 허락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코난군은 유튜브 키즈 말고 정식 유튜브 페이지를 이용하는데, 아직은 성인물에 관심이 없는 나이이기도 하고, 또 부모가 수시로 코난군이 보는 페이지를 함께 들여다보며 폭력적인 장면을 자주 보게 되면 무심코 따라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주의를 주고 있다.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보고 얻는 지식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방대해서, 가끔은 부모를 놀래킨다.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를 빨리 말리려면 얼음물에 손가락을 담근다든지, 태양계의 행성 이름을 순서대로 말한다든지, 명왕성은 최근에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든지, 골든리트리버와 푸들의 혼종 강아지를 골든두들이라 부른다든지…

하는 것을 아직 어린 둘리양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은 유튜브에서이다.

어느날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는지 난데없이 캔버스를 사달라고 졸랐다.

 

12.jpg

 

둘리양 덕분에 캔버스의 용도와 가격에 대해 검색해보니 아크릴 물감도 사주어야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jpg

 

캔버스 열 두 장과 아크릴 물감 한 셋트를 아마존 닷 컴 온라인 마켓에서 사주니 30여 달러가 들었다.

하루에 한 장씩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고, 완성된 작품은 집안에 전시해두니 보기에 좋고, 따로 미술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다양한 미술 재료를 사용하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 되는 등 아주 많은 잇점이 있다.

 

15.jpg

 

14.jpg

 

13.jpg

 

코난군은 어느날 유튜브에서 포켓몬이 들어있는 포케볼을 취미로 직접 만드는 사람의 동영상을 보더니 자기도 만들고 싶다며 아빠와 열심히 무언가를 의논을 했다.

그리고 남편이 3D 프린터로 이런 조각들을 출력해냈다.

 

20.jpg

 

적절히 조립하니 정말로 포켓몬 만화에서 뚝 따들고 나온 것 같아보이는 포케볼이 완성되었다.

두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놀기도 하고, 친한 친구의 생일 파티에 선물로 들고 가니 선물값을 절약하는 동시에, 아빠 솜씨 자랑도 하는 이득이 생겼다.

 

22.jpg

 

21.jpg

 

요즘 코난군은 포켓몬에 푹 빠져서 애플티비 넷플릭스로 포켓몬 영화를 보고, 인터넷 검색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내고, 친구들과 포켓몬 카드를 서로 교환하며 논다.

내게도 마침내 임무가 떨어져서 곰돌이 모양으로 생긴 포켓몬 인형을 만들어 주어야만 했다.

 

19.jpg

 

18.jpg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단속하고 티비나 컴퓨터 게임, 인터넷 접속 등을 최대한 제한하는 부모들이 보기에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게으른 이유도 있고, 우리 아이들이 원래 조심성과 계획성이 많아서 원하는대로 들어주는 것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덕분에, 우리 가족은 지금껏 별 탈 없이 잘 지내왔다.

 

23.jpg

 

지난 번 학년 중간 성적표를 받아왔는데 두 아이 모두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최근에는 둘리양 마저 오빠의 뒤를 이어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발되기까지 했으니, 우리 부부의 교육 방식이 우리 아이들의 성향과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티비 컴퓨터 유튜브 많이 본다고 꼭 나쁜 건 아니다!

 

 

 

2018년 1월 28일

Related Posts

Subscribe
Notify of
guest
3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이슬

ㅋㅋㅋ 맞아요, 저희 집에서도 산이가 이런저런 잡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데는 유투브의 공이 커요. 그뿐인가요. 길고 추운 겨울, 저녁마다 이런저런 노래를 틀어놓고 세 식구가 댄스파뤼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유튜브 덕이죠 ㅋㅋ 저희는 매일 저녁 한 시간 정도 볼 수 있게 해 주는데, 관심사에 따라 찾는 내용물이 달라지니 신기하더라고요. 영양가 전혀 없는 영상물에 중독되도록 방치하는 게 아니라면 나쁠 거 없다고 봐요. 한국어로 된 어린이 영상물 중에는 성차별적 내용, 쓸데없이 대놓고 가르치기만 하는 내용이 많아서 영 마음에 드는 게 없다는 게 문제인데, 그런 이유로 한국어로 된 건 아예 잘 찾아주질 않으니 한국어보단 영어 어휘가 훨씬 많이, 빨리 늘더라고요. 가뜩이나 한국어로 된 그림책도 집에 몇 권 없고 해서 요즘은 이게 고민이네요..  

소년공원

제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아이가 영어를 많이 배워가면서 한국어는 점점 실력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시게 될 거예요. 아무리 집에서 부모가 한국말을 써도, 학교에서, 오가는 길거리, 티비에서 나오는 말, 책, 친구와 이야기, 마트 계산대… 등등 온통 영어 환경이니까요.

저역시 아이들의 한국어 습득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내가 무언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도 했었어요.

최근에 비지팅 스칼러로 오신 공주 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님께 한국어 지도를 받고 있는 덕분에 한국말이 많이 늘고 있어서 다행이죠.

산이가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 하게 되는 날이 곧 올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고민마시고 지금처럼 꾸준히 집에서만이라도 한국어를 듣도록 해주세요.

단, 집에서 엄마 아빠한테는 꼭 한국말만 써야 한다! 하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면 아이가 오히려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고, 또 어느 정도는 부모가 영어 어휘력이나 표현력 같은 것도 신경써서 도와주어야 초등학교 수업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어도 – 그래서 얼핏 원어민 발음으로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 학교 언어 수업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이 많아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다 잡겠다는 욕심이죠…

아마도 저희 아이들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결과물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히면 조금 더 상세하게 여기에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이슬

산이는 이미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해요. 집에서 놀 때도 영어 한국어 비율이 50:50 정도 되는 것 같고요. 저희 부부는 당연히 집에선 한국어를 쓰는데, 아이에게 강요한 적은 없어요. 당연히, 위에 말씀해주신대로, 강요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얘랑 놀다 보면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워낙 자연스럽게 영어-한국어 전환이 가능하다보니, 넋놓고 애랑 놀다 보면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굳이 따져보기도 전에 애가 발화하는 언어로 받아치게 되더라고요. 특히 요즘은 프리텐드를 어마어마하게 즐겨 하는데, 이 때 쓰이는 언어는 대부분 영어예요. 한국어로는 그렇게 직관적으로 이런저런 묘사를 하기가 어려운가보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제 생각에는, 평소 접하는 영상물의 언어가 영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페파피그네 벤앤홀리스 리틀 킹덤이네 하는거 보면서 거기서 본 장면들을 모사해내는 게 프리텐드/드라마틱 플레이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인거죠. 그러다보니 ‘아..이거 한국어로도 영상물/책을 접하게 해줘야 하는데 너무 못하고 있나..’ 싶은거예요. 영상물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런저런 맘에 들지 않는 요소들이 많아서 한국어 영상물을 일부러 안 보여주게 되고..책은 정말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것도 같은 이유에서인데, 주변 한국인들이 판다고 내놓는 책들은 왜들 모두 전집류 혹은 명작동화/전래동화류인지요..가격이 싸지도 않아요 ㅠㅠ; 그래서 요즘은 거의 그냥 반 포기하고 살아요. 남편이 직장을 잡고 이주를 한 뒤에야 뭐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