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이 꼭 안고 있는 강아지 봉제 인형이 맥스이다.
맥스는 5년 전에도 우리집에 왔던 적이 있는, 윌리스 선생님의 킨더가든 학급의 동물이다.
매 주말마다 한 학생의 집을 방문해서 그 아이와 주말을 보낸 이야기를 맥스의 일기에 적어 월요일 아침에 반 아이들 모두에게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
지난 반년 동안 맥스가 친구들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으며 둘리양은 언제쯤이면 우리집으로 맥스가 올 차례일지 손꼽아 기다렸는데 지난 금요일에 마침내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마침 내 생일 다음 날이라 일본식 철판구이 식당에 가기로 한 날이어서, 맥스도 철판 위에서 벌어지는 불쑈를 감상했다.
집에 와서는 맥스에게 우리집 곳곳을 보여주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둘리양은 아직도 엄마 아빠와 함께 안방에서 자는데, 반 친구들에게 알리기에는 부끄러운 줄 알긴 아는지, 자기방 침대에서 자는 것처럼 위장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발레 클래스에 가는 날인데 맥스도 데리고 가서 발레 학원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날 나는 남자 아이들을 운동 클래스에 데리고 가느라 둘리양 발레 클래스는 송이씨가 데리고 가주었는데, 내가 부탁을 해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월요일 아침에 학교로 돌아갔어야 하지만, 이 날은 대통령의 날 이어서 초중고등학교가 쉬는 휴일이었다.
대학교나 다른 관공서는 평소대로 운영하기 때문에 나는 두 아이들과 맥스까지 데리고 출근해야만 했다.
엄마 연구실 앞에서도 맥스와 사진을 찍고, 점심 시간에 대학 식당에 가서도 맥스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그동안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서 맥스의 일기장에 붙이고 글도 썼다.
그 동안 맥스가 방문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니 직접 그림을 그린 아이들도 있었고…
우리처럼 사진을 찍어서 오려 붙인 아이들도 있었다.
비록 일기를 쓰는 것은 둘리양이지만, 맥스의 싯점에서 이야기를 쓰도록 했더니 1인칭 시점으로 잘 썼다.
맥스가 윌리스 선생님 반 아이들 집을 다닌지 십 년은 훌쩍 넘었을테니 (5년전에 코난군을 따라 우리집에 왔을 때에도 많이 낡은 상태였다), 그리고 아이들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니 맥스의 상태가 그닥 좋지 못해서 몇 군데 구멍이 나있었다.
그런 맥스를 바느질로 고쳐주었더니 둘리양이 그 이야기도 맥스의 일기에 썼다 🙂
오늘 맥스를 반납하고 하교한 둘리양에게 물어보니 네 페이지나 되는 맥스의 일기를 윌리스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셨다고 한다.
맥스 안녕~
2018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