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주의 수도는 가장 큰 도시인 앵커리지나 두번 째 큰 도시인 페어뱅크스가 아니라, 주노 이다.
인구 수나 도시의 규모로는 세 번째 도시이지만 미국 본토와 가장 가깝고 날씨도 비교적 온화해서그렇게 정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주노는 알래스카 주의 다른 많은 도시들이 그러하듯, 육로로 들어갈 수 없는 도시이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주노 시에서 가장 큰 도로는 – 서울로 치면 올림픽 대로 처럼 도시를 관통하는 큰 도로이다 – 양쪽 끝이 막혀 있어서, 양 방향으로 한 시간쯤 운전해서 가다보면 도로가 끝! 하는 표지판과 함께 더이상 운전해서 나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참 흥미로운 풍경일 것 같았다.
디즈니 크루즈 여정의 다음 일정은 그런 흥미로운 도시 주노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배에서 내려 관광버스를 타고 운전사겸 가이드 처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도착한 곳은 연어알 부화장이었다.
연어 양식장을 생각하고 방문했지만 시설을 돌아보며 설명을 들으니, 연어를 성체가 될 때 까지 가두어놓고 키우는 양식장이 아니고, 산란을 도운 후 치어 상태에서 성체가 될 때 까지만 보호하고 있다가 다시 풀어주어서 다음해에 다시 돌아오는 연어를 잡는 그런 방식이었다.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났던 고향의 민물로 돌아오는 연어는 그 과정에서 곰에게 먹히기도 하고, 그래서 알을 낳지 못하거나, 알에서 깨어난 치어도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죽고 생존율이 높지 못한데, 그 과정을 인간이 개입해서 도와주는 곳이었다.
연어 양식장이라기 보다는 연어 부화장이라고 불러야 맞는 것 같다.
연어는 그 크기가 내 허벅지 만큼이나 크고 두꺼운데 힘도 좋아서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을 치다가장애물을 만나면 뛰어올라서 넘기도 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고향으로 돌아와 낳은 알은 이곳 부화장에서 적절한 환경과 먹이로 잘 키운 다음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데, 그 전에 이 부화장을 기억하게 해서 다음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잠시 자연의 강물에서 지내게 한다고 했다.
아래의 시설은 부화장 바로 바깥쪽 강물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안에서 어린 연어가 며칠 간 머물게 하면서 물의 냄새나 지형을 각인시킨다고 했다.
아무리 생물학적 유전적으로 그리 살도록 되어있다고는 해도, 그 넓은 바다에서 자기가 살던 그 곳을 찾아오는 연어의 생태가 참 신기하게 여겨졌다.
부화장 안에는 작은 수족관도 마련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손으로 만져볼 수 있게 해두었다.
불가사리의 모양과 색깔이 이렇게 다양했는데 손에 닿는 감촉도 어떤 것은 가죽처럼 부들부들한 것이 있었고 또 어떤 것은 모래처럼 까끌까끌하거나 딱딱한 것도 있었다.
알래스카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들 중에는 기괴한 모습을 한 것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라워하며 구경을 하기도 했다.
덩치도 꽤나 큰 물고기가 큰 눈을 껌벅이며 구경하는 사람에게로 쓰윽 헤엄쳐 다가오니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이었고, 나는… 저 넘을 무 넣고 조려 먹으면 맛있겠다… 하는 야만적인 생각을 했다 🙂
연어 부화장을 나와서 맨덴홀 빙하공원으로 버스가 데려다 주었다.
여기까지 가는 길이 조금 멀어서 버스 기사겸 가이드 처자가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주노에서 연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커서, 연어를 잡아먹고 곰이 잘 자라고, 그 곰이 배설한 거름 덕분에 땅이 비옥해서 풀과 나무가 잘 자라고, 그래서 인간이 살기에도 비교적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곰이 먹다 남아서 버린 연어를 독수리나 다른 동물들이 줏어 먹으며 생태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 밖에 기억나는 이야기로는… 보통 주노의 여름 날씨는 비가 많이 오거나 맑아도 쌀쌀한 기온인데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쾌청하고 더워서 가이드 시작하고 처음으로 버스의 에어컨을 켜본다고 했다.
그 때문에 내가 손바느질해서 만들어간 플리스 자켓은 별로 입을 기회가 없었다.
맨덴홀 빙하공원은 원래는 사람이 밟아볼 수 있는 빙하가 있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었는데, 몇 년 사이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빙하가 많이 녹아버려서 더이상 직접 밟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이번 여행을 예습하면서 찾아본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분명히 사람들이 빙하 위에서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았고, 빙하가 미끄러우니 반드시 운동화를 신고 가라고 조언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빙하는 저멀리 떨어져 있어서 밟아볼 수가 없었다.
몇 년 전까지는 위의 사진에서 우리 아이들이 서있는 곳까지 빙하가 이어졌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원 입구에서 빙하를 보는 곳 (예전에는 밟을 수 있는 곳이었을…) 까지 산책로가 걷기에 딱 좋도록 조성이 되어있었고, 빙하 옆의 너겟 폭포 까지 가는 산책로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이 날도 걷기 운동을 참 많이 했다.
그 산책로 주변은 울창한 숲이라서 가끔 곰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곰을 만나게 되면 무서워하지 말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가라고 가이드가 조언해주었다.
등을 보이고 급하게 도망을 가거나 소리를 지르면 곰이 위협을 느껴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한다.
우리 가족은 곰을 만나지는 못했다 🙂
둘리양은 탱글탱글한 다리 근육을 자랑하며 아빠와 함께 저만치 먼저 산책로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고, 몸집이 튼실해서 무거운 코난군은 나와 함께 뒤쳐저서 시차를 두고 폭포 앞에 도착했다.
한 쪽에서는 빙하가, 그 옆에서는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장관을 구경했다.
폭포 옆 바위 위에 올라가서 아이들이 놀기도 했다.
멘덴홀 빙하공원을 나와서 다시 주노 시내로 돌아오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서 원래는 시내에서 쇼핑과 산책을 하고 박물관도 돌아보려던 일정이 박물관만 돌아보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사실 시내 구경이나 쇼핑은 어차피 다리만 아프고 돈이나 쓰게 되니 안하는 편이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기록해두는데, 디즈니 크루즈 회사와 연계된 관광 상품을 구입하면 불가피하게 늦게 배로 돌아가도 출항을 지연시켜서 기다려주지만, 돈을 절약하기 위해 외부 관광 상품을 개인이 알아서 구입하면 값은 조금 싸지만, 만일의 경우 배가 출항하는 시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기다려주지 않고 배가 떠난다고 했다.
디즈니 크루즈 후기 블로그에서 보니, 남미의 어느 나라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현지 관광을 시작했지만 현지에서 소요사태가 생겨 배로 돌아오는 도로가 봉쇄되다시피 해서 한 시간이나 늦게 돌아왔는데, 디즈니 크루즈사와 연계된 관광 프로그램이라서 배가 떠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고 한다.
반면에 외부 관광 상품을 이용해서 구경을 하다가 배를 놓치고 타국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후기도 있었다.
내가 아무리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도 외부의 여건이 일정을 지체시킬 수 있으니, 잘생각해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
주노 시립 박물관은 적당한 규모에 비해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온갖 동물의 박제도 있었고
아메리칸 원주민 (즉, 인디언) 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고 그림그리기나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도있어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남편은 박물관 직원과 곰의 종류에 대해 토론을 하고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하는 동안에 나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생활을 구경했는데, 그들의 스키 가글이 참 신기했다.
일년 내내 눈이 있는 곳에 살다보니 눈에 반사된 햇빛이 너무 눈부시고, 그래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나 돌로 보호안경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어떤 것은 유리 조각을 넣어서 진짜 선글래스처럼 만든 것도 있고, 대부분은 눈 부분을 아주 작은 구멍이나 얇은 틈을 만들어서 눈이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 하는 장치였다.
물개 내장으로 만든 방수복이나 동물의 털가죽으로 만든 방한 모피코트는 나도 한 벌 입어보고 싶을 만큼 예뻤다 🙂
이른 점심을 먹고 나와 주노 구경을 마치고 배로 돌아가니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2018년 7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