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디즈니 원더 알래스카 크루즈 첫 날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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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 내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면 한국음식을 먹을 기회가 따로 없고, 세금과 팁을 추가로 내야하는 비싼 외식비가 자리잡은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아니면 싸구려 음식점이나 가는 것이 고작인 것이 내 일상이다.

게다가 네 명 밖에 안되는 가족의 입맛이 제각각 다르기도 해서 네 명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외식을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디즈니 크루즈에 타기만 하면 이 모든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

이번 디즈니 크루즈 여행에서는 아주 작정을 하고 매 끼니 식사를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남겼다.

남편은 요리의 이름을 다 기록하기 위해 메뉴를 사진 찍어놓기도 했다.

재작년 처음 디즈니 크루즈를 탔을 때는 약간 쭈삣쭈삣한 태도로 음식 사진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사진을 찍으니, 이웃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뭔 음식 사진을 코스마다 다 찍고있어?' 하고 신기하게 쳐다보더니 사나흘이 지나자 '저 사람은 아마도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나보다' 하는 짐작을 하는 것 같았다 🙂

음식을 날라다 주는 웨이터들도 내 음식 사진 찍는 것에 협조하느라, 후추를 뿌리거나 소스를 따르기 전에 내가 먼저 사진을 찍으라며 기다려 주었고, 아이들이 깜빡 잊고 음식을 먹으려하면 '잠깐! 엄마가 사진 먼저 찍으셔야지!' 하고 일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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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간의 크루즈 일정 동안에 세 군데 식당을 차례로 가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AP-TP-TR-AP-TP-TR-AP 의 순서였다.

AP 는 Animator's Palate, TP 는 Tiana's Place, TR은 Triton's 의 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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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첫 날 저녁을 먹은 곳은 Animator's Palate 이었는데,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만화가의 입맛 이라고 할만하겠다.

Palate 은 직역하면 입천장 이라는 뜻이지만, 미국인들은 입맛의 기호를 말할 때 이 단어를 쓴다.

일례로 동료 한 명이 "난 오늘 달콤한 입천장을 가지고 있어" 라고 말했는데 다른 동료들이, "그래?그럼 디저트로 쿠키를 시켜 먹을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palate 라는 단어의 용법을 눈치챈 적이 있다.

또 하나 나만의 짐작이지만 palate 와 pallette 은 발음이 비슷해서, 만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파레트와 만화가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중어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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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 레스토랑 모두 저녁 식사는 코스로 제공되는 정찬이었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빵과, 전채요리, 샐러드와 숩, 메인 요리, 디저트가 모든 코스이다.

매일의 음식 주제가 달라서 그에 맞춰 빵과 모든 메뉴도 다르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어떤 주제에 그 어떤 메뉴를 골라도 모두 맛있었다.

그 중에서도 코난군과 코난아범은 빵을 무척 맛있게 먹었는데 버터를 듬뿍 발라서 게눈 감추듯 후딱 먹어치우지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버가 인심좋게 두 번씩 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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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에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는 전채요리는 매번 다른 메뉴로 서너가지의 요리 중에서 골랐는데, 코난군이 골랐던 것은 치즈 라비올리 같아 보이고…

나와 남편이 골랐던 것은 참치? 혹은 연어?를 다져서 양념하고 오이 위에 얹은 것이었다.

(메뉴에 나와있는 요리 이름과 설명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 밖에 글을 쓸 수 없다. 남편이 기록해둔 메뉴 사진이 내 손에 당장 없어서 우선 이렇게 써두고 나중에 업데이트 하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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숩도 아마도 호박이 들어간 부드러운 크림숩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정보는 다음에 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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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와 숩도 매 번 다른 종류로 두어가지 중에서 고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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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굴라 잎이라든지 비트, 희귀한 콩, 등등 비싼 채소가 많이 들어간 고급 샐러든인데, 학교 급식에서 상추와 시금치가 들어간 샐러드만 먹던 코난군은, 학교 급식 처럼 햄이나 삶은 계란을 얹어 주지 않아서 덜 맛있는 샐러드라고 논평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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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은 아빠 엄마처럼 어른의 메뉴를 골라서 식사를 한 반면, 둘리양은 어린이 메뉴 중에서 음식을 골라서 먹었다.

물론 원한다면 어린이라도 어른의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으나, 어차피 다 먹지도 못할 것 같고, 아이들이 부담없이 먹으려 하는 종류의 음식이 제공되니 둘리양은 키즈 메뉴를 먹게 했다.

어린이 코스는 전채 요리가 없고, 샐러드와 숩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대신에 메인 메뉴에 야채나 감자튀김 같은 것이 곁들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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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메뉴는 보통 서너가지 중에서 고르게 되는데, 우리는 각자 다 다른 것을 골라보았다.

이건 쇠고기 스테이크 같아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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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돼지고기 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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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햄 처럼 보인다 🙂

옆에 곁들여 나온 것은 감자와 독일식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프트) 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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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식사를 시작할 때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매인 요리를 다 먹어갈 때 쯤 되자 음악이 더 커지면서 미키 마우스가 테이블 사이로 뛰어다니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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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월드에서 미키 마우스를 가까이서 구경하려면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리거나 따로 돈을 내고 입장해야 하지만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미키가 우리 테이블로 직접 찾아와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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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키의 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디저트도 매번 다른 종류로 네다섯가지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다시 한 번 모두가 다른 것으로 골랐다.

이건 코난아범이 골랐던 것인데 아마도 파이 위에 브라우니나 초코렛 케익을 얹은 것 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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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코난군이 먹었던 것인가?

아이스크림이 파이 위에 올라앉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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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이 먹은 것은 브라우니 위에 커스타드가 올라간 것 같다.

나는 아마도 위의 것 중에 하나와 같은 것을 시켰기에 사진이 따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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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 비용에는 아침 점심 저녁의 모든 식사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돈을 추가로 더 내면 와인이나 맥주 같은 알콜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칵테일이나 아이들을 위한 알콜 없는 칵테일을 주문해서 마실 수가 있다.

우리 가족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음료와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기에 따로 돈을 더 내고 더 고급 식당에 가거나 고급 음료를 주문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날엔가 선장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니 그런 특별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서 한번 맛을 볼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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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쾌적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식구 수 대로 초코렛을 남겨두는 것도 매일 저녁 받는 서비스였는데, 기랄델리 라고 제법 고급 상표가 붙은 초코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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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먹을 거리가 많아서 기랄델리 초코렛은 찬밥 신세를 겪다가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게 까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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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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