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집 주방과 거실 풍경…
코난아범이 돋보기 안경을 쓰고 무언가 서류작업을 하고 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장면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작년, 아니 재작년 부터였나…?
코난군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친구네집에 놀러갔다오면 “내 방은 친구 아무개네 방보다 너무 작아서 불편해요” 라며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방 뿐만 아니라 침대도 큰 것을 원해서 혼자서 풀사이즈 (한국의 더블베드) 침대를 사용하니 방이 더 작아질 수 밖에…
큰 침대와 큰 책장과 큰 책상과 작은 책상으로 가득찬 방은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방도 안방 말고는 비슷한 크기라서 방을 바꿔줄 수도 없고, 다른 방도 필요한 물건들로 차있으니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농담처럼 “우리 더 큰 집으로 이사갈까?” 하고 말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려면 돈도 필요하고, 어마어마한 짐을 다 싸고 옮겨서 다시 풀어서 정리한다는 것은 내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지난 목요일 저녁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밤 9시가 다 된 시각, 코난군은 또다시 우리집은 너무 작아요 라는 이제는 익숙해진 발언을 했고, 코난아범은 바이올린 선생님인 브리짓이 사는 동네에 짓고 있는 새 집 이야기를 꺼냈다.
이 많은 짐을 끌고 가기는 어디를 가냐며, 우리 가족은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대답으로 일축하고 자러 갔다 🙂
다음날인 금요일은 아침에 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수업준비만 하면 되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수업준비로 열공해야 하지만, 문득 호기심이 발동해서 문제의 그 주택단지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았다.
(여기가 그 홈페이지: https://www.google.com/url?sa=t&rct=j&q=&esrc=s&source=web&cd=1&ved=2ahUKEwjxgoKuu8PkAhUET98KHUSsDqIQFjAAegQIAxAB&url=http%3A%2F%2Fwww.statesonhomes.com%2Ffind-your-home%2Fview-community%2Fkipps-farm&usg=AOvVaw2f5w99nU2MQZcdfS182ZL_
일단 위치는 참 좋아보였다.
아래 지도에서 현재 우리집은 오른쪽 윗부분 쯤에 위치하고 있는데, 브리짓 선생님의 동네는 킵스 팜 이라고 큰 별 그려진 위치이다.
우리 동네 모든 아이들이 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가까이 있고, 내 직장으로 통근하는 거리는 10분 이상 단축되어 20분이 채 걸리지 않겠다.
게다가 한 동네에 바이올린 선생님이 살고 있으니 코난군의 바이올린 레슨을 따로 데려다주지 않고 그냥 ‘너 혼자 갔다와’ 해도 된다.
나중에 직접 가서 돌아보니 중학교까지 걸어서 10분 (고등학교는 5분) 거리에 있어서 심지어 학교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통학을 할 수도 있었다.
걷기가 싫다면 자전거를 타고 가도 안전한, 차는 못다니고 보행자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서 자전거로 통학을 할 수도 있겠다.
미국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가장 번거로운 일 중에 하나인 차로 실어나르기 (라이드) 를 대폭적으로 줄여주는 환상의 위치였다.
오호, 이거 구미가 땡기는 걸…?
조금 더 살펴볼까?
작년 여름에 새 집을 지어 브리짓 선생님이 입주를 할 때만 해도 빈 땅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택지가 완공되거나 팔려서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아래 지도의 진회색이 팔린 땅이다).
하얀색이 이번에 팔려고 나온 땅이고, 빨간색은 아직 풀리지 않은 땅, 39번의 갈색은 현재 모델하우스가 지어져 있는 곳이다.
어디보자…
1번과 60번 땅은 단지 진입로를 끼고 있으니 좀 번잡할 것 같고… 7번? 52번? 53번?
그런데 나중에 더 알아보니, 각기 다른 땅이 각기 다른 가격을 달고 있었는데 (집값이 아니라 땅만 구입하는 값이 있었다), 다른 땅은 전부 적게는 몇 천 불에서 만 이삼천 불 정도의 가격인데 53번 땅은 땅값이 없다고 한다.
또다른 정보로는 7번 땅은 이미 특정 모델로 집을 지어두었기 때문에, 다른 옵션이나 설계 변경없이 입주해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53번 땅 건너편에 작게 보이는 갈색 선이 블랙스버그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산책로인데, 미국집들은 땅이 하도 넓어서, 1번이나 60번 집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52나 53번 집에서 시작하는것이 걸어가는 등교길 거리에 꽤나 큰 차이가 있다.
52번 53번 집은 단지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1번 60번 보다 덜 번잡해 보이기도 한다.
완전한 사유지에 완전히 내맘대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회사에서 개발한 택지에 건축회사에서 정해둔 몇 가지 모델중에 골라서 집을 짓는 방식이라길래 각 모델별로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인터넷으로 구경을 했다.
그 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이 모델이었다.
http://www.statesonhomes.com/find-your-home/view-home/the-eggleston-kipps-farm/kipps-farm
다른 집들은 지금 내가 사는 집처럼 아랫층은 주방과 거실이 있고 모든 침실은 윗층에 있거나, 아니면 윗층이 없이 한 층에 모든 거주 공간이 다 있는데 반해, 에글스톤 모델은 아랫층에 주방, 거실, 서재와 함께 부모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고, 윗층에는 아이들 방과 화장실이 있는 점이 좋아보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다가 깨서 울기도 하고, 한밤중에 들여다봐야 할 일이 있으니 모든 침실이 윗층에 함께 있는 구조가 좋았지만, 이제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자라서 조금은 더 독립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구조가 안성마춤이었다.
각자 자기 방은 자기가 어지르던 정리를 하던 알아서 책임지게 하고, 나는 윗층에 안올라가면 안보이니, 치워라 정리해라 하는 잔소리를 안하게 될 것 같다.
코난군이 그리도 소원하던 큰 방의 꿈이 이 에글스톤 집에서 이루어질 것도 같았다.
다른 모델은 침실이 한 층에 다 모여있으니 방의 크기가 제한적인데 반해, 이 모델은 가장 큰 부모 침실이 다른 층에 있어서 아이들 방도 크기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부 구조는 여기에:
http://www.statesonhomes.com/documents/uploads/xEggleston_FP-Elev_Sheet_6-28-19.pdf
일단 깜짝 소식의 결말은 🙂
그래서!
우리는 53번 땅에 우리집을 짓기로 결정을 했고, 맨 위의 사진은 어제 9월 8일 일요일에 모델하우스 겸 분양사무실에서 서류에 싸인을 하는 모습이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48시간 동안에 새 집을 사게 된 그 극적인 이야기와, 새 집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2019년 9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