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른 아침, 코난아범이 코난군을 깨웠다.
“빨리 나와봐!”
하는 말에 눈을 부비며 아직도 컴컴한 마당으로 나가보니, 굴뚝 옆 화단에 두었던 덫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
그 녀석은 바로…
우리집 태양광 발전판 아래에 침실을 마련한 너구리 가족 중에 한 마리였다.
지난 여름 동안에는 태양광 발전판 아래가 너무 뜨거워서 안보인다 싶더니만, 얼마전부터 또다시 지붕 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가 밤마다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면 이 무단주거침입자 일가족을 더더욱 쫓아내기가 힘들어질 것이고, 내년 봄에이 집을 최대한 잘 단장해서 좋은 값을 받고 팔아야 하니, 지금 당장 이들을 체포해서 추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난아범이 🙂
첫 날은 덫 안에 사과와 당근 등의 먹이를 넣어두었는데, 이 녀석들이 건강식을 외면해서 실패하고, 다음날은 멀리까지 비린내를 풀풀 풍기는 생선과자 (맥주 안주로 먹으라고 지난 번 한국에서 가족들이 방문할 때 사다준 것) 를 넣어두었더니 이 녀석이 잡혔다.
코난아범이 출근하는 길에 차에 싣고 가서 로아녹 근처 블루리지 파크웨이에 놓아주기로 했다.
거기라면 고속도로를 건너서 수십마일 되는 거리를 되돌아 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5킬로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놓아주면, 어떻게 알고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너구리 가족 다른 녀석들도 잡히는대로 같은 장소에 데리고 가서 풀어줄 계획이다.
블루리지 마운틴에서 자연과 벗삼아 잘 살기를 바란다.
인간의 집에 오지 말고… ㅎㅎㅎ
이 놈을 집에서 키우고 싶다던 코난군…
등교직전에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늘 밤과 내일 밤에도 나머지 너구리가 모두 잡히기를 바란다. (지난 번에 보았을 때 세 마리가 함께 뭉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머리가 좋아서 같은 장소에 놓인 덫에 다시 걸려들지 잘 모르겠다.
2019년 9월 24일
어젯밤에 과연 또 잡힐까? 싶으면서도 덫을 놔두었는데 오늘 아침에 또 한 마리가 잡혔다!
크기가 어제 잡은 녀석과 비슷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세 마리 일가족 중에 새끼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어미로 추정되는 큰 녀석을 잡아야 할 차례이다.
벽돌로 된 굴뚝 벽을 사다리처럼 이용해서 높은 지붕위에 올라가서 숙소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야행성 동물이라서 낮에는 높은 지붕 태양열 발전판 아래에서 실컷 잠을 자다가 밤이 되면 내려와서 먹이를 찾아다닐 것이니, 굴뚝을 타고 내려오면 보이는 곳에 덫을 두었다.
이번에도 미끼는 꾸이맨 🙂
지난 번에 한국에서 얻어먹은 꾸이맨은 쥐포를 튀긴 맛이라서 무척 맛있게 먹었는데, 이번의 제품은 먹기 좋게 작은 크기로 봉투에 담긴 것은 좋으나, 그 풍미가 이전 것만 못해서 오래도록 간식 찬장에 남아 있었는데, 너구리에게는 아주 좋은 미끼가 되었다.
어제 잡은 너구리를 놓아준 장소로 가서 이 녀석도 놓아주려고 한다.
어제 잡힌 놈은 얌전히 쥐죽은 듯 덫 안에 들어 있었는데 반해, 오늘 잡힌 놈은 팔딱거리면서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같은 어미에게서 난 새끼이지만 두 마리의 성격이 그리도 다른 것이 재미있었다 🙂
꼭 우리집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서… ㅎㅎㅎ
잘 가라, 너구리~~~~
2019년 9월 25일
너구리가 영리한 동물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싶도록 쉽게 그 다음날 나머지 한 마리가 또 잡혔다.
요 녀석은 지난 번 두 마리보다 조금 더 큰 덩치를 가진 것을 보니, 아마도 어미인 듯 하다.
같은 장소에 같은 덫을 두었는데 같은 미끼에 걸려들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
이 녀석도 남편이 같은 장소로 데리고 가서 풀어주었는데, 오늘 동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렇게 멀리 가서 풀어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내 집에서 잡은 동물은 내 땅 안에서 놓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당이나 지붕 등 집 바깥에서 사는 야생동물은 다른 곳으로 쫓아내면 안되고, 집안에 들어온 동물은 잡은 후에, 그 동물이 다시 집안으로 못들어오게 단도리를 한 후에 집 바깥에 풀어주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고 한다.
너구리 잡은 날은 9월 26일, 이 댓글을 쓰는 날은 9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