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황당한 해였다. 또 한 해가 지나갔네…? 하고 아쉬워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새해는 그저 작년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 기대에 부풀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참 신기하다… ㅠ.ㅠ
그래도 돌아보면 작년 한 해가 우리 가족에게 만큼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걱정했지만 무사히 살던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를 했고, 우리 가족 모두 아프거나 실직하는 등의 나쁜 일 없이 잘 지냈다. 여행이나 나들이를 못하는 대신에 집밥을 착실하게 해먹을 수 있었고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인류적 관점에서 이 바이러스가 얼른 좀 제어되기를 바란다.
오늘 점심에는 떡국을 끓여 먹었다. 아이들에게 라이스 케익 숩은 한국의 새해 첫 날에 먹는 전통음식이라고 알려주었다. 쫀득한 떡의 식감을 좋아하고 따끈한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둘리양에게는 최적의 음식이었고, 요즘들어 한국음식을 무척 잘 먹게 된 코난군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 떡국에는 감자 양파 애호박을 함께 넣고 끓였다. 냉장고에 꽤 오래도록 있던 채소를 얼른 먹어치워야 하기도 하고, 덕분에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도 되었다.
알디마트에서 사둔 애호박을 소비하기 위해서 부추와 해물을 넣고 부침개도 구웠다. 떡국과 함께 먹기 좋은 반찬이었다. 기름 냄새 풍기며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게 구운 시푸드 팬케익 (아이들 때문에 한국 음식을 만들 때 마다 영어 이름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ㅎㅎㅎ) 을 아이들이 잘 먹었다.
이제 이 주말만 지나면 아이들의 겨울 방학이 끝나서 개학을 하게 되고, 그러면 나도 개강 준비와 논문쓰기, 학교의 여러 가지 행정 업무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정말 잘 먹고 잘 놀아서 기쁘다.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