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반대

사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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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말로 기억된다. 그때 군대에 있었는데, 말련 고참이라 새벽에 일어나서 TV 를 틀었다. 합천에 내려갔던 전두환을 체포하려 하루전 서울에서 출발했고 새벽에서야 체포될 것이라는 뉴스를 전날 보았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전두환이 죽을 때가지 법의 심판은 커녕 아무런 잘못도 뉘우치지 않고 살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법의 심판을 잠시 받았으나, 잘못을 한번도 뉘우친 적이 없다)  그 당시에 나는 내 생애에 전두환이 잡혀가는 것은 본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87년 항쟁을 통해서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바로 몇 년 뒤 김영삼의 민자당에 투항하는 것을 보면서 전두환과 노태우를 단죄한다는 것이 내 생애에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었다. 1995년 당시 검찰 마저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기소를 포기했었는데, 김영삼의 똘기로 검찰로 하여금 전두환을 잡아 넣게 했다. (그 땐 그랬었다. 그 때 찍소리 못하던 검찰은, 인간답게 대해주니 아예 대통령을 흔들려 한다.)  이렇게 잡혀간 전두환, 노태우는 사형, 무기 징역을 선고 받았다. 97년에 아주 어렵게, 김종필과 손을 잡은 후에야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이 둘을 사면했다. 선거 공약이기도 했고, 국민 통합의 차원이라고 했지만 나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전두환에 의해서 무고하게 사형 선고까지 받었던 김대중 대통령 본인이야 용서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패거리들 때문에 잃은 무수한 생명들의 유가족들, 고문 치사,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모든이가 용서하지 않는 한 사면은 불가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자기의 죄를 전혀 뉘우치지 않는 다면 더욱더 동의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전두환은 어떡하고 있나? 추징금도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버티고, 최근까지도 막말을 하며 살고 있다. 이명박도 비슷하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고, 많은 세금을 축내면서 아직도 그 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해외 자원외교 비리 등을 저지르고,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 살인까지 하고도 아무런 잘못을 뉘이치지도 않고 있다. 여전히 어떤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되어 30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왜 온갖 데이터를 조작했는지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 어뗳게 이런 자들를 사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수많은 민주시민들의 희생을 뒤로 하고, 자기 자신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수많은 당원들이 반대를 표명하자, 그 말을 철회하기는 커녕, 의원들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설득하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철회하는 듯 했으나 다시 신몀에 변함없다면서 사면을 건의하겠단다. (근데 주진형의 말처럼 그 건의를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것인가? 이미 언론에 공개하고, 대통령을 만나서 건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다. ) 누구든 잘못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잘못 판단을 했을 때는 최대한 빨리 시인하고 바로 잡을 일이다. 괜히 고집을 부려서 빠져 나오지 못할 구덩이 너무 깊히 빠지기 전에…(나 또한 다른 사람의 잘못을 교훈 삼아서 그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해방한 이후에 제대로 한번 국가와 국민에 해악을 입힌 자를 단죄하지 못했다. 최근 몇년 동안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거리에 쓰레기 하나 함부로 버리지 않으면서 촛불로 탄핵한 우리가 자랑스럽다. 어느 나라도 하지 못했던 코로나 방역이 자랑스럽다. 온갖 적폐 세력이 해악질을 해도 지켜내려 했던 민주주의 가치가 정말 자랑스럽다. 단 한 명의 나치 전범이 죽기까지 문을 닫고 않고 운영했던 독일의 감옥을 보면서, 우리도 우리의 저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 정의는 꼭 승리하고, 잘못은 꼭 단죄가 된다는 것 보여 주고 싶다. 온갖 잘못과 비리를 저질러도 힘 있는 위치에만 있으면 어떻게는 나오고, 숨겨둔 돈으로 후대가 잘 살 수 있는 것을 후배들이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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