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의 여행으로 뉴리버 트레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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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시간 이십분을 운전해서 게일렉스 라는 도시까지 가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기찻길이었던 역사를 기념해서 기차가 장식되어 있었고, 또한 올드타임 뮤직 시티 라는 별명을 가진 도시의 이름을 첼로에 새겨서 장식을 해두기도 했다.

게일렉스는 원래 이렇게 생긴 식물의 이름인데 이 일대에서 자생하고 있어서 도시 이름을 식물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나 장례식 등에서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식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이 식물을 사갔다고 한다.

트레일 구간 곳곳에 있는 주차장에는 이런 무인 주차비 지불 봉투가 마련되어 있다. 봉투에 붙어있는 택을 떼어내서 차안에 걸어두고, 봉투에는 7달러를 넣어 봉인된 박스 안에 넣으면 된다. 고작 7달러 아끼려고 돈을 안넣어두면 벌금으로 수십달러 이상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모은 돈으로 트레일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 사용하게 되니, 아낌없이 주차비를 지불했다.

주차장 옆에 마련된 정자 지붕 아래에는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는데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가 들어앉아 있어서 아이들이 신기해 하며 구경했다. 정자 뒤에 보이는 하천은 뉴리버의 지류인 체스트넛 하천 (Chestnut Creek) 이다. 여기서부터 어제 갔던 감베타 로드까지 다녀오면 57마일의 뉴리버 트레일 여행을 모두 마치게 된다.

편도 9.5마일, 왕복에 19마일을 달리는 내내 트레일 옆으로 하천과 강이 함께 달렸다. 게일렉스 지역은 하천이 얕고 주변의 숲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그런지 캠핑장이나 캐빈이 많이 있었다. 캐빈에서 주말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이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니까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 응원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마침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서 집에서 만들어간 유부초밥과 삼각김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오늘 삼각김밥은 참기름에 비빈 밥을 한 켜, 그 위에 샌드위치 스프레드를 한 숟갈, 살라미 햄 한 장, 그리도 다시 밥을 넣고 만들어서 코난군이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비슷한 맛을 만들었는데, 모두가 맛있게 잘 먹었다. 수년 전에 한국에서 공수받은 삼각김밥 김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밥 샌드위치 처럼 만들면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할 정도로 서늘한데다 빗방울이 아주 조금씩 흩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덕분에 썬스크린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괜찮았고 왕복 3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도 땀이 많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한참을 달리다가 쉴 때는 작은 오렌지를 까먹으니 갈증도 해소하고 당분 섭취도 되어서 좋았다.

이 곳이 마지막 마일마커이다.

뉴리버 트레일 여행의 가장 첫날과 마지막날이 가장 많은 거리를 달려서 가장 힘들었다. 트레일의 시작점인 도라정션에서 여기까지가 51마일이고, 중간에 갈림길인 프리즈 정션에서 프리즈까지 간 거리가 6마일 정도 되니까 모두 합해서 57마일이다. 사실은 이 마일마커에서 정말로 끝 부분인 주차장까지가 0.7마일 정도 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57.7마일이 총 거리이다.

57.7마일을 가족이 다함께 달린 기념으로 자전거와 함께 뉴리버 트레일 표지판을 뒤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자전거도 제각각, 복장도 허름하지만, 온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자부심은 그 어떤 비싼 자전거를 타고 화려한 싸이클링 복장을 차려입은 사람들보다도 더 컸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우리 처럼 가족단위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온 사람은 많지 않았고, 있다하더라도 아이들이 아직 꼬맹이인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틴에이저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집 코난군에게, 우리는 너같은 아들을 두어서 행운이야! 라고 말하니 기분이 좋아보였다.

게일렉스라는 도시는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도시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공장이 많고 인구도 붐비는 도시였지만 최근에는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점차 조용해져 가고 있는 도시라고 인터넷 검색에서 읽었다. 또한, 피들링 (클래식이 아닌 깽깽이 수준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고장으로도 유명해서 해마다 피들링 음악제가 열리고 악기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이 작은 도시를 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이 집 주인은 영국 드라마 닥터후의 팬인지 타디스 모형을 만들어서 마당에 세워두었다.
지금은 문을 닫은 가구 공장

인구가 6천여명쯤 되는 이 도시에는 가구 공장만 여섯 개, 거울 공장, 목재 가공공장, 등등 큰 공장들이 많이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그 중의 하나인 가구 공장이다. 사진으로만 보면 크기가 실감나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였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가동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고 하니 아쉽다.

작은 도시를 차로 한 바퀴 돌아보니 동네 구경이 끝났다. 가족 프로젝트 완결을 축하하며 온가족이 아이스크림 한 개씩을 먹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차 안에서 먹으니 오히려 더 오붓하고 좋았다.

자전거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 힘들다는 아이들을 달래려고, 트레일을 완전정복하면 100달러 짜리 상품권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코난군은 이미 그 돈으로 게임을 하는데에 쓰기 좋은 키보드를 장만했고, 둘리양은 아마존닷컴 사이트를 열심히 검색하며 어떤 것을 자신에게 상으로 사줄지 생각하는 중이다. 내가 고른 선물은 온가족이 노던버지니아 한인타운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먹는 것인데, 아마도 다음주 주말에 다녀오게 될 것 같다.

조각 조각을 연결하니 어느덧 긴 자취가 완성되었다. 색깔을 칠하는 것도 어떻게 하다 보니 주노초가 되어서, 나중에 주노초파남보빨로 칠하게 되었다. 다행도 날씨는 햇볕 한 줄기없이 흐린 날씨여서 땀 흘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가족은 기억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말이 새삼 느껴졌다. 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기억들을 더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2021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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