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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데이, 우리나라로 치면 현충일 휴일이다. 이맘때쯤이면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날씨이고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을 시작했거나 거의 학기말이라서 가족 단위로 캠핑을 많이들 한다. 마침 올해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기도 해서, 우리 가족도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셰넌도어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그러나 문제는 날씨였다. 토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에 돌아오는 2박 3일의 일정인데, 그 중에 이틀 동안 구름 속에 갇혀서 무척 추웠다.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짙은 안개 (사실은 구름) 때문에 나뭇가지에 물이 잔뜩 묻어 있다가 바람이 불면 비처럼 후두둑 하고 물방울이 떨어져서 몸이 젖었고, 기온은 화씨 48도, 섭씨로는 10도 미만으로 낮아서 무척 추웠다.

사람들의 복장이 5월 말이라고 보기 힘들다 🙂

이번 캠핑은 남편의 오랜 친구가 주최하는 마라톤 모임의 연례 행사인데, 우리는 모임의 회원은 아니지만 친구 덕분에 예전부터 가끔씩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 캠핑에 처음 참석한 것이 10년도 더 되었고, 그 동안에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이제는 가족 단위로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부인들은 전기도 없고 샤워시설도 불편한 캠핑장에 오기를 싫어해서 남편만 또는 남편과 아이들만 보낸 집이 많았다.

캠핑에서 빠지면 안되는 스모어: 구운 머쉬멜로우와 초코렛을 쿠키 사이에 넣어 먹는 간식

캠핑의 전반적인 준비와 지휘를 맡은 남편의 친구 안선생은 날씨가 추우니 반드시 긴소매 옷을 준비하라고 미리 알려주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캠핑장의 추위를 만만히 여겼는지, 이렇게 얇은 외투 한 벌씩과 긴 바지를 가지고 갔는데, 더 두꺼운 겨울옷을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했다.

심지어 이 사람은 긴바지를 빠뜨리고 오기까지 했다. 덤벙거리다가 짐을 제대로 못챙긴 것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으니 다음에는 꼼꼼히 준비를 하겠지 ㅎㅎㅎ
마산고 동창인 남편과 안선생

마라톤 동호회의 캠핑을 20년 이상 이끌어온 안선생 덕분에 날씨가 추웠던 것만 빼고는 (사람이 조절할 수 없는 영역) 많은 것을 누리고 즐기는 캠핑이었다. 매 끼니마다 몇 명이 먹을지를 세어서, 어떤 끼니를 어떤 가족이 무슨 메뉴로 식사준비를 할지를 미리 정하고 설거지 당번도 공평하게 정해두어서 수고는 최소한으로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요리당번 남편

음식 조리 당번은 가족별로 할당을 했는데, 나는 집에서 고기 양념과 채소 준비 등을 해갔기 때문에 조리는 남편이 도맡아서 했다. 모임의 리더인 안선생은 자기 당번이 아닌 식사준비도 자기 일처럼 뛰어들어 도왔기 때문에 나는 그저 모닥불을 쬐면서 구경 및 감독을 했다 🙂

남편은 원두 커피를 내려서 마실 수 있는 준비를 해가서 아침마다 신선한 모닝커피를 만들었다. 여행이나 캠핑을 가면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해서 아쉬운 때가 많은데 이번 캠핑은 아침마다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침 다른 몇몇 사람들도 집에서 직접하는 커피 로스팅에 관심을 보여서 남편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대화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날씨가 추워서 텐트 밖에서 지내는 시간 내내 모닥불 앞에 있었더니 온몸에 나무 타는 냄새가 배었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했는데도 모공에 아직도 냄새가 남아있는 것 같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다행인지 불행인지 캠핑을 마치는 날에는 구름이 산을 완전히 벗어나서 해가 나왔다. 마음같아서는 새로 캠핑을 시작하고 싶었다. 캠핑장이 높은 산에 있어서 이런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공놀이 한 판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산책
중국집 메뉴판

마지막날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챙기면서 우리 가족의 자전거 여행 상으로 먹기로했던 짜장면 이야기를 했더니, 안선생이 그러면 다같이 북버지니아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으며 뒷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은 전날 저녁 메뉴로 안선생이 맛있는 짜장밥을 이미 만들어 주었는데, 오히려 그 짜장밥이 나의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도발했다. 게다가 우리집에서 짜장면 식당을 가려면 네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데, 캠핑장에 오느라 이미 북상을 한 터라 두 시간만 더 가면 되니 시간 절약도 된다.

짜장면 곱배기의 알흠다운 자태!

이 얼마나 그립던 맛인가! 짜장면을 내 손으로 여러 번 만들어 봤지만, 이상하게도 중국집에서 만드는 그 맛을 낼 수가 없었다. 아마도 강한 화력과 돼지기름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둘리양과 나누어 먹기로 하고 짜장면 곱배기를 주문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그러면 자기는 짬뽕을 주문해서 나눠먹자고 했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오직 짜장면만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남편에게 나눠먹지 말고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자고 했다. 요즘은 짬짜면 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남편은 짜장면과 짬뽕을 모두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끼리 앉은 테이블에서 코난군도 짜장면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2021년의 안선생과 코난아범
2021년의 안유근과 김영민
20세기 어떤 날의 남편과 안선생
고등학교 수학여행 사진 같은데 두 사람의 키가 훤칠하다. 키가 작은 가운데 담임선생님의 얼굴은 예의상 가렸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 마산고 1학년부터 만나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지금도 넓은 미국땅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보면 소원해져서 어떻게 사는지 소식조차 알지 못하게 되는데 아마도 남편과 안선생은 인연이 조금 더 깊은 친구사이인듯 하다.

막둥이 아들과 맏아들이 동갑이기도 한 두 사람

2021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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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국

날씨가 궂었지만 그래도 재미 있었어요. 오랜만에 봐서 정말 반가웠고. 내년에도 꼭 같이 캠핑 같이 해요.

안종국

고등학교때 내 머리 스타일이 과관이었네요. 보고 한참 웃었어요.

Eun Ju Lee

영민이 수민이 많이컷네요 수민인 이쁜아가씨가됐네요😍. 다들 건강하고 잘지내시는거갔아 보기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