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가족이 아침에 캐스케이드 등산을 다녀왔다. 캐스케이드(Cascade)는 작은 폭포라는 뜻의 보통명사이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20분 떨어진 산속에 있는 폭포를 부르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그동안 아이들이 어려서 폭포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산자락 개울에서 발을 담그고 놀았던 적이 몇 번 있었을 뿐이다.
어제 수요일은 남편이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되어서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다녀올 수 있었다. 집에서 차로 20분간 운전해 가서 2마일 산길을 오르는데는 꼭 한 시간이 걸렸다. 전날 밤에 비가 내려서 산길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폭포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인데, 하나는 넓고 비교적 평탄한 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등산로처럼 오르락내리락 가파르고 좁아서 힘이 드는 길이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편한 길로 가자고 했으나, 남편은 갈 때는 힘든 길로 가고 내려올 때는 편한 길로 내려오자고 했다.

한 시간 동안 산 길을 걸어가는 것이 힘들어서 둘리양은 중간에 안가겠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도착했을 때 폭포의 물소리 때문에 둘리양의 울음 소리는 참을만하게 들렸다. 둘리양 스스로도 챙피한 것을 알아서 (ㅋㅋㅋ) 다른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울음 소리를 줄였다가 우리 가족만 남게되면 다시 크게 울었다.



폭포 앞에서 다같이 셀피를 찍을 때도 둘리양은 찡그린 얼굴을 돌려버려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제 그럼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더니, 더 크게 울면서 “여기서 한 시간은 머물며 놀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전날에 캐스케이드 등산에 관해 이야기하며 계획을 세울 때 했던 말을 기억해서, 그 계획을 따르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것이다 ㅎㅎㅎ
한 시간은 안되지만 30여분을 놀게하니 마침내 기분이 풀어져서 하산을 할 때는 오빠와 장난을 치며 내려왔다. 올라올 때보다 편한 길이어서 그렇기도 했다.


이 곳의 암석은 정확한 종류는 모르겠지만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얇은 층이 쌓여서 형성되어 있었다. 코난군이 장난삼아 돌멩이를 들고 큰 바위에 쳐서 깨보니 석기시대에 사용하던 돌도끼 모양으로 얇고 날카롭게 부서졌다. 단층과 같은 방향으로 힘을 받으면 얇게 쪼개지지만, 수직으로 힘을 받는 데에는 견고하기가 충분해서 저렇게 큰 물줄기를 수백 수천년 동안 두드려 맞으면서도 바위가 닳아 없어지지 않고 폭포를 만들었나보다.

가족 나들이를 마치면 외식을 하거나 하다못해 기념품이라도 하나 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겠으나, 이 곳은 주변에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전혀 없는 산속이라서 등산을 마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해먹었다. 주차비 3달러만 쓰고 반나절 가족 나들이를 한 것이다.
점심 식사 후에 아트 레슨이 있기도 해서 시간이 빠듯한 과계로 둘리양의 요리교실 비디오는 하루 쉬기로 했다.
2021년 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