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연말에 가까운 명절을 맞아 평소에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선물이나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 비슷한 것 같다. 늘 고맙지만, 그렇다고 늘 그 마음을 표현하기는 어려우니, 이런 때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목요일은 내가 봉사하고 있는 NRCA (헤드 스타트 사외이사? 그런 직책) 월례 미팅이 있었다. 매월 세 번째 목요일 저녁마다 프로그램의 성과나 예결산을 리뷰하고 중요한 의결을 하는 미팅이 있는데, 모두들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지만 미팅을 하는 동안에 먹을 저녁 식사를 준다. 지난 목요일의 미팅은 저녁 도시락에 더해서 연말 축하 케익도 특별히 주문을 했다.
그리고 어제는 내가 봉사하는 또다른 보드에서 연말 선물을 받았다. 이 보드는 우리 학교 교수들 몇 명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비영리기구인데, 수학과 교수 아기다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섀런과 내가 제법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래드포드 최초의 인증 유아교육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보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에 유아교육 환경 참관인 자격증을 받아서 무료로 교실 참관과 평가를 해주었는데 아마도 그에 대한 감사 표시로 이런 선물을 보낸 것 같다. 의장인 아기다는 손이 크고, 뭘 사면 항상 최고급품을 지향하는 성품이 있어서, 선물도 아주 근사해 보인다.
내가 누굴 주려고 사본 적은 있어도 직접 받는 일은 무척 드문 생화 꽃바구니에는 크리스마스 기분 물씬 나는 초가 꽂혀 있고 감사 카드도 들어 있었다. 나는 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남편이 살펴보더니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써있지 않고 샴페인 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니 미국산이 아니라 샴페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만든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다운타운에 자주 놀러 다니는 코난군은 이 초코렛 가게를 잘 알아서, “오, 슈가 매그놀리아!” 하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내 돈 주고는 사먹을 일이 없을 듯한 비싼 고급 초코렛을 연말 선물로 받아서 먹어보니 맛이 좋고 흐뭇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내 돈 내고 이 초코렛을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 ㅎㅎㅎ
그 날 저녁에는 남편의 테니스 친구인 애드리언의 가족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우리집을 방문하는 애드리언 가족이 볼리비아 술과 테라리움을 선물로 주었다. 애드리언은 볼리비아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학위도 받고 결혼도 하고 지금은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의 아내 티나는 스페인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에 시부모님과 스페인어로 대화를 할 수 있기에, 세 명의 며느리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며느리인 것 같다. 애드리언의 두 형제는 각기 미국인 여성과 결혼했는데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시부모님 (=애드리언의 부모님)과 별로 많이 친하지 않다고 한다. 애드리언 가족과 함께 했던 즐거운 저녁 시간 사진은 곧 이어서 올리려고 한다.
우리 가족 끼리는 별다른 선물을 주고받을 계획이 없었는데, 둘리양이 혼자서 꼼지락거리며 카드와 선물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예쁘게 놓아둔 것을 보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마트에 가서 초코렛이나 쿠키를 사와서 포장을 해서 트리 아래에 함께 두었다. 마침 아트 레슨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선물 가방을 안겨주셔서 그것도 트리 아래에 놓아두니 온집안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자기 선물이 놓여있는 트리를 보더니 코난군도 둘리양에게 선물을 사주겠다며 지난 생일에 친구한테서 받은 상품권을 사용하려고 계획하고 있고, 남편도 둘리양의 기특한 마음씨를 격려하고자 작은 선물 하나를 놓아두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은 우리 동네 쿠키 교환 이벤트가 있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참가하려는 가족은 페이스북 그룹에서 싸인업을 하고 한 집당 반 더즌 (6개)씩 쿠키를 구워서 레서피를 동봉한 다음 각 집마다 배달을 했다. 올해에는 14가족이 참가해서 쿠키 80여개를 구웠다. 쿠키 구운 이야기와 사진도 곧 이어서 올리려고 한다.
사소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주고받은 선물이 겨울 방학 동안 놀아서 즐거운 마음을 더 기쁘게 해준다. 이제 이틀만 더 등교하면 아이들도 방학을 해서 2주일 정도 온가족이 집에서 함께 놀게 된다. 코난군은 매일 테니스 클리닉을 다닐 계획이 있고 둘리양은 아마도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노느라 바쁠 것 같다.
2021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