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스웨터 한 벌씩을 만들어 주었다. 방학은 늘 후딱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어영부영 놀다가 시간을 도둑맞은 듯한 느낌으로 개강을 하게 되기 십상이라,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만들려고 한 것인데 비교적 계획했던 시간대로 완성을 했다.
지난 연말에 코난군의 스웨터를 시작해서 조금 전인 일요일 밤에 완성을 했으니 꼬박 2주일이 걸렸다.
탑다운 방식,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뜨는 방식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줄바늘을 이용해서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통으로 뜨기 때문에 여러 조각을 따로 떠서 이어 붙이는 것보다 뜨는 속도가 빠르다. 뜨는 동안에 길이를 직접 입어보고 정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소매 부분을 뜨기 전에 몸통을 먼저 입혀보니 길이와 품은 넉넉한 사이즈라 좋았지만, 어깨와 가슴 부분의 반원형 패턴이 다소 여성스러워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코를 늘인 자리에는 둘리양의 것에서 처럼 큰 구멍이 생기지는 않았다. 둘리양의 스웨터는 첫 작품이라 시행착오로 코를 늘인 자리마다 구멍이 생겨서 비즈를 붙여서 가려주었었다.
다소 여성스러워보이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 소매 부분에 직선무늬가 길게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추리닝 상의 소매부분에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스웨터 소매에도 세로줄이 있으면 다소 스포티한 느낌이 나서 남성미가 조금 보태질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난군에게 직접 입혀보고 싶었지만 스웨터를 완성한 시간이 밤 11시가 넘은지라, 내일 등교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 코난군을 깨울 수는 없었다. 내일이나 이후에 시간이 날 때 두 아이 모두에게 스웨터를 입혀서 사진을 찍어주려고 한다.
몸통 부분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양쪽 소매를 뜰 때는 짝짝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확하게 몇 번째 단에서 몇 코를 줄였는지를 기억해서 똑같이 떠야만 했다. 뜨개질을 하다 말고 가족들 식사를 차려주거나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생기곤 해서 몇 단을 떴는지, 코를 줄였는지 아닌지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메모지를 옆에 놓고 한 단을 뜰 때 마다 몇 번째 단인지 숫자를 적어가면서 뜨개질을 하니 큰 도움이 되었다. 숫자 7을 적어놓고 일곱번째 단을 뜨다가, 둘리양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 즉시 일어나서 밥을 차려주고 다시 돌아와도 단을 세어볼 필요없이 일곱번째 단을 계속해서 뜰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겨울 방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내일부터는 개강 모드로 열심히 일해야겠다. 봄학기가 끝나면 여름 방학 동안에는 또 무슨 프로젝트를 할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겠다.
2022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