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0
조코비치의 과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진정한 테니스 황제

조코비치의 과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진정한 테니스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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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 계에서는 현 랭깅 1위 조코비치 때문에 난리가 아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나와 코난군은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과 동률로 20개를 석권했다. 매년 첫번째로 열리는 호주 오픈에서, 조코비치가 올해 우승 트로피 하나를 더 추가해서 21개 타이틀로 단독 선두로 나서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흔히 말하는 GOAT (goat 은 염소라는 뜻이지만, 대문자로 썼을 때는 greatest of all time, 즉 역대 최고란 뜻이다)가 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 페더러가 무릎 수술로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고, 나달은 얼마 전 발 부상으로 회복한 후 그의 기량이 100% 가 아니어서 가능성은 아주 높기는 하다. 물론 작년 유애스 오픈에서 조코비치를 꺽은 한창 젊은 메드베데프의 우승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조코비치가 평소에도 (백신이 아예 개발되기 전부터) 코로나 백신을 반대해 왔고,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고 호주 오픈에 참가하는 것에 시작되었다. 호주는 그동안 어느 국가보다도 강력한 코로나 방역 방침을 만들어서 수많은 호주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왔었다. 출입국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말이다. 최근 들어서 어느 정도 문을 열어둔 현재의 상태에도 호주에 입국하려면 무조건 백신을 맞아야 하며, 다른 의료 혹은 건강 상의 문제로 백신을 못 맞게 될 경우는 서류로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백신 예외 조항 중에는 최근 6개월 내에 코로나에 감염되어서 회복된 것도 포함된다.

2022년 호주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2021년 12월 10일까지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신청 마감일에 대한 말이 별로 없다. 백신 미접종 말고도, 뒤 늦은 참가 신청도 특혜인 셈이다. ) 백신을 맞지 않은 조코비치는 아마도 출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조코비치에게 갑작스런 변수가 생긴 것이다. 참가 신청 기간이 지난 12월 16일 경에 백신을 맞지 않은 그가 코로나에 감염이 된 것이다. 아마 이 계기로 조코비치와 그의 팀들은 호주 오픈에 출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래서, 호주 테니스 협회에 타진했을 것이고, 호주 테니스 협회는 흥행의 관점에서 보면 호재일 거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조코비치의 대회 참가를 자체 판단 (6개월 이내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느니 입국에 지장이 없을 거란 판단)을 하고는 조코비치에게 통보를 했을 것이다. 조코비치는 페이스 북에 자기의 호주 오픈 대회 참가를 알리는 글을 올렸고, 며칠 뒤 1월 5일 호주에 입국하려 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비자 신청 서류에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서류를 첨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호주 비자를 취소했고, 보통의 경우는 바로 돌아가지만 난민들이나 망명자들이 머무는 호텔에서 기다리면서 항소를 했다.(호텔이 나쁘다고 조코비치 부모가 난리를 쳤고,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언제든지 호주를 떠날 수 있다고 했다.) 판사는 내가 보기에 너무 엉뚱하게도 조코비치의 입국을 허락했다.

이런 과정에 많은 사실들이 알려 졌다. (공공연 백신을 반대한다고 해놓고도) 사생활이라고 말하기를 껴려왔던 백신 접종의 유무와 그가 12월 16일에 코로나에 결렸었다고 호주 테니스 협회에 통보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와 함께, 12월 17일에 세르비아에서 자신의 기념우표 발행기념에 마스크 착용없이 참가한 사진에 알려졌고, 12월 18일에는 마스크 없이 세르비아의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프랑스의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며칠 뒤에는 조코비치가 호주 공항의 입국 심사과정에서 입국 전 14일 동안 다른 나라를 여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스페인을 들렸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2월 16일에 감염이 확인되었고, 22일에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감염 후에 10일 간은 격리해야 한다는 세르비아의 방역법도 어긴 셈이다. 한 술 더떠서, 독일 슈피겔 잡지의 기자가 조코비치가 코로나에 결렸다고 증거로 제출한 (1월 5일 이후에) 코로나 검사 번호로 세르비아에 확인해 보니 처음엔 음성으로 나와있었다고 한다. 이상해서 1시간 뒤에 다시 확인해 보니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쿄비치는 과연 12월 16일에 코로나가 걸렸던 것일까? 아니면 17일과 18일의 행동으로봐서, 사실은 그 이후에 걸렸거나, 아예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으려니 계속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법원에 입국 허가를 했지만, 다시 1월 14일 금요일에 호주 이민부 장관이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입국 비자를 취소했다. “건강과 질서를 바탕으로 조코비치가 보유한 비자를 취소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권한을 행사했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조코비치가 에이전트의 실수라고 변명한 입국 심사 서류의 거짓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후 조코비치는 곧 바로 항소를 했는데, 어떤 법정이길래 너무 친절하게도 조코비치 입국 비자 취소의 정당성을 심사하는 법정이 일요일에 열리고 있다. (호주 사람들이, 판사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

조코비치의 욕심은 이해가 간다. 욕심 없이 이만큼 성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호주 테니스 협회도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에서 깨는 것이 큰 흥행이었겠지만, 내 생각엔 협회가 잘못한 것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잘못된 결정들의 순서의 경중은 이렇다.

첫번째 잘못은 조코비치가 했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 때문에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백신을 맞기 싫다면, 그래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전파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 스스로 백신 접종을 맞지 않아서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면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뒷문으로 어떻게 들어가려고 하지 말고. 그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은 백신을 맞았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다른 선수는 출전을 포기하거나 공항에서 돌아갔다. 그도 그랬어야지…

두번째 잘못은 호주 테니스 협회의 과욕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12월 16일에 코로나 걸렸으니까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 협회의 잘못 매우 크다. 이 협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게 테니스를 혼돈에 빠뜨렸다. 협회장은 사과를 하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스스로 물러나길 충고한다.

세번째 잘못은 첫번째 입국 취소를 번복한 켈리 판사의 잘못된 판단이다. 그가 입국 취소를 번복하지 않았더라면 혼란은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다.

조코비치의 마지막 기회는 이민부 장관의 취소 발표 뒤에 테니스를 위해서 참가를 포기.한다고 스스로 발표하고 떠나는 것이었으나, 그 기회를 날려 버렸다. 한번 더 우승하겠다면 욕심 때문에. 설사 다음 기회에 우승하더라도, 이미 사람들의 마음 속엔 그를 최고 인정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번 잘못된 판단의 후유증으로 다시 한번 더 우승을 할 기회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극소수의 팬들은 그를 환호하겠지만, 다른 많은 팬들은 어떨지..

나에게 GOAT는 로저 페더러이고, 그 다음이 라파엘 나달, 그리고 피트 샘프러스다. 우승 프로피 몇 개 더하고 말고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페더러의 모든 스윙과 발 동작등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동작하나 하나가 교과서 적이다. 거의 모든 스윙 동작이…. 경기하는 동안의 매너도 남다르다. 그도 인간인지라 가끔 화를 내기도 하지만 항상 냉정을 유지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간다. 그래서 과히 ‘테니스의 황제’ 라는 칭호가 걸맞다. 그에 비하면 나달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힘들게 느껴진다. 항상 스핀을 치는 스윙 폼이 때로는 너무 커 보이기도 한다. 또 모든 공을 포기하지 않고 쫒아가는 그의 끈기를 당할 사람이 없겠지만, 때론 보는 사람이 너무 힘들다. 처음엔 별로라고 여겼었지만, 그의 노력과 성숙함에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페더러와 나달은 서로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각별한 친구로서 잘 지내고 있다. 페더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나의 테니스의 우상은 샘프러스였다. 그의 전성기 때에 본 스윙들과 서버는 교과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더러가 한 단계 올려 버렸다.

글을 다 쓴 이 순간에도 법정의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민국을 대표한 변호사가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절차가 잘못되었고, 백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전파하게 될 한 유명인에 대한 예외 조치는 호주 국민들에 위험을 안겨 줄 것이다.

많은 경우에 답은 간단한데, 규칙과 상식을 거스려 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다. 조코비치의 경우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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