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4

우리 동네 새로 생긴 멕시칸 레스토랑, 그리고 저녁은 핏자 파티

 440 total views,  1 views today

아트 선생님은 언제나 내게 고맙다고 말하며 자기가 밥을 사고 싶다고 했다. 나야말로 늘 선생님으로부터 진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얻어 먹고 (남편이 식품 유통 회사에 다님) 저렴한 레슨비로 훌륭한 레슨을 받아 아이들의 미술 실력이 일취월장하니 늘 감사한 마음이고, 그래서 김치나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간간이 나눠주곤 한다. 그런데 내가 왜 밥을 얻어먹을 자격이 있지? 하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내가 매번 모든 레슨 받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데려오고, 새로운 아이들을 영입하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기도 할게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코난군의 친구들이 우리집에 그냥 놀러오기도 하는데 아트 레슨이 있는 날 함께 하교해서 잠시 놀다가 어차피 우리 아이들 때문에 운전해야 하는 차에 함께 태우고 다니는 것이니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 영입에 열심인 것은, 만약에 학생수가 너무 적어서 선생님이 레슨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이 당장 배울 수 없게 되니 그것을 막고자 하는 일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배우면 더욱 재미있어하니, 결국은 우리 애들 좋자고 하는 일에 불과하다.

우리집에서 5분 거리에 생긴 멕시칸 레스토랑 엘 란체로

굳이 감사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여유로운 여름 방학 동안에 한국말로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 우리는 함께 만나 외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트 선생님 부부가 코로나 19에 걸렸다 낫고, 그 다음에는 선생님의 시어머니가 낙상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다녀오는 일이 생겼고, 그렇게 미루다보니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물론 아이들이 다 커서 애들만 집에 두고 (남편은 출근해서 강의중) 나혼자 나가서 외식을 해도 되지만, 어쩐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아트 선생님이 아이들도 함께 나오라고 했다.

덕분에 잘 얻어먹은 아이들

내 한 입 얻어먹는 것도 미안한데 둘이나 더 달고 나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반면에 아트 선생님은 코난아범만 쏙 빼고 우리끼리 먹어서 어떡하냐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음에 선생님의 남편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또 만나서 식사를 하자고 다짐했다.

우리가 간 레스토랑은 우리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는데, 원래는 학교 건물이었던 것을 개조한 곳이다. 지금 둘리양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10년 전 까지는 바로 이 레스토랑 건물에 있었는데 바로 옆 자리의 지금 건물로 신축이전하면서 옛 건물의 급식실 부분은 레스토랑으로, 교실 부분은 스튜디오 아파트로 개조를 했다. 미국 사람들은 100년씩 된 건물도 허물지 않고 고쳐가며 사는 것이 일상이라 그렇다.

멕시칸 밥상

멕시칸 음식은 칠리가 들어가고 쌀과 콩 기타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다. 코난군은 특히 아빠를 닮아 멕시칸 음식을 좋아해서 더욱 잘 되었다.

제일 얼큰해서 다음에는 꼭 시켜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의 음식 – 이름을 까먹었음 ㅠ.ㅠ
내가 주문한 새우 치폴레 요리는 새우가 아주 탱글탱글 싱싱했다.
코난군은 브리또 정식을 먹었고
둘리양은 파히타 정식을 먹었다.
심지어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이렇게 잘 얻어먹을 줄 미리 알고, 답례의 의미로 내가 만든 선물을 전달했다. 올봄 들어 만들기 시작한 이 디자인의 모자는 이제 아주 손에 익어서 하루만에 모자 한 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여름 모자 5호와 6호이다. 우리 동네에 이 모자 쓰고 다니는 사람이 다섯 명, 개가 한 마리라는 뜻이다 🙂
이게 머선 일이고… 하는 듯한 아지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아트 선생님이 선물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우리집으로 함께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또 수다를 나누었다. 그러다 남편이 퇴근하고, 선생님은 귀가하고, 주주가 오고 메이브가 왔다. 화요일 저녁 코딩 레슨으로 모인 것이다. 공짜로 코딩 레슨을 받게 되었으니 그 보답으로 화요일 저녁은 메이브네가, 금요일 점심은 주주네가 핏자를 사오기로 했다. 가르치는 것은 남편인데 밥을 안하는 호강은 내가 누리게 되었으니, 이거슨 왕서방과 곰의 착취 관계인 거신가… ㅎㅎㅎ

메이브의 오빠 루카스도 오라고 해서 세 집의 다섯 아이들이 함께 먹고 놀았다.
여름 방학이라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러고보니 메이브의 엄마와 주주 엄마가 모두 왕씨이다 ㅎㅎㅎ 아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엄마들이 아시아 국가 출신이라 공통의 화제가 있다. (메이브의 아빠는 미국 백인이고 주주 아빠는 중국인, 우리 부부는 한국인이다.) 특히 주주 엄마와 나는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이야기가 잘 통한다. 루카스는 킨더 학년부터 코난군과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쬐그맣던 아이가 지금은 코난군 보다도 키가 더 크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자기들끼리 즐거운 식사를 하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핏자를 먹어도 될 정도로 넓은 집이 좋았고, 얼음물과 빈접시만 준비해도 되는 저녁 식사가 좋았다. 식사 후에 모두가 돌아가고 아이들은 아빠와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이렇게 하루가 또 후딱 지나갔고, 나는 한명숙 선생님과 출판할 책의 원고를 오늘도 한 자도 쓰지 못했다 ㅠ.ㅠ 내일은 기필코… ㅎㅎㅎ

2022년 6월 1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1 Comment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