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9

코난군의 캠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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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가 되는 겉옷을 입어보는 코난군
깔맞춤을 하고 떠날 채비를 마친 코난군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코난군이 친구들과 캠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중학교를 갓 졸업한 미성년 아이들 끼리만 캠핑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일이지만, 그 나이였을 때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었던 마음은 우리도 가져본 적이 있어서 코난군을 돕기로 했다. 또한, 이런 기회에 친구들과 함께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실천하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코난군에게 캠핑의 모든 계획을 친구들과 의논하게 했다. 우리 부부는 마치 없는 사람처럼, 간섭하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꼭 필요할 때만 보호자 노릇을 할테니, 너희들끼리 어디로 가고 얼마나 머물며 무슨 활동을 할지, 경비는 얼마가 들고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등 모든 계획을 아이들끼리 직접 세우게 했다.

짐을 싣고 있는 아빠와 아들

거의 한 달도 넘는 기간 동안에 예닐곱명의 남자아이들이 캠핑 계획을 세우는 것을 지켜보자니 때로는 웃음이, 때로는 한숨이 나왔다 🙂 나보다는 남편이 코난군의 계획을 검토하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했고, 아이들 무리에서는 코난군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었다. 코난군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어딘가로 놀러가는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리더인 코난군을 답답하게 만드는 일이 자주 있었고, 나는 ‘저게 과연 제대로 실행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남편의 숨은 도움으로 2박3일의 캠핑을 한 시간 떨어진 근교 호숫가에서 하기로 결정이 되었고 아이들은 세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하는 때가 왔다. 전기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는 캠핑장에서 사흘 동안 뭘 해먹을지를 의논하는데, 이 철없고 개념없는 소년들은 “I don’t care (난 아무래도 괜찮아)” “It doesn’t matter (아무거나 상관없어)” 같은 소리만 했다. 늘 부모님과만 여행을 다녀서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런 것이다. 텐트의 갯수에 따라 지불할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텐트를 가져와서 총 몇 개의 텐트를 설치할지를 미리 정했는데도 계속해서 자기도 텐트를 가지고 오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그 아이는 1박만 하고 먼저 떠나야 하는데 말이다.

2박 3일 일정인데 짐이 많다

이런 아이들이 다소 한심하게 여겨지기는 했지만, 남편이나 내가 한국에서 그 나이였을 때와 지금 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완연히 달라 그런 것이라 인정하기로 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의 도움없이 아이들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른들의 심부름을 다니기도 하고, 그래서 중고등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런 간단한 여행을 무리없이 다닐 수가 있었다. 하지만 코난군과 그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딜 다녀본 경험이 전무하다. 가게에서 과자 하나를 사먹으려해도 부모가 운전을 해주어야 하고, 학교앞 문방구에서 용돈을 사용해서 물건을 구입해볼 기회도 전혀 없다. 만화방이나 오락실에서 용돈을 탕진하는 경험도 지금 돌아보니 훌륭한 경제 및 자산관리 경험이었다 ㅎㅎㅎ 그래서 더욱더 이번 캠핑 프로젝트가 코난군에게 좋은 교육이 되리라 생각했다.

출발 직전의 신나는 모습

온갖 우여곡절을 극복해서 마침내 그 모든 계획을 다 세우고 출발하기 하루 전인 어제 저녁… 둘리양이 아빠에게 물었다. “나도 이 캠핑에 꼭 가야해요?”

사실은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끼리 가는 캠핑이라면 당연히 함께 가서 즐거운 시간을 누리겠지만, 이번 캠핑에서 코난군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 것이고, 나머지 우리 가족은 투명인간처럼 우리끼리 머물러야 하니 진정한 가족 여행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온라인 미팅이 겹쳐 있었고 (전화로 참석할 수는 있지만), 모기에 물릴 생각을 하니 미리 온몸이 가려워졌고, 멀리 떨어진 화장실과 샤워장, 불을 피워서 해먹어야 하는 식사준비… 둘리양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 가족은 끈끈한 동지의식이 강해서, 가능하면 온가족이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캠핑은 조금 다른 목적이 있기에, 남편도 수긍을 하고 남자들끼리만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 남기로한 둘리양과 나

남편은 자신이 코난군 나이였을 때 친구들과 떠났던 여행이 생각나는지, 혼자 가는 여행이지만 즐겁게 떠날 준비를 했다. 코난군도 친구들과 2박 3일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코난군의 친구들은 각자의 부모가 캠핑장까지 데려다주고 떠나기로 했고, 돌아오는 날에도 부모가 와서 데리고 가기로 했다. 전기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으니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하고 신체를 사용해서 놀거나 자기 손으로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일단 경험하고나면 자신감이 생기는 법이니, 아마도 내년 여름 방학에는 이번보다 수월하게 계획을 해서 또 아이들끼리 캠핑을 간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잘 다녀와~~

둘리양과 나는 가족이 절반으로 줄어든 조용한 집에서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놀 예정이다.

2022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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