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빵 벼락을 맞은 이야기와 코난군 캠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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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 앞줄에 앉은 소녀가 줄리아 이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는 코난군의 스트링 오케스트라 캠프를 마무리하는 콘서트가 있었다. 마지막 곡 연주의 녹화 링크를 캠프에서 보내왔다.

코난군의 자리는 왼쪽 원 안에.

캠프도 콘서트도 로아녹에 있는 한 대학에서 했는데, 우리집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편도 40분 정도 거리이다. 우리집과 바로 이웃인 옆집의 아론은 코난군보다 한 살이 어린데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캠프를 다니고 있어서 두 집의 아빠들이 번갈아 카풀을 했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는 줄리아네 가족도 참석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세 집이 번갈아 운전을 나눠 하게 되었다. 줄리아는 코난군보다 한 학년 높은 누나인데, 아버지가 버지니아 공대 교수라서 블랙스버그에 살고 있고, 곧 코난군도 다니게 될 블랙스버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우영우 김밥 때문에 먹고 싶어져서 만든 김밥

줄리아네 가족과는 예전에 몇 번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는 사이인데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전혀 만나지 못하고 살아서, 처음에 캠프에서 마주쳤을 때 남편은 줄리아네 부모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같은 오케스트라에 다니고 있어서 이제부터는 연습이 있는 일요일마다 카풀을 함께 하면 서로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어서 아주 잘 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습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두세시간 동안 하는데 장소가 로아녹 이어서 아이를 내려놓고 집에 왔다가 다시 데리러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다. 그래서 줄리아네 엄마는 아이가 연습을 하는 동안 카페에 가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우리집 코난 아범은 오케스트라 연습장소가 직장과 5분 거리로 가까워서 자기 사무실에 가서 강의준비를 하거나 하면서 기다리곤 했다. 이제는 옆집의 아론 아빠와도 교대를 하게 되었으니 3주마다 한 번씩만 운전을 하면 되겠다.

직접 키운 깻잎을 넣어 만든 참치전, 생선전, 쇠고기를 많이 넣은 삼색전

카풀 멤버가 된 것을 기념하여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요즘 보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김밥집을 하고, 우영우는 무슨 음식이 들어갔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이유로 늘 아빠가 만든 김밥만 먹는다. 그 김밥이 맛있어 보여서 나도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김밥만 먹으면 부족하니 기름냄새 풍기며 전을 몇 가지 부치고, 인스턴트팟에 김장 김치 한 포기와 돼지고기 한 덩이를 넣고 김치찜도 만들었다. 초대받은 손님이 특별히 못먹는 음식이 없고, 또 꼭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없다고 하면, 나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한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ㅎㅎㅎ 게다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면 맛도 더 좋게 만들어진다.

인스턴트팟으로 간편하게 만든 돼지갈비 김치찜

찐 닭가슴살과 채소를 겨자장에 비벼 먹는 닭고기 냉채도 만들었는데, 상추를 따러 화단에 나갔다가 꽃도 두어송이 꺾어와서 함께 장식했다. 혹시 독성이 있을지도 모르니 장식만 했다가 소스를 뿌려 비빌 때는 꽃을 빼고 먹었다 🙂 나중에 보니 이 날이 복날이어서 복다림 음식으로 먹은 셈이다.

직접 키운 상추를 곁들인 닭냉채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집 갤러리에 걸린 두 아이의 아크릴화를 보고 감탄을 하더니 줄리아도 아트 레슨을 받고 싶다고 했다. 외동 아이인 줄리아는 원래도 말수가 적은 성격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더욱더 집에만 있게 되어서 안타까워하던 줄리아의 부모는 당장 이번 주부터 레슨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트 선생님에게 카카오톡으로 연결을 해주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양쪽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아트 선생님은 학생 한 명이 늘어서 좋고, 줄리아의 부모는 아이가 의욕을 가지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게 되어서 기쁜 모양이다.

빵벼락을 맞았다

아트 선생님은 나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고, 줄리아의 부모는 어제 저녁에 내게 빵벼락을 선사하고 갔다 ㅎㅎㅎ 이 부부는 우리 동네 한인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는데, 빵집 한 곳에서 (둘리양이 즐겨 가고싶어 하는 파네라 빵집)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로 빵을 기부한다고 한다. 예배를 마친 후에 교인들끼리 나눠 먹으며 친교하라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방학이어서 학생인 교인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예배에 오지 않으니 빵이 많이 남아서 처치곤란이라고 했다. 우리집에 초대했을 때 가지고 오려니, 남은 음식을 처리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미안해서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파네라 빵집의 빵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교회에서 남은 빵을 가져다 준 것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빵이 들어온다고 하니, 앞으로도 자주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둘리양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빵을 손에 쥐고 있다
이건 내 손…

빵을 받은 다음날에 캠핑을 갔던 코난군과 코난아범이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모기가 전혀 없었고, 에어매트리스를 안가지고온 친구들은 바닥이 불편했다거나, 후라이팬이 없어서 요리에 불편함을 겪는 등의 사소한 문제 말고는 모두들 즐거웠다고 한다.

코난군의 캠핑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여덟 명의 소년들 – 모두 코난군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다
팬케익을 굽고 있는 코난군

한 명이 한 끼를 책임지고 메뉴를 정하고 필요한 식재료와 조리 도구를 가지고 오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후라이팬이 하나 밖에 없었고, 그 후라이팬을 가져온 아이가 하루 먼저 귀가하면서 챙겨가는 바람에 (사정이 이러하니 후라이팬은 남겨놓고 가기로 이야기가 되었으나 덜렁대다 잊어버린 것이다) 소세지와 베이컨을 요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지를 궁리하는 것이 문제해결 능력인데, (영어로는 Problem Solving Skill 이라고 한다) 학교 공부 보다도 어쩌면 인생을 사는데에 훨씬 더 중요한 능력이다. 이 능력은 책으로 읽어서 배우거나 연습문제를 풀어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캠핑 프로젝트가 아주 좋은 기회였다.

패들 보드를 타는 소년들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기조차 없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처럼 온라인 게임 대신에 몸을 움직이며 놀았다. 서핑보드 처럼 생긴 판 위에 서서 노를 젓는 패들보드를 빌려서 타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테니스 덕분인지 어깨와 팔근육이 우람하다
아이들끼리 준비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코난아범이 엄청난 서포트를 했다
모닥불에 머쉬멜로우 구워먹기는 캠핑에 빠질 수 없는 핵심 활동!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아주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수고한 남편과 무사히 귀가한 코난군에게 벼락 맞은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

2022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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