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국에서 구입했던 재봉틀을 미국까지 가지고 와서 사용했는데 오래 되어서 그런지 제품에 문제가 있었는지 자꾸만 실이 끊어지곤 해서 내다버리고 새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재봉틀 사용에 부담감이 느껴져서 주로 손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은 모든 기계 사용에 능통한 남편이 코난군의 바지단을 줄이거나 할 때 사용해왔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새로산 재봉틀을 사용해서 둘리양의 바지를 수선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새 재봉틀은 발로 페달을 밟는 강도에 따라 바늘이 움직이는 속도 조절이 아주 부드럽게 되어서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 실이 끊어지는 일도 전혀 없었다. 앞으로 재봉틀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자주 만들 것 같다.

며칠 전에 키가 더 커진 둘리양에게 맞는 긴 바지를 몇 벌 사주었는데, 그 중에 두 개는 밑위가 너무 짧아서 (밑위는 가랑이가 나뉘어지는 곳에서 허리까지 길이를 말한다) 바지를 입고 쪼그려 앉으면 엉덩이가 노출될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보다 더 큰 사이즈로 교환을 하면 바지 길이나 허리가 너무 커서 입을 수 없게 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밑위길이를 늘이는 수선 방법이 동영상으로 나와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가장 손쉬운 것을 택해서 시도해 보았다. 오래 입을 정장 바지라면 가랑이 부분을 터서 천을 덧대는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둘리양이 입을 바지는 아마도 이번 겨울이 지나면 작아져서 못입게 될 것이니 굳이 정교한 수선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 허리를 높이고 고무밴드를 덧대는 간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허리부분에 들어가 있는 고무 밴드를 실밥뜯는 칼로 분해한다. 분해한 고무밴드는 다음에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잘 보관해 두었다. 색상이 어두웠다면 이 밴드를 그대로 재사용해도 되었겠지만, 수선 후에 고무밴드가 밖으로 보이는 디자인이어서 흰색 고무밴드는 재사용하지 않았다.

바지 색과 비슷한 고무 밴드를 사서 둘리양 허리에 맞게 잘라 두 겹으로 만들었다. 허리 윗부분은 재봉틀로 단단하게 박음질하고, 아랫부분은 바지의 허리를 끼워서 바느질한다.

고무밴드와 바지를 함께 박을 때는 위치를 미리 표시해두고 그 위치를 잘 맞추어 고무밴드를 잡아당겨 늘인 다음 그 상태를 유지하며 재봉틀을 돌려야 한다. 예전에 쓰던 재봉틀이라면 이런 무리한 작업 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실이 여러 번 끊어졌겠지만, 새 재봉틀은 아무런 문제없이 아주 수월하게 바느질을 수행했다.

원래 고무밴드가 있던 부분과 시접 부분 만큼 허리선이 높아져서 쪼그려 앉아도 엉덩이 노출이 안된다 🙂 단점이라면 고무밴드가 바깥으로 노출이 되는데, 대부분 윗옷을 허리가 덮이도록 입기 때문에 서투른 바늘땀은 보이지 않게 된다. 파란색 바지에 맞게 파란색 밴드를 사서 붙였는데, 작업을 시작할 때는 대낮이었지만, 중간에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아이들 라이드도 하고 하다보니 밤이 되어 완성작 사진은 조명을 켜고 찍었더니 회색처럼 보인다.

다음 작품은 올해의 할로윈을 위한 소품이다.

사탕을 준비해두었다가 트릭 오얼 트릿! 하며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주곤 했는데, 사탕이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 특별한 느낌도 없고 해서 올해에는 호박 모양 설거지 수세미를 만들어서 그 안에 사탕은 한 개씩만 넣어서 나눠주기로 했다. 어차피 사탕이야 발에 차이도록 흔하게 받으니, 색다른 포장에 담아서 주고, 포장재는 설거지를 할 때 사용하면 꽤 오랫동안 할로윈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동네 할로윈꾼들은 대부분 우리 주택 단지 안에 사는 이웃집 아이들이어서,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간 트릿을 주고 싶었다.

호박 한 개 뜨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으니 주말 한 번 지나면 열 개, 스무 개는 만들 수 있다. 동네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남으면 내가 사용하면 되니 넉넉하게 많이 만들 계획이다.

오늘 아침에 아이들에게 방을 청소하도록 시켰다. 전기청소기는 엄마가 해줄테니, 청소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만 제자리에 잘 넣어두고 정리하라고 했다. 아랫층을 먼저 청소한 다음 윗층으로 올라가서 둘리양의 방을 청소기로 밀고 있는데 둘리양이 방문에 무언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청소비” 라고 쓴 봉투가 문에 붙어 있었다. 가지고 내려와서 열어보니 거금 10달러가 들어있었다. 횡재수! ㅎㅎㅎ 이 돈을 받기 전에 내 지갑 안에 현금이 고작 9달러 들어있었는데, 그 보다도 더 많은 돈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매달 용돈을 받아서 그 돈으로 자기 필요한 것도 사고, 아껴서 남은 돈은 엄마한테 선심도 쓰는 대견한 둘리양이다.

한국에서 살 때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면 카트에 물건을 담으면서 머릿속으로 총 금액을 합산할 수 있었는데, 미국에 와서는 그러질 못했다. 2.99, 5.99, 하는 식으로 끝자리수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총액을 계산해봤자, 거기에 세금이 추가되어서 (그것도 품목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공산품이 신선식품보다 세율이 높다.) 내가 지불해야 할 금액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오아시스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했을 때, 세금까지 모두 합한 총액이 88달러로 소숫점 이하로 표시되는 센트없이 딱 떨어지게 나왔다. 위의 계산서 사진에서 모든 금액을 합하면 85달러 85센트인데 세금이 2달러 15센트가 부과되어서 모두 88달러가 된 것이다. 미국 생활 22년 동안 이렇게 센트 없이 딱떨어지는 값을 낸 것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계산대 직원이 말하기를 이 날 하루 동안에만 이렇게 딱떨어지는 계산이 세 번째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오늘 아무래도 복권을 사야겠어’ 라고도 했다 ㅎㅎㅎ 그 총각의 복권 구입 여부와 당첨 여부가 궁금하다 🙂
2022년 10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