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아들이 ‘인싸’이면 경험하는 일

아들이 ‘인싸’이면 경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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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를 줄여서 ‘인싸’ 라고 하는데, 어떤 무리에서 겉돌지 않고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현재 쓰고있는 말이어서, 그럴 것이라 짐작하는 것이다 🙂 우리집 코난군은 친구들과 원만하게 잘 지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견을 내거나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리더쉽도 있어서 인싸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인싸 의 단점이 있으니… 바로 남들이 하는 것은 나도 다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행하는 옷과 신발을 착용한다든지, 최신 기종의 셀폰을 언제나 갈구한다거나,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코난군의 그러한 욕구가 우리 가정 경제를 파탄내지 않는 선에서, 자기가 해야할 일을 먼저 다 마쳤을 때, 허락하고 있다. 원하는 것이 열 개쯤 있으면 그 중에 하나를 겨우 요청하는 둘리양과 달리, 머릿속에 있는 모든 욕구를 다 요청하는 코난군에게는 이러저러한 상황 설명을 하면서 열 개의 욕구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두서너개를 들어주는 토론과 협상의 과정이 재미가 있기도 하다.

인싸 코난군이 다니는 블랙스버그 고등학교에서 이번 주말에 홈커밍 행사를 한다. 한국의 동창회와 비슷한 듯 하지만 무척 다른 홈커밍 행사는, 졸업생들이 모교를 방문하는 일도 있지만 재학생들이 더 많이 즐긴다. 금요일에는 학교 팀이 경기하는 풋볼을 관람하고, 토요일에는 댄스파티에 참석한다. 지역에서 만년 꼴찌를 기록하는 풋볼팀의 경기는 결과에 상관없이 학교 구장에 모두 모여서 함께 응원하는 재미로 족한 것 같고, 다음날의 댄스파티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미국 혹은 서양에서 댄스파티는 그저 춤을 추는 것을 즐기는 일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오래도록 깃들어 있는 그런 행사인 것 같다. 멀게는 신데렐라가 참석했던 왕자님의 무도회가 있고, 일상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신부와 아버지가 고별 댄스를 하고 신랑과 신부가 부부로서 처음 추는 춤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그 예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흥이 나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각종 잔치에서 댄스를 빠뜨리지 않는다.

색상을 맞춰 차려입은 커플

댄스파티에 입고갈 양복 자켓과 드레스 셔츠는 중고가게에서 이미 구입해두었다. 혼자 참석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남친 여친이 있는 아이들은 옷의 색상을 맞춰서 커플룩으로 입는데, 코난군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의 진녹색을 테마 컬러로 정해서 여친인 매들린은 진녹색 드레스를 샀고, 코난군은 진녹색 드레스 셔츠를 샀다. 아빠가 안입는 드레스 셔츠가 몇 벌 있지만 그 중에는 진녹색이 없어서 가게 몇 군데를 돌아보다가 마침내 중고 옷가게에서 만족스러운 색상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옷과 신발을 커플룩으로 마련했으니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ㅎㅎㅎ 작년에 중학교 댄스파티에서는 커플룩도 필요없고 그냥 양복 자켓만 입어도 되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고등학생이어서 졸업반 선배들이 하는 것처럼 더더욱 차림새에 신경을 쓴다 ㅠ.ㅠ 남친과 여친은 똑같은 꽃으로 만든 코사지와 부토니에르를 착용해야 한단다.

여친 손목에는 코사지를 달고 남친의 가슴에는 부토니에르를 단다.

우리 나라에서는 결혼식의 혼주나 주례가 꽃을 가슴에 다는 것을 코사지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서 코사지는 여자들이 손목에 둘러서 착용한다. 한국의 코사지와 흡사한 남자 가슴에 다는 작은 꽃다발은 부토니에르 라고 부르는데 프랑스어에서 기원한 말이고 단추구멍에 다는 꽃 이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남자 양복 깃에 단추구멍이 하나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 꽂는 꽃이라는 뜻이다.

근데 옷은 미리 사두면 되지만 코사지와 부토니에르는 미리 사두면 시들어 버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커플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같은 디자인이어야 하는데 각자 따로 구입하면 커플 맞춤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들린의 엄마와 내가 상의 (했다기 보다는 매들린 엄마가 제안) 하기를, 매들린 엄마가 꽃가게에 셋트로 주문을 해서 금요일 저녁에 찾아서 코난군이 다음날 착용할 수 있도록 전해주고, 꽃값은 반반씩 내기로 했다.

여기에서 끝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리무진을 타고갈 댄스파티 참석자들의 모습. 물론 코난군은 이런 리무진을 타지는 않는다.

댄스파티는 늦은 저녁 시간인데, 그 전에 친한 친구들 무리가 모두 함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단다. 어른들 하는 것은 그냥 다 따라해보는 것이 댄스파티인가보다. 코난군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그들의 여자친구까지 해서 모두 열 여덟 명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코난군의 친구 엄마 하나가 레스토랑 한 곳을 예약해 두었다고 한다. 음식값이야 코난군이 자기 용돈에서 내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레스토랑까지 데려다 주고 레스토랑에서 댄스파티가 열리는 학교까지 태워다 주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서 화려한 리무진을 타고 이동을 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코난군과 친구들은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인데다 이 산골 마을에서 리무진은 돼지 발에 진주반지 보다도 더 안어울리는 일. 각자 집에서 레스토랑 까지는 각자의 부모가 데려다주고, 그 중에서 큰 차를 가진 세 명의 부모는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여섯 명씩 태워서 고등학교가 지척인 우리집 앞마당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집에서 고등학교까지 걸어가면서 아이들끼리 사진도 찍고 놀기도 하고 그렇게 계획을 세웠다.

아들 덕분에 참 별 걸 다 해본다 🙂

2022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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