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3

네 번째 디즈니 크루즈 여행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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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더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디즈니 크루즈를 네 번째로 가게 되었다. 130여일 후에 출발하는 이번 항로는 카리브해를 동쪽으로 돌며 영국령 버진 군도, 미국령 버진 군도, 그리고 바하마에 있는 디즈니섬 캐스트어웨이 키를 들른다. 지난 번에 갔던 서쪽 카리브해 항로에 비하면 기항지가 하나 적고, 정박하는 기항지도 조용한 편이어서, 배 안에서 활동을 즐기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 유럽 지중해가 아닌 다음에야 굳이 추가로 돈을 써가며 관광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이번 항로가 우리 가족에게는 배 안에서 활동을 골고루 샅샅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일정이다.

겨울 방학 동안에 시작해서 완성한 디즈니 담요

거기에 더해서 이번 크루즈는 주주와 주주의 엄마가 같이 가기로 해서, 둘리양은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연말 동안에 두 가족 모두 크루즈 비용 잔금을 완불했고, 2월 중순이 되면 기항지 활동이나 배 안의 활동을 예약할 수 있게 된다. 주주네는 다른 선사의 크루즈는 몇 번 경험했으나 디즈니 크루즈는 처음이어서 내가 정보나 조언을 줄 일이 많다. 아직 활동 예약은 한 달 후에나 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 할 일은 없고, 우선은 배 안에서 선물 교환 이벤트에 참가할 것인지를 정하기로 했다.

타일 한 개를 코바늘 뜨기 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곱하기 40 이니까 60시간 걸린 셈이다.

피쉬 익스텐더 선물 교환 놀이는 디즈니 크루즈 승객들끼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데, 열 가족을 한 그룹으로 묶어서 서로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놀이이다. 선물의 종류와 금액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디즈니 테마를 담은 비싸지 않은, 그렇다고 싸구려도 아닌 소품을 주고 받는다. 보다 개별적인 선물 준비를 위해서 참가하는 그룹에 싸인업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를 적으라고 하고, 셔츠 사이즈를 적기도 한다.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캔디, 알러지 유무, 성별과 나이 등의 정보도 적는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피쉬 익스텐더 그룹을 모으고 있는데 거기에 싸인업을 하기 위해서 주주 엄마에게 이러한 이벤트가 있는데 참가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지난 번 선물 교환이 정말 좋았다며 이번에도 또 참가하자고 했다고 말해주니 주주 엄마는, 우리 가족이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함께 하겠다고 대답했다. 병원 일과 개인 의원 진료에 더해서 대학원 공부까지 하는 바쁜 주주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즐겁기도 하니, 주주 가족이 준비할 선물도 내가 하는 김에 다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40개 타일을 붙이는 작업도 여러 시간 걸렸다.

예상했던 대로, 주주 엄마는 선물 준비를 대신 해준다니 무척 고마운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반드시 자기가 다 부담하겠다고,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선언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2월이 되면 예약할 것 중에 강력 추천하는 것이 사진 팩키지인데,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하지만 전문 사진사가 7박 8일 내내 따라 다니면서 예쁜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에 돈값을 제대로 한다고 했더니, 주주 엄마는 우리 가족의 사진값 까지도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디즈니 크루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를 위해서 선물 교환 준비도 해주고, 활동 예약도 해주는 노력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손크고 통큰 주주 엄마이다! ㅎㅎㅎ 남편과 의논을 해본 결과, 사진값은 받지 않기로 했다. 삼백 달러가 넘어가는 비용을 받기에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가족의 예산이 사진값을 지불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 아니니, 존엄을 지키기로 했다.

피쉬 익스텐더 선물로 줄까 하고 시험삼아 만들어본 미키마우스 컵받침

자존심의 문제보다도, 어쩌면 우리 가족은 주주 엄마에게 정말로 소중하고 특별한 친구로 남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늘 통크게 베풀기만 하는 주주 엄마에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똥파리들이 꼬여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친한 척 하면서 주주 엄마의 선심을 누리다가 뒤돌아서 비웃거나 뒤통수를 치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경험했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래도록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이것도 피쉬 익스텐더 선물 후보이다.

그렇다고 주주 엄마의 선의를 깡그리 거절하면 너무 야박하니까 🙂 적절한 정도의 비용을 베풀게 할 생각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크루즈 안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팝콘을 사게 한다던지 (크루즈 비용에 이미 포함된 훌륭한 음식이 다 못먹을 정도로 많지만, 극장 입구에서 파는 팝콘은 돈을 따로 받는데, 아이들은 그 냄새의 유혹에 못이겨 팝콘을 사먹고 싶어한다.) 둘리양과 주주가 나누어 가질 기념품을 사주는 정도면 적절할 것 같다.

손소독제를 넣는 케이스이다.

이번 학기를 종강하고 아이들도 방학을 하면 곧바로 크루즈를 타러 간다. 그러니 지금 부터 피쉬 익스텐더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정하고 조금씩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가족이 셋트로 입을 셔츠 디자인도 생각해보고 만들어야 하고, 사진을 예쁘게 찍히기 위해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렇게 내 삶의 구심점이 디즈니 크루즈가 되어 가고 있다 🙂 날짜를 카운트다운 하는 것만으로 모자라서, 3개월이 한꺼번에 보이는 달력을 한 번만 더 뜯어내면 크루즈 가는 날이 보이고, 매일 출퇴근에 사용하는 내 차에 주유를 열 번만 더 하면 크루즈 가는 날이 온다 ㅎㅎㅎ 내 차가 휘발유와 전지를 동시에 쓰는 하이브리드 차라서 2주일에 한 번씩만 주유를 하면 충분한 덕분이다.

케이스를 닫으면 미키마우스 모양이 된다.

2023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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