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하고도 벌써 2주일이 지나갔다. 2주전, 그러니까 개강을 목전에 둔 주말 저녁에 누군가가 우리집 벨을 눌렀다.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문을 열었더니 버지니아 공대 아동발달 학과의 최고은 교수가 선물을 전해주러 왔다. 겨울 방학 동안에 한국에서 2주일, 시댁이 있는 일본에서 2주일을 여행하고 이제 막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두 살된 손녀를 양가 부모님들께 보여드릴 겸, 코로나19 동안에 서로를 방문하지 못했던 회포를 풀겸 해서 먼 여행을 다녀왔나보다.

오랜만에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한국과 일본을 다녀왔으면 정신없이 바빴을텐데, 그 와중에 우리 가족에게 주려고 선물을 챙겨온 것이 고마웠다. 아마도 내가 김장김치를 나눠주고 애기 모자와 목도리를 뜨개질해서 선물해준 것에 대한 답례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런 보답을 바라서 한 것이 아니고, 최교수가 내 수업에 와서 특강을 해준 것이 고마워서였다.


도쿄 미루꾸 치-즈 팩토리에서 만든 까망베르 치즈를 넣은 쿠키 샌드위치 한 통과, 예쁜 보자기에 포장된 보석같이 반짝이는 사탕이 선물이었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일본에 다니는 배를 타시면서 자주 일본 제품을 사다주셔서 사용한 적이 많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일본제품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드는 것 같다. 어릴 때 선물받아 사용하던 그 많은 일본 제품들 – 샤프연필부터 우산, 손목시계, 등등 – 은 지금 떠올려봐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예쁜 선물을 들고 왔으니 그냥 보낼 수 없다, 들어와서 저녁이라고 같이 먹고 가라고 권했으나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 시장도 봐야하고 개강 준비도 해야한다며 사양하고 돌아갔다. 다음날에라도 오라고 했지만 시차적응 때문에 피곤했는지 아이가 아파서 오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마침내 우리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설날이 낀 주말이니 떡국과 전 등의 명절 음식을 만들까 하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짜장면과 탕수육 등의 한국식 중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최교수의 남편은 양력설을 쇠는 일본인이어서 굳이 명절이라는 느낌이 들지도 않을 것 같고, 최교수네 아기가 아직 어려서 달큰한 짜장면을 잘 먹을 것 같기도 했다. 짜장면, 탕수육, 튀김 만두를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찍먹 탕수육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손님과 함께 먹기에는 부먹 스타일이 각자 접시에 덜어 먹기 편할 것 같았다. 사실은 원래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서 먹는 것이 아니고, 뜨거운 소스에 방금 튀겨서 더욱 뜨거운 고기를 넣고 볶아서 담아낸다. 그런데 배달 음식으로 탕수육을 조리하자니 고기와 소스를 따로 담아서 내게 된 것이다. 이미 식은 고기에 이미 식은 소스를 부으면 고기와 소스가 따로 노는 맛이 되기 때문에, 차라리 튀김의 바삭함이라도 누리기 위해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원래 방식대로 뜨거운 소스에 뜨거운 고기를 버무렸는데, 튀김옷이 눅눅해지지도 않았고 고기튀김에 소스가 잘 배어들어서 맛이 괜찮았다.

튀김만두도 튀겨낸 후에 오븐 안에 보온 기능으로 보관을 하니 몇 시간 후에 꺼내서 접시에 담아도 여전히 바삭하고 맛있었다. 최교수네 아기는 짜장면과 단무지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최교수네 가족은 이 날도 빈 손으로 오지 않고 맛있는 푸딩 브레드를 사와서 후식으로 나누어 먹었다. 최교수의 남편은 지난 번에 우리집에 왔을 때 지하실의 사우나를 보고 똑같은 제품을 구입해서 요즘 주말마다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탄산수를 한 병 만들어서 책 한 권과 함께 들고 사우나에 들어가서 여유자적 땀을 흘리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과 통하는 점이 많아서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은 가족이다.
2023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