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크루즈를 타는 7박 8일 동안 거의 매일 배 안 곳곳에는 디즈니 캐릭터가 나와서 승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같은 캐릭터라도 그 날의 드레스 코드에 따라 화려한 드레스를 입거나, 선원 복장을 착용하고 나오는 등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사진을 찍어도 다른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디즈니 크루즈에는 사진을 찍어주는 전문 사진사가 여러 명 있는데, 객실의 카드키를 스캔한 다음 사진을 찍히면 몇 시간 안에 사진을 확인할 수 있고 사진으로 인화해서 구입하거나 앨범을 제작하거나 컵이나 가방 등에 사진을 인쇄해서 구입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개별 구입이나 기념품에 사진인쇄를 하는 것은 비싼 가격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지고, 모든 사진을 파일로 받을 수 있는 무제한 디지털 팩키지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디지털 사진은 이렇게 블로그에 올릴 수 있고,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전송해서 보여줄 수 있고, 사진으로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두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족의 수와 상관없이 객실별로 무제한 디지털 사진 팩키지 가격은 300달러에서 조금 모자라는 금액이다. 주주와 주주엄마는 단 두 식구이지만 네 명인 우리 가족과 같은 가격이 책정된 것을 보았다. 주주네와 우리가족은 승선하기 전에 미리 사진 패키지를 구입해서 할인된 금액이 그정도이고, 승선한 다음에 구입하면 15퍼센트가 더 오른 금액을 내야 한다. 처음에 주주 엄마는, 우리 두 가족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 될텐데 굳이 사진 팩키지가 필요한지를 물어보았는데, 내 설명을 들은 후에는 사진 팩키지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무제한 사진 팩키지를 구입하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빠진 단체사진을 찍지 않아도 된다. 전문 사진사가 포즈와 위치 등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전문 사진사는 디즈니 크루즈 안의 모든 캐릭터와 장소와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승객끼리 찍어주는 사진과 비교해서 좋은 사진을 잘 찍어준다. 우리 아이들과 주주는 이제 많이 자라서 부모가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캐릭터가 나오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마음껏 사진을 찍는 것을 놀이삼아 하니, 그렇게 찍은 사진도 다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무제한 사진 팩키지의 장점이다.

수많은 디즈니 캐릭터 중에서 사진찍기 단골 출연자는 미키와 미니 커플, 도날드와 데이지 커플, 칩과 데일은 커플은 아니고 단짝 친구, 플루토, 구피, 스티치, 그리고 디즈니 공주들이다. 계절이나 특정 항해 주제에 따라서 마블 코믹스의 수퍼히어로가 출연하기도 한다. 예전에 알래스카 크루즈를 갔을 때는 미국 독립기념일이 끼어있어서 그랬는지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 토르, 등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미키와 미니는 생쥐라서 래스트 네임이 “마우스” 이고 도날드와 데이지는 오리이기 때문에 래스트 네임을 “덕” 으로 정했다. 캐릭터의 목소리와 말하는 투도 생쥐처럼 오종종하게 말하거나 오리가 꽥꽥대는 소리로 말을 한다. 디즈니 크루즈에 설치된 워터 슬라이드 이름은 아쿠아 덕 인데, 고대 로마의 수로를 말하는 아쿠아 덕트 (Aqua Duct)의 이름을 살짝 바꾸어서 아쿠아 덕 (Aqua Duck) 이라고 써놓고 도날드 덕이 말썽을 부리다가 물길에 미끄러져서 휩쓸리는 장면을 연출해 두었다. 이번에 새로 진수한 디즈니 위시 호에 있는 워터 슬라이드는 아쿠아 덕 보다 조금 더 진화한 형태인데 그 이름을 아쿠아 덩크 (Aqua Dunk)라고 지었다. 캐릭터와 말장난을 섞어서 만든 재미있는 이름들이다.

디즈니 크루즈의 캐릭터들은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싸인을 해주거나 승객과 일일이 대화를 나눈다. 캐릭터 복장을 입고 장갑을 낀 손으로 싸인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아이들이 받아온 싸인을 보니 필체도 아주 멋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리양이 싸인을 받고 있는 공책은 배 안의 기념품 가게에서 주주 엄마가 사준 것인데, 당연하게도 예쁜 만큼 비싼 물건이다. 네 번이나 디즈니 크루즈를 타도 나는 한 번도 사주지 않았던 물건인데, 주주 엄마 덕분에 둘리양이 멋진 기념품을 갖게 되었다. 어떤 아이들은 베개 커버나 티셔츠 또는 액자를 가지고 와서 캐릭터 싸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는 스티치라는 이름을 가진 요상한 동물이다. 원래는 외계인인데 하와이에 불시착해서 자신의 외계인 정체를 숨기려고 귀여운 동물처럼 보이도록 변신한 모습이다. 릴로와 스티치 라는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봐서 그랬는지, 아니면 파란색의 캐릭터가 귀여워서 그랬는지, 암튼 코난군은 스티치를 좋아한다. 이번 여행에서 차 안에서 잘 때 끌어안고 자려고 가지고 온 스티치 인형을 스티치 캐릭터에게 보여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디즈니 공주들은 인형탈을 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상태로 캐릭터 분장을 하는데, 복장만 애니메이션과 똑같이 입는 것이 아니라, 말투와 손짓 몸짓 까지도 똑같이 흉내를 낸다. 가까이서 보면 공주들이 입은 드레스가 아주 고급스러운 천으로 잘 만들어져서 정말로 만화에서 튀어나온 공주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2023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