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이 테니스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남편은 코난군의 경기를 집중해서 지켜보고, 또 다른 부모들이나 테니스에 관해 잘 아는 관중들과 이야기 하느라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두 달 정도 주말 마다 경기를 다니더니 이제서야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순간을 포착해서 찍은 덕분에 코난군의 테니스 자세가 더욱 멋져 보인다. 코난군의 테니스 경기 사진을 대방출 하면서 요즘 내가 느끼는 것을 쓰려고 한다.
지금 현재 코난군은 만 15세, 둘리양은 만 11세, 다음주에 개학하면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신입생이 되는 나이이다. 이 정도 나이의 아이들은 더이상 베이비시터가 필요하지 않고, 아이들만 집에 두어도 부모가 아동 학대 방임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이 이만큼 자라고 나니, 내가 아이들 곁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학교 일은 커녕 집안일도 제대로 못할 상황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자기 방에서 전화나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고, 혼자서 산책을 나가거나 운동을 하곤 하는 덕분에 나는 이렇게 집에서 책상 앞에 앉아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거나, 개강 준비를 위한 문서 작업을 아무런 방해 없이 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각자 할 일을 하며 지내다가도 언제든지 내게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식사 시간이면 음식을 차려주고, 먹는 것을 도와주는 동안에는 항상 다음 할 일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느긋하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을 내었다. 빨리 설거지를 하고 그 다음엔 아이들을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해야 내가 운동을 할 시간이 생기고,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문서 작성을 할 짬이 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팬트리를 뒤져서 먹고 싶은 간식을 찾아 먹기도 하고, 식사를 하는 동안에 흘린 것을 치워주거나 뜨거운 음식을 불어서 식혀줄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거나, 하지 않아도 될 식사 보조를 한다. 예를 들면 마시고 싶은 음료를 따라주거나, 음식을 더 덜어 주거나 하는 일은 이제 아이들이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시간과 마음이 여유로운 나머지 자원해서 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윗층 방에서 내려와 내가 주로 머무는 아랫층에 있는 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다. 코난군이 테니스 시합에서 만났던 비열하고 비신사적인 상대에 대해 비판하면서 스포츠맨쉽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코난군에게 좋은 교육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가치관의 정립과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준다. 둘리양과 새학년 학교 준비물을 쇼핑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즐겁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둘리양이 일깨워 주기도 한다. 어제는 지난 학년 강의 평가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는데, 점수를 높게 받기도 했지만, 나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는 학생들의 코멘트가 많아서 둘리양에게 그걸 보여주며 내가 느끼는 기쁨과 보람의 감정을 나누었다. 아이들은 틱톡에서 보고 들은 뉴스를 내게 전달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아이들이 어렸던 옛날에는 누릴 수 없었던 즐거움이다.
아이들은 다음 주 수요일부터 개학이고, 남편과 나는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개강이어서 다음 주 내내 개강준비와 각종 회의 참석으로 바쁠 예정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간 동안 개강에 필요한 강의계획안을 작성하고 또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연간 보고서도 작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머리를 써야 하고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하는 일은 학교에 출근해서 조용한 연구실에서 하거나, 아이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나 집에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집에서 여유롭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준 덕분이다.
2023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