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이 로우녹 청소년 심포니 오케스트라 (RYSO) 단원으로서 연주를 한 것이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8학년 반 년, 9학년 1년.
단원이 아주 많지는 않아서, 제2 바이올린 주자로 참가하는 오디션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음악을 전공할 것도 아니니, 그저 오케스트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8학년이 끝나고 그동안 연습한 것을 공연이 올리는 자리에서 20년 넘게 지도한 지휘자가 은퇴를 한다고 했다.
이분은 이제 버지니아 텍 교수로도 은퇴를 하고, RYSO 의 지휘자로서도 은퇴한 것이다.
다음에 누가 새 지휘자가 될 지 궁금했다. 사실 이 직책은 보수에 비해서 보내야 할 시간이 많은, 거의 봉사와 다름 없는 자리라 새 지휘자를 구하는 것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다행히도, 로우녹으로부터 약 1시간 떨어진 린치버그에서 고등학교 밴드를 지휘하는 분이 지휘자를 맡게 되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중단없이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으니 아주 잘된 일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첫 해 공연 곡 선택이 정통 클래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영화 음악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이 곡들에 대해 큰 불만은 없었으나, 코난군은 제2 바이올린 파트가 좀 단조롭고 지루하다고 했다. 영화 음악의 편곡이 제1 바이올린 아니면 소리가 큰 관악기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제2 바이올린 파트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코난군에게 훗날에 제1 바이올린에 도전할 생각이 없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실력이 부족하지 몇년이 지난 후에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좀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떠나고 물었다. 약간의 고민 끝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지루한 것보다는 어렵지만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난 5월 시즌이 끝나는 공연 후 교육 디렉터에게 다음 시즌에 제 1 바이올린에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물었다. 그는 새 시즌 시작 전에 오디션을 볼 예정이고 그 때 모든 바이올린 주자에게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약 2주 전에 오디션 방법에 관한 이메일을 받았다.
한 페이지의 악보를 거기에 맞는 속도 (다른 곡에 비하면 다소 빠른 속도)로 연주는 장면을 녹화해서 비디오 링크를 보내면, 비디오를 본 후 심사를 해서 알려 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 이었다.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학교도 가야 하고 주말엔 테니스 시합도 가야 해서 그리 시간은 많지는 않았다. 학기 중에 레슨을 해주시는 바이올린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며칠 바짝 연습하고, 그 중에 괜찮은 것을 오디션 용으로 녹화할 계획을 했다.
이번에 링크한 비디오는 레슨 시간에 바이올린 선생님이 녹화를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레슨이 끝나고 좀 더 연습을 해서 밤 늦게 보내려 했으나, 계속 실수를 하는 바람에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연습을 하면 피곤해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바이올린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약간의 실수가 있는 이 비디오의 링크를 밤 10시 (목요일) 에 겨우 보냈다. 원래 이메일에는 금요일 밤까지 결과는 알려주겠다고 적혀 있었는데, 연락이 없었다. 일요일에 시즌 시작 전 예비 모임이 있으니 그때면 알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비 모임에서 코난군은 평소에 앉는 제2 바이올린의 자리에서 자기 이름을 찾는데 없어서, 제1 바이올린 자리를 봤더니 거기에 이름이 있었다고 연락이 왔다.
잘됐다고 이야기 해주곤, 바이올린 선생님께도 연락을 했다. 덕분에 제1 바이올린주자 중의 한명이 되었고, 지도에 감사한다고.
사실 제1 바이올린 석의 맨 마지막 자리가 될지언정, 잘 됐다고 생각한다. 좀 더 어려운 파트를 연습하다 보면 실력이 조금씩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작은 성공에 축하를 보낸다. 이렇게 한발 한발 좀 더 높은 곳으로 닿아 가는 작은 발걸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