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여도 질려하지 않는 크리미 토마토 숩

아무리 먹여도 질려하지 않는 크리미 토마토 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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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은 파네라 빵집에 가면 늘 토마토 숩과 샌드위치가 함께 나오는 메뉴를 고른다. 파네라의 토마토 숩은 마트에서도 판매하는데 거기에서도 둘리양은 자주 그걸 집어든다. 작은 국그릇 정도 크기의 숩이 파네라 라는 상표를 달았기 때문인지 4-5달러 정도의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파네라에서 숩과 샌드위치 메뉴를 고르면 10달러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어서 큰 부담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숩 한 그릇에 그만한 돈을 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크리미 토마토 숩의 재료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서 마트에 갈 때 마다 조금 더 저렴한 물건이나 특별 세일을 하는 것을 고르고 있는데, 둘리양이 좋아하는 토마토 숩도 완제품을 살 것이 아니라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면 돈을 절약할 수 있겠다 싶었다. 처음 만들어보는 요리라서 실패할지 모르니 분량을 적게 해서 몇 번 만들어 보았는데 둘리양은 물론이고 채소와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코난군 까지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토마토 통조림 한 개에 2달러, 닭육수 한 팩이 3달러도 안하는데 그걸로 숩을 네 번은 끓일 수 있고, 양파는 한 개당 가격이 50센트나 될까? 크림과 버터 등등 모든 재료비를 다 합해도 고작 5달러 정도가 안될 것 같다. 파네라 상표 숩 한 그릇 살 돈으로 한냄비를 만들어서 두 아이들이 이틀 동안 실컷 먹게 만들 수 있다.

잘게 썬 양파를 볶는다

만드는 법도 아주 쉽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료비가 저렴한데 만들기까지 쉬운 요리는 흔하지 않다. 최애 메뉴 당첨이다 🙂
여러 번 만들다보니 재료를 대체하거나 분량도 내 마음대로 조절해서 만들게 되었다.
양파를 볶을 때 원래는 버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버터의 반값인 마가린을 사왔다. 물가가 올라서 버터보다 저렴한 마가린을 한 번 사용해보기로 했는데, 성분표를 살펴보니 몸에 해롭다는 트랜스 지방이 전혀 없었다. 몸에 해롭지 않고 절반 가격이니 맛은 어떨지 궁금해하며 사왔는데, 역시나 고소한 맛이 버터에 비해 부족했다. 볶음 요리를 할 때만 쓰고 빵에 발라 먹을 때는 버터를 계속 쓰기로 했다.

다진 마늘 대신 마늘 가루를 넣었다

양파와 함께 다진 마늘도 볶아야 하는데, 생마늘을 사다가 까고 다지는 것이 귀찮아서 마늘 가루를 넣고 볶았다. 처음 몇 번은 생마늘을 넣고 만들었는데 마늘 가루를 넣고 만든 숩과 맛의 차이가 있는지 물어보니 우리 아이들은 별로 차이를 못느끼겠다고 했다. 생마늘을 사다놓으면 다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은 냉장고 구석에서 시들어가다 썩어서 버리게 되니, 간편한 마늘가루를 계속 사용해야겠다.

투명하게 익은 양파

버터나 마가린에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재료가 투명하고 연하게 익으면 토마토를 넣는다. 내가 검색해서 찾은 레서피에서는 통 토마토가 들어있는 캔을 사용하라고 했다. 처음 몇 번은 레서피에 충실하게 통토마토 캔을 사용했는데 블렌더로 갈 때 덩어리 토마토가 갈리면서 즙이 튀어서 청소가 번거로웠다. 그래서 토마토는 잘게 썰은 것, 아예 죽처럼 갈아놓은 캔, 등 여러 가지를 사다가 숩을 만들어 아이들에 맛 비교를 하게 했다. 이것도 맛의 큰 차이가 없었기에 조리하기 간편한 제품을 사기로 했다. 토마토 껍질을 제거하고 다른 재료 아무 것도 없이 물에 익혀 캔으로 만든 제품은 통짜나 잘게 썬 것이나 가격은 똑같다.

토마토 캔을 따서 넣는다

날 토마토를 사면 껍질을 제거해야 하고 익히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캔을 사용하면 아주 간편하다. 여러 개 사다 놓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할 때 언제라도 만들 수 있다. 서양인들에게 토마토 캔은 여러 가지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어디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다.

닭육수를 넣는다

닭육수, 쇠고기육수, 채소 육수도 서양인들의 요리에 많이 쓰이는 대중적인 식재료이다. 공장에서 대규모 가공을 해서 만드니 집에서 직접 고기를 삶아서 만드는 육수보다 저렴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게 잘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이 숩은 재료 구입부터 조리까지 아주 간편한 음식이라는 결론이다.

핸드 블렌더로 양파와 토마토의 건더기가 보이지 않도록 갈아준다

닭육수와 토마토 양파 마늘이 끓은 다음에는 재료를 곱게 갈아준다. 믹서기에 재료를 붓고 갈아도 되지만, 이런 용도로 사용하라고 핸드 블렌더가 있다. 한국에서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뜨거운 숩을 믹서기로 옮기고 번거로운 설거지를 해야 하는 단계를 건너 뛸 수 있어서 핸드 블렌더가 아주 편리하다. 뜨거운 냄비에 넣고 사용해도 안전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숩을 끓일 때는 핸드 블렌더가 무척 편리하다

재료를 곱게 갈아준 다음 한 소끔 더 끓이고 소금 간을 한 다음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부어준다. 크림을 넣지 않으면 보통의 토마토 숩인데, 우리 아이들은 “크리미” 토마토 숩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림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크림을 넣으면 맛이 부드럽고 고소해지는데 색도 약간 옅어져서 벽돌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뀐다.
마트에 갔더니 생크림이 다 팔리고 없어서 커피 크림으로 주로 사용하는 해프앤해프 를 사왔다. 우유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유지방이 30퍼센트 이상이 되도록 만든 것이 크림인데, 거기에서 유지방만을 추출하면 버터가 된다. 해프앤해프는 크림과 우유가 반반 섞여있어서 (그래서 이름이 반반, 해프 앤 해프 이다) 유지방이 크림보다 조금 덜 들어간 셈이다. 부족한 유지방을 보충하려고 버터를 조금 더 넣었다. 이번에는 고소한 버터맛을 보충해야 하니 마가린이 아닌 버터를 넣었다.

크림은 마지막으로 넣는다

코난군과 함께 아트 레슨을 받는 줄리아네 부모는 가끔 파네라 빵을 나누어준다. 파네라 빵집에서 사회 봉사로 한인교회에 매주 빵을 기부하는데 학생들이 교인 대부분인 교회라서 방학 동안 교인들이 출석을 적게 하면 기부 받은 빵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된다. 줄리아네 부모가 교회에서 빵 분배 담당을 맡고 있어서 가끔 남은 빵을 우리가족에게 나눠주곤 한다.

프렌치 브레드, 일명 바게트

토스트를 만들어서 크리미 토마토 숩과 함께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말린 파슬리 가루를 살짝 뿌리면 초록과 주황의 색 조화도 예쁘다.

토스트와 토마토 숩이 잘 어울리는 맛이다

코난군은 어떤 날은 하루 세 끼니를 모두 토마토숩으로 먹을 때가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주말 동안에 원하는 만큼 실컷 먹으라고 평소 만드는 용량의 두 배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집 오븐 쿡탑에는 보온 화구가 있는데, 음식을 태우지 않고 보온이 될 정도로 아주 약하게 열을 낸다. 그 보온 화구 위에 토마토숩 냄비를 얹어두어서 아이들이 언제 떠먹어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며칠을 연속으로 만들어 주어도 우리 아이들은 계속해서 맛있게 잘 먹는다

토마토 숩을 만들고 보니 얼마 전에 만든 둘리양의 카디건이 바로 이 색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겨울 방학을 시작하면서 방학 동안 심심풀이로 뜨개질을 하려고 온라인으로 세일하는 털실 몇 가지를 샀었다. 월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아크릴사는 보풀이 많이 생겨서 옷으로 만들면 싸구려 티가 많이 난다. 온라인 숍에서 구입한 이 털실은 보풀이 생기지 않도록 가공한 실이라고 해서 아이들 옷을 몇 벌 떠주었다.

토마토 숩 색상의 카디건
봄날씨에 입기 좋게 뜨개질했다

2024년 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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