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군 브라스 밴드 콘서트

미공군 브라스 밴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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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라고 부르는 11월 11일은 미국의 베터런스 데이 이다. 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을 ‘베테랑’ 이라고 칭하는데, 그 베테랑이 이 베테랑이다. 전장에 난생 처음 온 초보 군인에 비하면 산전수전 다 겪어본 군인 경력자는 아는 것이 많고 문제 해결을 척척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원래는 은퇴한 군인을 부르는 말이 일상 용어로도 사용되는 것 같다.
11월 11일이 베터런스 데이가 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이 휴전 협정이 체결된 1918년 11월 11일을 기념한 것이라고 한다.

콘서트 프로그램의 표지

베터런스 데이를 전후로해서 미국 버지니아주 랭리에 기지를 두고 있는 공군 브라스밴드가 순회 공연을 한다.
버지니아 공대에서는 목요일에, 래드포드 대학교에서는 토요일에 공연을 했는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악대라서인지 입장료는 무료였다. 그렇지만 버지니아 공대 공연을 가려면 주차권을 구입하거나 멀리 공영 주차장에 세우고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데 반해 래드포드 대학교 공연은 주차가 덜 붐비고 콘서트홀도 오붓해서 가까이서 음악을 감상하기가 좋다.
마칭밴드를 열심히 하는 둘리양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주말 저녁에 온가족이 나들이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어서 (코난군이 테니스 토너먼트를 다니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다) 래드포드에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사먹고 콘서트에 참석했다.

연주곡 목록

육군이나 해군 군악대도 마찬가지겠지만, 공군 군악대는 하나의 밴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케스트라 밴드, 브라스 밴드, 목관 밴드, 재즈 밴드 등의 다양한 악단이 있다. 둘리양이 연주하는 클라리넷은 목관 밴드에서 연주하는데, 아쉽게도 버지니아 공대와 우리 학교 콘서트에서는 브라스 밴드만 공연을 했다. 그 다음 주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하는 공연은 브라스 밴드와 목관 밴드가 합동 공연을 했다고 한다.

주말 저녁 가족 나들이

군악대의 연주이니 공연의 시작은 미국 국가를 연주하고, 마지막 곡은 베터런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군가 메들리를 연주했다.
아마도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의 노래를 연속으로 연주하는 듯, 연주 중간에 객석에 앉아 있는 은퇴한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을 차례대로 일어서게 하고 관중들에게 박수를 치도록 했다.
어떤 곡은 어릴 때 학교 운동장에서 전교조회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갈 때 틀어주던 행진곡도 있었다.

엄마와 딸

연주하는 곡마다 연주자가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각 파트별 연주자를 소개하는 등 객석과 상호작용하는 공연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연주곡 레퍼토리도 시작과 끝은 군인 노래였지만 중간에는 재즈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공군과 연관깊어 보이는 드라마 스타트렉의 주제가를 연주하기도 했다. 스타트렉 드라마는 여러 시즌이 있는데 그 모든 시즌 주제가를 편곡해서 연주했고 그걸 듣고 있자니 각 시즌의 드라마 내용이 떠올라서 즐거웠다. 이건 트레키 라고 부르는 스타트렉 드라마 광팬들만 아는 즐거움이다 🙂

래드포드 대학교 콘서트홀

인터미션 시간에는 연주자들이 객석으로 내려와서 은퇴한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연장 밖 홀에서는 공군을 모집하는 테이블을 차려놓기도 했다. 둘리양과 나는 그 테이블에 들러서 기념품 볼펜 한 개를 얻어왔다. 징병제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모병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군인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전국을 돌며 홍보행사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 군대에 입대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군에 입대하면 대학 교육비를 면제해주고 건강 보험이나 은퇴 연금 같은 혜택이 보통의 직장보다 더 좋다고 한다. 전투병과 외에도 엔지니어, 의사, 군악대, 기상관측, 등등의 다양한 직종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전공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고 한다. 볼펜을 얻으면서 주워들은 이야기이다 🙂

202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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