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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이 세살 무렵, 둘리양은 아직 태어나기도 전, 지금 사는 명왕성에서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의 조리법을 검색하다가 82쿡 이라는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었다. 여러 가지 음식 만드는 법도 배우고, 서로의 게시글에 댓글로 소통하다보니 얼굴과 실명은 몰라도 닉네임과 요리 사진만으로도 꽤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명왕성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한국 마트가 먼 곳에서 맞벌이하면서 애 둘 키우느라 외롭던 시절에 82쿡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았고, 그러다보니 내 블로그 (바로 지금 여기!) 를 소개하면서 꾸준히 내가 쓰는 글을 읽어주는 독자도 생겼다.

한국으로 오기 한 달 쯤 전에 82쿡 게시판에 한국 여행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을 썼더니 그 중 몇몇 분이 82쿡의 쪽지 기능을 이용해서 한국에 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데다 짧은 기간 동안 전국을 돌아보기 위해서 친구들과의 만남 조차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들과 실제로 만날 수가 있을까 싶었다.

82쿡 회원들 사이에는 “자랑후원금” 이라는 유쾌한 문화가 있다. 게시판에 자랑할 일을 썼다면 그 자랑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한 턱 쏘는 의미로 후원금 기부를 하는 것이다. 물론, 자랑후원금을 내는 것은 전적으로 선택사양이라서 후원금을 안내고 자랑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고, 금액의 기준도 없다. 매월 정리해서 공개하는 통장 내역을 보면 단돈 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한 액수의 후원금이 실명이나 가명으로 입금된다. “아들 합격 감사” “건강 회복 감사” 등의 가명으로 입금한 것을 보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이 생길 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돈을 기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82쿡 키친토크 게시판에서 명왕성의 좋은 이웃에 대한 자랑,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는 우리 아이들 자랑, 내가 잘 만든 맛있는 요리 자랑 글을 자주 쓰기 때문에 자랑후원금을 내야 한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통장으로 입금을 하려면 수수료가 몇 만 원이나 들기 때문에, 기부하고자 하는 돈보다 수수료가 더 많이 든다. 물론, 거액을 기부하면 몇 만 원의 수수료가 별 것 아니게 여겨지겠지만, 내 형편상 기껏해야 글 한 편당 만 원 이만 원이 고작인데 그 돈을 송금하자고 그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쓸 수는 없었다.

통장에 쌓인 자랑후원금을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훌륭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룹홈 이라는 이름의 보호 가정에서 지도 선생님과 살고 있는데, 그 곳을 찾아가서 한 달에 한 번씩 맛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이는 데에 사용한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최고급 요리 재료를 구입하고, 영수증을 첨부한 정확한 지출 내역을 통장 입출금 기록과 함께 82쿡 게시판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뜨거운 한여름 날씨에도 돈까스를 직접 튀기고, 추운 겨울에도 찬물에 손담그는 일을 아랑곳하지 않는 봉사자들이 늘 허름한 앞치마를 입고 일을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내가 앞치마 몇 벌을 직접 만들어 소포로 보낸 일도 있다 🙂

매월 두번째 토요일에 그룹홈에 가서 요리 봉사를 하기 때문에, 이번 한 달 간의 한국 방문 중에 나도 봉사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룹홈이 이사를 해야 해서 7월의 봉사는 한 주간 뒤로 밀렸고, 아쉽게도 내 체류기간을 살짝 빗겨나간 날짜로 바뀌었다.
다른 무엇 보다도 십 수년 간 (내가 지켜본 것만 15년) 꾸준히 봉사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그걸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봉사 모임을 이끌어오신 분들과 만날 기회가 되어서 우리 아이들도 데리고 가서 함께 만났다. 훌륭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교육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또다른 82쿡 회원 한 명은 나처럼 미국 대학원으로 홀홀단신 유학을 와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에서 교수가 된 후배인데, 몇 년 전에 미국 교수를 그만두고 내 모교이기도 한 이화여대 교수가 된 사람이다.
어느날 하루 (2026년7월 6일 월요일) 날을 잡아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졸업한 대학교를 보여주었는데, 서울대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고 학교 구경을 마친 다음 이화여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나서 이 회원에게 문자를 했는데 방학이지만 마침 학교에 나와있는 날이라며 캠퍼스에 도착하면 만나자고 했다.

이 회원은 82쿡에서 내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꾸준히 내 블로그 글을 읽고 사진을 봐와서 우리 아이들이 마치 조카를 만난 듯 친숙하다고 했다. 이 날 날씨가 너무 습하고 더워서 교정을 산책하기는 힘들었는데 마침 새로 생긴 건물 ECC(Ewha Campus Complex) 가 있어서 에어컨이 시원한 실내에서 아이들은 남편과 함께 건물을 돌아보고 기념품 쇼핑을 하라고 하고 나는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커피숍에서 회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지라 더욱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며칠 후에는 서울 구경을 하다가 또 다른 82쿡 회원 분과 연락이 닿아서 먼저 만났던 분들까지 다 함께 만나기도 했다. 일부러 따로 시간을 내려고 했더라면 만나기 힘들었을텐데, 마침 우리가 구경하고 있던 곳이 서울 한복판 (광화문) 이어서 모두들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있었다.

이 날 만난 회원들은 모두 나보다 언니뻘이어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좋은 가르침이 되었다. 넉넉하게 베풀고 사는 모습이 좋아보이기도 했다. 또한, 추천한 음식도 아주 맛있었는데, 과연 82쿡 선배 회원이라 음식의 맛을 잘 아는 것 같다.



어제 오랜만에 미팅이 있어서 학교 연구실에 나갔는데, 이화여대 교수 회원님이 선물해준 곰돌이 인형을 놓고 왔다.

2026년 7월 23일
미국에 있다가 한국 나오면 정말정말 바쁜데 시간 내서 만나 주셔서 감사했어요 소년공원님. 한국에서 알차게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신 것 같아서 기쁩니다. 테디베어 사진 따로 찍어주시는 센스에 감동했고요 ㅋㅋㅋ
한국은 사람잡는 더위인데 명왕성은 여기보다 훨씬 낫겠죠 ㅠ 너무 바쁜 8월이실텐데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소식 전할게요!
우왕~~ 몽블랑 님 드디어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안그래도 주변 사람들 (명왕성의 한국인들)이 한국의 무더위를 살짝 피해서 잘 다녀왔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에게는 그 떄의 날씨도 충분히 너무 많이 더웠어요 ㅎㅎㅎ 한국은 확실히 습도가 높은 것 같아요. 그래서 주방 싱크대에 날파리도 더 잘 생기고 욕실 수건은 잘 안마르고…
물론 그 덕분에 피부 상태는 좋아지는 장점도 있죠 🙂
앞으로도 자주 찾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