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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과부, 연적과 만나다]

…테니스라고 하는 것이 만일 어떤 여자였다면, 아마도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쥐어뜯고 싸웠거나, 아니면 애시당초 김박사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누라의 일기 중에서-

일요일 오후는 비가 안오면 당연히 테니스 시합이 잡혀있고, 토요일 오전엔 노교수 할아버지들과, 수요일이나 목요일 저녁엔 옆집 이박사와, 그리고 나머지 틈나는대로 (토요일 아침이나 일요일 아침, 또는 일이 일찍 끝났는데 ‘테니스 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일 때 등등) 한국사람 미국사람 안가리고 어울려서 테니스를 치는 우리의 김박사.

그에게 바야흐로 쨍하고 해뜰 날이 돌아왔으니, 이름하여 조지아 챔피언쉽 팀 테니스 대회 (두둥!)…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예선전에서 이기면 심지어 월요일 까지도 테니스를 치게되는, 그야말로 먹고, 치고, 자는 신선 놀음같은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대회이다보니, 상금 같은 건 커녕, 3박 4일 동안의 여행경비 마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김박사의 마누라는 졸업을 앞당기기 위해서 여름에도 놀지 않고 세 과목이나 되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다, 생각지도 못한 여름 일까지 하게 되어 방학이라고는 없이, 날마다 공부와 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김박사는 한 달 전부터 마누라의 눈치를 살피며, 통장의 잔고를 계산해보며, 날마다 머리를 굴려보는 것 같아 보였다…

마누라역시 같은 기간 동안 짱구를 굴려보았다… 몇 백 불을 쓰면서 거길 갈바에야, 어디 경치좋은 바닷가를 다녀오든지, 아님 그 돈의 십 분의 일로 집에서 고기나 구워먹는게 더 나을 듯 했다. 게다가 김박사는 그리도 좋아하는 테니스를 실컷 치겠지만, 마누라는 도대체 그 동안 여관방에서 텔레비젼이나 보든지 아님 뙤약볕 아래서 테니스 시합만 줄창 보게 될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마누라에겐 시간과 돈이 동시에 깨지는, 사업성 없는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짱구가 굴러가듯, 시간의 수레바퀴도 열심히 돌아가서… 어느덧 5월 중순이 되었고…마누라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엔 돈버는 재미로 지도교수가 시키는 일을 넙죽넙죽 잘도 해대었으나, 꽃노래도 하루이틀이지 새벽같이 일어나 맨날 삼사십분 거리를 운전하며 밥도 제 때 못먹고 일을 하자니 몸이 배겨나질 못하고, 여름 학기 과목은 숙제가 왜그리 많은지… 심신이 지쳐서 잠시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쌓여갔다.

마누라는 오늘도 땀에 목욕을 하고 라켓을 매고 들어오는 김박사를 바라보았다… 에휴… 저렇게 좋아하는 걸… 원없이 한 번 치게 해주지 뭐. 테니스 코트가 바다라 생각하고, 썬그라스 끼고 일광욕 하면 되지 뭐.

그래서 그들은 로마로 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2002/05/30 00:57:17 에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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