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을 남긴 대로 3주 남짓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습니다.
조지아를 떠날 때 테니스 팀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뉴욕 관광 가이드도 읽어 보지 못한채 3개월 보름만에 보는 아내를 위해 별다른 프로그램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12월의 뉴욕 날씨는 서울의 겨울과 흡사한 것 같습니다. 대신에 바람이 좀 더 심한 것 같구요. 12월말엔 많은 사람도 휴가를 내고 뉴욕 구경을 하러 오는 까닭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 1시간 반 가량을 떨면서 반값에 파는 표를 사기위해 기다렸지만(제값에 사기엔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 제가 알아볼 수 있는 제목의 뮤지컬은 하나도 없기에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5월에 다시 오게 되면 그 땐 관광객도 좀 덜 모이고, 또 기다리기가 훨씬 수월하겠지요.
관광은 못하고 매일 연구소로 출근하면서 보냈군요.
사실 저도 휴가를 다음을 위해 좀 아껴둘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곳 연구소에선 매달 받는 월급내역서에 한달에 1.5일 씩 휴가가 적립되어 나옵니다. 그래서 나중을 위해서 좀 아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가 졸업을 할 때나, 또 이사를 한다면 시간을 내어야 하니까요.
떨어져 있는 동안 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보는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남들에겐 잘해주면서도
자기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겐 소홀이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에겐, 바깥에선 아량을 배풀면서도 자기 가족들에겐 쉽게 화를 내고 짜증도 내고 하는 그런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자기 배우자 때문에 자식 때문에 하루를 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아주 좋은 접시 세트를 구입해서 진열해 놓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유는 손님을 위해서 준비해 두는 겁니다. 그 가장 좋은 접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을 위해서 써야 하지 않을 까요?
마찬가지로 가장 친절이 대하고, 가장 귀를 귀울여야 할 곳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아주 이기적인 자기 자식 사랑과는 구분이 되어야겠습니다. 자기 자식이 바깥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따끔하게 나무랄 줄 알아야 겠지요. 외국에 나와보면 유독 한국 아이들이 버릇이 없고 바깥에 나가도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공중 도덕이나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지요.
어쨌든 때로는 떨어져 사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귀한 줄도 알고.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한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제 일생의 최고 선택은 제 아내를 만난 것입니다.”
저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태껏 많은 선택을 하면서 만족할 만한 선택도 하기도 하고, 또 후회할 만한 선택도 하긴 했습니다만, 남들보다 다소 늦은 선택이었지만 저는 가장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자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