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8년 4월 8일 드디어 한국도 우주인을 배출했다. 마침 내년이면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지 40년이 되는 해라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모양이다. 우주를 향한 꿈에 가슴 설레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지만 자연과학을 현직에서 연구하고 있는 글쓴이의 감회도 남다른 면은 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의 동네꼬마들은 거의 압도적으로 장래 희망을 ‘과학자’라고 말했다. 특목고 진학이 장래 희망인 요즘 초등학생들은 그 분위기를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태권V나 마징가Z부터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개발 소문에 이르기까지 숱한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본격화된 우주 개발도 분명 한몫했다. 1971년생인 나로서는 동네 형들이 “넌 아폴로가 달 착륙하는 거 못
봤지?”하며 놀려대는 것이 무척이나 야속했다.
즐겨 보던 백과사전이나 어린이 잡지는 우주 탐사에 나서는 로켓과 우주선 등으로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달착륙선 프라모델도 아주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나 또한 낙서장에 즐겨 그리던 그림이 새턴V형
로켓이었다. 아폴로 11호가 지구를 출발해 지구 궤도를 돌고 그 궤도를 이탈해 달로 향하고 사령선과 기계선이 착륙선과 결합하고
달 궤도로 진입하고 마침내 달착륙선이 달에 착륙한 뒤 다시 이륙해서 달 궤도를 도는 모선과 결합하고 이제 지구로 돌아와서는
사령선만 귀환하는, 그 모든 숨 가쁜 과정을 잘 기억하지 않으면 대화 상대가 되기 어려웠다.
달과 우주에 인류의 꿈이 있었다
왜 그렇게 우주 개발 계획에 열광했을까. 여기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실현되기 어려운 꿈을 현실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했던 그 유명한 연설, “우리는
1960년대 내에 달에 갔다 올 것입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 그래서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
인류의 문명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중심축의 하나로서 과학기술의 발달을 잡는다면 인류의 문명사는 자연이 인류에 짊어지운 한계를 하나씩 극복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태고부터 짊어지고 가야 할 그 ‘천형’ 가운데 가장 혹독한 것을 꼽으라면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왜 우리는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우리가 한시도 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 발 아래 땅덩이가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겨우 300여 년 전에야 뉴턴에 의해
밝혀졌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시적 욕망은 다소 투박하게 ‘지구 중력 탈출’로 바뀌었다.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래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여전히 지구 중력장
내에서 공기의 양력을 이용한 것이었다. 인간이 몸소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는 지구탈출속도(초속 11.4km)를 체험한 것은 유리
가가린이 처음이었다. 불과 40여 년 전의 일이다.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해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한국도 이제 그 ‘천형’을 벗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남의 우주선과 남의 로켓을 빌려 장도에 나섰지만
그 의미를 가벼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남이 쓰던 봅슬레이를 빌려 타고 한국판 쿨러닝을 질주했던 강광배 감독이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여주었듯이 말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우리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이소연씨의 성공적인 우주비행은 한국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
차원의 우주 개발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올 가을에는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완공되고 거기서 직접 국산 위성을 우리의 로켓으로
쏘아 올린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총 3조6000억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탐사선을 달 궤도에 보내고
2025년 달 표면에 탐사선이 착륙할 예정이다. 우주 공간이 새로운 영토 개념으로 인식되며 군사적, 안보적, 경제적 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립적인 항공 우주 기술을 확보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 이미 항공우주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정된 만큼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산업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유인우주계획에 적용된 기술들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 생존을 위해 개발된 것들이라 일상 생활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을 것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놓칠 수 없는 파급 효과 중
하나다.
그러나 이렇듯 눈에 보이는 효과보다 훨씬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본격적인 한국 우주인
시대가 새로운 세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상상력에 눈을 뜨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는 것
자체가 사회 전체에 큰 활력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요즘 주춤하고 있는 한류 열풍에 한국 우주인 시대가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아직도 한국의 인기 드라마에서 사극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5천 년 역사 그 자체가 훌륭한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이제는 소재 고갈로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영화나 다른 스토리 관련
매체도 마찬가지이다. 소재의 협소함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단면이 있다. 한국 드라마에는 ‘미래’를 다루는 얘기가
별로 없다.
사실 우주선을 날려 보내보지 못한 나라에서 <스타워즈> 같은 영화가 나오기는 참
어렵다. 상상력이 그렇게 대담해질 수도 없거니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현장감과 그 느낌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 중력을 탈출해본 경험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양한 창작 욕구를 자극할 것이다.
기초과학에서조차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이야기 재구성 능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한다는 경험, 한국 땅에서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박찬호 이후로 우리에게 메이저리그는 더 이상 현실에서 불가능한 꿈속의 무대만은
아니었듯이, 이소연 이후로 우리에게 우주는 더 이상 차갑고 낯선 강대국들만의 공간은 아닐 것이다.
기초 과학 교육 개혁 없인 ‘쇼’로 끝날 수도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영화 <아폴로13>을 대학생 시절 처음 봤을 때 나는 사실 경악했다. 지금 여러분들
책상 앞의 컴퓨터만도 못한 대형 컴퓨터도 그러했고 끝없이 생겨나는 문제들과 시행착오를 지켜보며 사람을 우주로 내보내는 게 차라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하고 의심할 지경이었다. 더 나아가서 지금 내 눈앞에 세련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과학이론들이라는 것도 모두
그처럼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극한의 도전들을 극복한 결과물이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눈에 보이는 한순간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있었고 수없이 많은 실패가 있었다. 특히나 우주개발계획과 같은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미국이 1957년 이른바 ‘스푸트니크 충격’에 빠졌을 때 대처한 방식을 한 번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NASA를 창설하고 특히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면서 소련과의 경쟁을 의식한 나머지 무모했던 면도 많았지만 각급 단위
학교에서 기초과학 교육 개혁에 나선 것은 급할수록 원칙에 충실하려는,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강대국이기에 그럴 여유가 있었다기보다 그 절박한 시절에도 나름대로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에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교육 개혁의 내용과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충격’에서 벗어나는 국가적 대처방안이 상당히 종합적이고 깊이 있었다는 점만은 평가받을 만하다.
이렇게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2008년의 한국이 아직도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많은 현직 과학자들은 이번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을 보면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는데, 그 우려의
핵심은 “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정책 당국자 중 아무도 이 사업을 의도적으로 ‘쇼’로만 끝내려고 하지는 않을 게다.
우리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런 종류의 사업에서 무척 중요한 대목, 즉 ‘보이지 않는 부분’이나 ‘원칙과 기본에 속하는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을 때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전기세 낼 돈 없어 연구 못하는 한국 기초과학
가장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이소연씨가 날아가는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하지는 않아서 우주의 크기가 매우 작아 양자역학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기 우주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좀 더 만족스러운 중력이론을 얻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며 현대
물리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중력이론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 한 손에 꼽힐까 말까 할 정도다. 첨단의
중력이론은커녕 글쓴이가 비공식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몇몇 상위권 유명 대학 물리학과에도 일반상대론 강의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버젓이 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해도 상대성 이론 하나 제대로 못 배우고 졸업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우주선에 우주인 태워 보내는데 상대성 이론이 무슨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특수상대론에 따르면 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팽창한다. 즉 시간이 느려진다. 또한 일반상대론은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 역시
느려진다고 예측한다. 이 두 가지 효과는 고스란히 인공위성에 반영된다. 지표상에서 원하는 위치를 알려주는 GPS 위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차량의 내비게이션 장치는 위성에서 보낸 신호를 받는 데 걸린 시간으로 거리를 측정한다. 이
인공위성들이 상대론적 효과를 보정하지 않으면 적어도 지상에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오차가 생긴다.
또 다른 예는 지금 강원도 양양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서울대 김선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수행하는 KIMS(Korea Invisible Mass Search)라는 실험은 우주의 감춰진 질량인 암흑물질(dark
matter)을 탐색한다. 이 실험은 전 세계 학계가 주목하는 실험 중 하나다.
최신의 우주 관측(이 부분 역시 우리나라는 매우 열악하다.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관측도 하지
않고 우주로 나간다는 건 어찌 보면 참으로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자료에 의하면 우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이 겨우 4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물질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 약 22퍼센트이고 나머지 74퍼센트는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암흑 에너지로 존재한다.
암흑물질(그리고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은 현대 물리학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KIMS 프로젝트는 바로 이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전체 실험 규모가 수십억 원에 불과한 이 실험은 최근 전기료
450만 원을 내지 못해 언제 실험이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위의 두 사례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가장 근본적인 밑바닥 수준에서 정말로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절망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주인 프로젝트는 잘못된 짓거리?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NASA 창설과 함께 함께 전국의 과학교육을 한 번 뒤집었던 미국에서도 쓸데없는 과시성 우주계획 때문에 정말 중요한 과학연구가 사장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2007년 나는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추앙받는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책을 번역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미국 과학정책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지난 2004년 자신이
<뉴욕 서평(New York Review of Books)>에 쓴 기사 <잘못된 짓거리(The wrong
stuff)>를 언급하며 유인우주계획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주 공간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모두 다 엄청난 돈
낭비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과학적 가치도 경제적 가치도 군사적 가치도 없습니다. 아주 통속적인 보여주기식 운동경기일 뿐입니다.
극단적으로 값비싼 스포츠인 거죠.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과학과 혼동하지만 말입니다.”
<잘못된 짓거리>에서 그는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유인우주계획(국제우주정거장 완공 및
달과 화성에 대한 우주인 탐사)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 계획에 소요될 예산을 대략 1조 달러로 추정하면서 이 때문에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학실험들, 허블 망원경이나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초단파
비등방성 탐사선) 과학위성이나 혹은 NASA의 새로운 순수과학 프로그램들이 사장된다고 지적했다.
우주인이 행하는 과학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고등학교 과학경시대회 수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굳이
사람이 직접 행할 필요도 없다는 지적은 흥미롭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무인 로켓에 실어 올렸다면 같은 가격에 무려 일곱 대의
똑같은 망원경을 쏘아 올렸을 것이라는 추정은 유인우주계획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와인버그의 주장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에펠탑에 여러
번 오른 사람들이야 올라가봤더니 별것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야 한 번은 올라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을 썼던 미국에서조차 스펙터클 쇼맨십이
최첨단 과학으로 둔갑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낭비해왔다면 한국도 이를 더욱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단계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우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나는 이번
이소연씨의 한국인 첫 우주비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현직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기원한다. 나와 우리 세대는 남의
나라 로켓과 남의 나라 우주인을 보며 과학자와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왔지만 지금 어린 세대들은 우리의 누이를 보며 그 꿈을 키워
나간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최초의 우주인’에 환호만 하지 말고…
그러나 그 소중한 꿈들이 한순간의 쇼나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메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에서 좀 더 대대적이고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기초과학 육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각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내실 있게 가르치고 연구하는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주와 기초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체계적으로 받아 안을 대학에서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요즘 추세는 실용과 경제성의 논리에 밀려 오히려 기초과학이 대학에서 서서히 퇴출되는 분위기다. 교육이나
과학에 경제논리만 적용하면 대단히 위험하다.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관련 분야 핵심 연구 인력의 확보도 시급하다. 이미 보도된 사실이지만 올 연말 발사
예정인 한국형 우주로켓 KSLV-1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액체연료 로켓기술 확보에 실패한 사례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와인버그가 지적했듯이 우주 공간에서는 무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인명 피해 위험성이 높고 비용도 훨씬 더 많이 드는 유인 계획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논의들을 전 사회적으로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이런 문제들이 소수의 전문가 그룹에 의해서만 결정되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 관련
국가 사업은 해마다 그 덩치가 커지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데 비해 그 사회적 논의와 책임과 관리는 매우 허술한 편이다.
특히나 우주개발사업처럼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업일수록 비전문가와 다른 분야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와인버그의 <잘못된 짓거리>라는 기사를 얻은 곳은 텍사스 주립대 대학생들을
위한 대중 강연 안내 웹 사이트였다. 자라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이 세상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 분위기 띄우기에만 열중하는 지금의 우리가 한번은 돌아봐야 할 선진국의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