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와 나 – 첫번 째 글
미국인들은 초기 건국당시 부터 지금까지의 200여 년 동안의 역사를 세대별로 나누어 분석하고 연구해왔다.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는 미국에서 1950년 대에 태어나 미국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현재 미국 사회의 근간을 마련한 세대이고, 그 다음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압구정 오렌지족과 호환되는 개념으로 잘못 알려진 엑스 세대이다. 미국인들의 분류법상으로 나도 엑스 세대에 속한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태어나기 시작한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이다. 그들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 성취를 이룬 베이비 붐 세대 부모에게서 태어나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나는 특별해” 하는 생각을 주입받으며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의지하며 응석받이로 자라난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미국인들은 독립심이 강해서 어릴적 부터 잔디깎기 등을 해서 자신의 용돈은 직접 벌어 쓰고, 대학엘 들어감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등록금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스스로 마련한다” 는 것이다. 이것은 베이비 붐 세대의 삶에는 맞는 말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믿으며, 일개미처럼 근면한 세대의 부모를 둔 덕에 돈걱정 안하고 학교에 다니며 각종 첨단 테크놀로지를 (셀폰이나 랩탑 컴퓨터 등등) 마음껏 누리고 산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기에, 대학에서 전공 선택이나 심지어 다음 학기에 수강할 과목 까지도 부모가 시키는 대로 결정을 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심 강한 미국인과는 거리가 아주 먼 아이들이 바로 밀레니엄 세대이다.
그런 밀레니엄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이고, 그렇게 기존 세대와는 아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이 교수들간의 주요 고민거리가 되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전공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 강의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흥미를 끌지 않으면 수업 중에 바로 노트북 컴퓨터로 채팅을 하고 셀폰으로 문자질을 하는 학생들… 시험 점수가 나쁘게 나온 것은 “특별하게 자라난” 내 잘못이 아니고, 나를 제대로 못가르친 교수의 잘못이며, 등록금을 지불한 이상 에이 학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학생들… 일주일에 평균 6시간 동안 학과 공부를 한다는 학생들… (보통 미국 대학생들은 15학점, 즉 다섯 과목의 수업을 한 학기당 듣는다. 그러니 한 과목당 일주일에 평균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서 숙제를 하거나 예습 복습 시험공부를 한다는 계산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공부를 거의 안한다는 뜻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학문의 깊음을 알게 하고, 졸업후 자신의 분야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게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학과 교수들은 수시로 토론이나 세미나를 해오고 있다. 얼마전 부터는 “대학에 입학한 밀레니얼 세대” 라는 책을 함께 읽으며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아침마다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대학 교육의 나아갈 바를 생각하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울러, 같은 나이의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생활방식을 투영해 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독서감상문이나 미국의 사회적 구조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배우면서 내 자신과 내 부모님의, 그리고 영민이 세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생각을 그저 혼잣말 하듯이 주절주절 풀어놓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 번 글부터는 좀 덜 딱딱하게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