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상, 모든 기존의 틀을 거부하는 반항적인 엑스 세대에 속하는 나이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 머물고, 언제든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오히려 지금 내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고보면, 한국 전쟁 이후 맨땅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부강한 국가를 만들어낸 우리 부모님 세대는 미국의 밀레니얼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와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내 가족사를 보더라도,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셔서 집칸이나마 마련하시고 삼남매 먹이고 공부시킨 우리 부모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기적의 사람들이시다.
그리고 그 슬하에서 보호받으며 자라, 이제 제 앞가름을 할 수 있는 나이와 능력을 갖추었건만, 여전히 부모님께 심적으로 의지하고, 때로는 물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나는, 우리 동료 교수들이 침을 튀기며 비판해 마지않는 “요즘 애들”, 바로 그 밀레니얼 세대인 것이다.
내 나이 삼십대 중반. 시집도 가고, 아이도 낳았고, 공부는 할 만큼 오래 해서 안정된 직장까지 잡았건만,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남대문 시장 옷을 입고, 한국 인삼을 먹으며, 화상채팅으로 어리광을 부린다.
변명을 하자면, 내가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된 데에는 부모님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끝없이 뭔가를 주시고자 하시는 부모님께 “주는 기쁨”을 맛보시라고 나름대로 “효도 차원”에서 주시는대로 다 받아먹고 있다는…
좌우지간, 이렇게 내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와 닮아있으니, 나는 아마도 내 학생들을 남보다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들이 때로는 한심해 보이고 철없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내 자신을 돌아보며 ‘그래, 나는 뭐 그리 잘났으랴’ 하는 겸손한 마음을 품고, 철없는 그들이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인생의 고해를 경험하는 이십대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으로 보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