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5

느리게 돌부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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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최근에 자주 읽게 되었다.
어제는 바흐에 대한 이야기.
오늘은 이창호의 바둑에 관한 이야기.
너무 일찍을 바둑을 배워서 흥미를 잃었게 되어서, 지금의 나의 실력은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실력 그대로다.
반면에 고등학생 때까지 항상 나에게 졌었던 6촌형은 대학에 들어가서는 기원에 살다시피 해서 1급이 되었다.
하긴 나도 테니스를 대학 졸업 후에야 비로서 열심히 쳐서 지금처럼 치지만, 내가 어려서 테니스를 좀 잘쳤으면,
지금은 흥미를 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바둑에 대한 동경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나에겐 이곳 한국 수퍼에서 산 바둑판도 있고, 한국에 잠깐 들어갔다오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이창호 동생이 쓴 이창호에 대한 책도 무협지 보듯이 읽었다.

이창호가 바둑을 잘 두어서 부러운 것도 있지만, 나는 표정관리를 지극히도 못하는 까닭에, 돌부처 같이 속 마음을 알 수 없게 앉아서 바둑을 두는 그의 자세를 본받고 싶지만, 타고난 게 있어서 잘 되지 않는다.
그의 바둑은 느린 듯 하지만 항상 끝에선 이긴다.
한국 사람이면 다 비슷하겠지만, 여태껏 너무 바삐 살아온 까닭에 좀 느리게 천천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천성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서 겪고 나서는 천천히 실수 없이 할려다 보니까, 꼼꼼하단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지하실 공사는 천천히 하고 있긴 하지만, 나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박치문 전문위원이 인터뷰한 글을 나는 정윤수 기자의 블로그에 다시 옮겼다.

– 행마의 속도에 대해 묻고 싶다. 바둑은 전쟁과 닮았기에 스피드는 능률적인 것이고 느린 것은 당연히 기피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9단은 어떻게 느린 행마로 스피드를 제압할 수 있었는가.

“느린 쪽이 단지 둔한 수라면 스피드에 밀릴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능력이 부족해서 둔한 수를 잘 두고 그 때문에
초반엔 자주 밀리곤 한다. 그러나 빠른 게 꼭 좋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느림에도 가치 있는 느림이 있다. 가치 있는 느림은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

– 바둑은 집으로 승부한다. 그 때문에 실리에서 뒤지면 초조할 텐데 이 9단은 태연히 때를 기다리다가 이윽고 추격에 성공하곤 한다. 그 한없는 기다림이 고통스럽지 않은가. 강수를 던지거나 옥쇄를 하고 싶은 충동은 일어나지 않는가.

“누구나 괴롭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가도 초조하지만 뒤에 처지면 더욱 초조하다. 그러나 불리하다고 해서 강수를 던지는
것은 억지일 때가 많다. 많은 기사들이 유리할 때 그런 억지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고수들에게 그게 통하겠는가. 고통스럽더라도
정수를 두며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은 포커 페이스가 절대 아니어서, 포커를 아예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이 느림의 미학도 터득해서 좀 느긋하게, 사소한 일에도 별로 얼굴을 붉힘이 없이 살고 싶다.
테니스를 치더라도, 조금 전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상대가 나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하게 그렇게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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