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박사가 본 세서미 스트릿 (미국 유아교육 티브이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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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어느날, 텔레비젼에서 세서미 스트릿 이라고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자막도 더빙도 없이 영어로만 하는 방송을 한 시간 내내 보았더니, 주제가도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고, 등장인물의 이름이며, 그 프로그램의 제목이 세서미 스트릿이라고 하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세서미 스트릿이 무슨 뜻인지를 몰랐기에 아빠에게 여쭤보았더니, 아빠가 “참깨 거리” 라고 직역을 해주셨다.

참깨 거리? 티브이 프로그램 이름치고는 참 희한하다고 생각하면서 매주 일요일 이른 아침마다 즐겨 시청하곤 했었다. 크고 노란 새, 빅버드의 이마빡에 두 줄기 하늘거리는 깃털을 만져보고 싶었고, 쿠키몬스터가 “암냠냠” 하면서 먹는 쿠키를 나도 한입 먹어보고 싶었다. 어니와 버트 콤비는 서수남과 하청일 아저씨를 닮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bigbird.jpgcookie-monste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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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무수한 인형 캐릭터들은 손발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표정연기가 얼마나 정교했던지, 정말로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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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이 지나서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뽀뽀뽀가 문화방송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아직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어린 내 눈에도 세서미 스트릿에 비해 “시시한” 구성과 “유치한” 내용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세서미 스트릿이고 뽀뽀뽀이고 간에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나중에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 인형극 동아리 활동을 할 때, 잠시 “어떡하면 세서미 스트릿의 그 인형들처럼 표정이 살아있는 인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고, 90년대 후반에 <머펫의 크리스마스> 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극장 간판을 보면서 반가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싶었지만, 친구들의 다수결에 밀려서 보지 못했다).

미국 대학에서 유아교육 강의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과도한 타브이 시청은 해롭지만, 세서미 스트릿과 같이 교육적인 프로그램은 보여주는 것이 이롭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강의 준비및 다른 교수업무를 수행하느라, 내 자신이 그 프로그램을 볼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세서미 스트릿을 본지 30여년이 지난 요즘, 영민이 덕분에 하루에 한 편 이상의 세서미 스트릿을 본다. 영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몬스터는 엘모, 빨간 털이 온몸에 뒤덮힌, “아하하하” 하는 목소리가 귀여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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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인형인 주제에 애완금붕어 도로시를 키우면서. 그날그날의 주제를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엘모


매일매일 보다보니, 세서미 스트릿이 얼마나 잘 만든 프로그램인지 새삼 알게 되었고,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잘 만들고 조작하는 인형극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를 대표하듯 흑인, 남미인, 동양인이 백인 못지않게 고정 배역으로 출연한다. 남자, 여자, 어른과 어린이는 예쁘게 차려입고 예쁜척 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뽀뽀뽀에 출연하는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예쁜 옷과 신발에, 앵무새처럼 아니 녹음기처럼 대본을 외워서 재생하면서 카메라만 의식하는데 반해 – 이런 어린이 출연자들은 대부분분 극성 엄마들의 뒷받침이 크다고 한다 – 참깨거리 사람들은 정말 우리 이웃 거리에서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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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인 것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웃고 놀고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장애를 가진 것이 불쌍한 것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참깨 거리에서 처럼,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사는데, 그들 모두는 다르지만 또 공통점을 가지고, 때로는 서로 돕고, 때로는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상식적이고 지당한 – 그러나 소홀하기 쉬운 – 교육을 하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제각각 다른 피부색, 신체의 크기, 성격, 선호, 장단점을 골고루 보여주기 위해, 세서미 스트릿은 몬스터(괴물) 라는 캐릭터를 주요 등장인물로 기용한 것 같다.

또다른 큰 장점 하나는, 아이들의 주의집중 시간을 고려해서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짧게 분절되어 다른 에피소드와 번갈아 나오도록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빅버드와 스너피가 무언가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보여주지 않고, 한 고비를 넘기면, 그 다음엔 난데없이 쿠키 몬스터가 나와서 <알파벳 C는 쿠키의 첫글자라네>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 다음엔 하나부터 오늘의 숫자인 12까지 동물 사진으로 세어주고, 다시 빅버드와 스너피가 등장해서 다음 고비를 또 넘어가는 식이다.

이런 편집이 어른의 눈에는 산만해 보일 수 있지만, 영민이의 반응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잘 계획된 구성인지 알 수 있다. 조금도 지루해 하지 않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준에 조금 높거나 낮아서 재미가 덜한 코너라도 짧게 지나가므로 참을만 하고, 반대로 아무리 재미난 코너라도 5분 이상 넘어가면 주의를 딴데로 기울일텐데, 그 전에 끝나버리니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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