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야,
병원에서 기브스하고 있던 모습으로 작별한 것이 벌써 한 달 가까이나 되었네.
우리 엄마보다 스무살 이나 아래이고, 나보다는 고작 다섯 살 많은, 그래서 자기보다 한 살 더 많은 조카 사위를 둔 우리 이모.
새로 지은 멋진 집도 장만하고, 또 그걸 유지하느라 열심히 일하고, 또 살림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그런 모습을 보니 참 의젓하고 (이모한테 이런 표현을 쓰다니… ㅋㅋㅋ) 보기가 좋더라.
내가 떠나오기 전에 그 황당한 사고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만하길 다행이야.
집에 오자마자 이모가 챙겨준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궜는데 정말 맛있게 되었어.
그리고 냉동실에 귀중품처럼 보관하는 어묵도 가끔 전자렌지에 데워서 맛있게 먹고 있지.
먹을 때마다 생각해 – 만약에 이모가 지금보다 더 심하게 다쳐서 중태로 누워있거나, 아니면 이 세상을 졸업해 버렸다면, 내가 이 김치를, 이 어묵을 이렇게 맛나게 먹을 수 있을까? 절대 아니겠지.
이모야, 부디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몸을 좀 아끼고 건강을 잘 챙겨줘.
이모가 아프면 착한 이모부 마음이 더 아플 것이고, 또 아이들은 얼마나 불쌍해?
내가 가까이 살면 좀 챙겨주기라도 할텐데…
설날에는 집에 갈 수 있는거야?
암튼간에…
건강하게 열심히 살자 우리 모두.
그리고 언젠가는 미국 우리집에서 이모랑 다시 만나서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잘 대접해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