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아나 주부 싸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의 고민이 <잘 안먹는 우리 아이> 이다.
아이가 먹는 일에 관심이 없고, 제대로 먹질 못해서 말랐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한 시간 동안 물고 있는다, 골고루 먹질 않고 편식이 심하다, 등등…
내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로 일할 때에도 많은 학부모님들이 같은 이유로 교육상담을 원하기도 했다.
그럴 때, 교사로서 내가 드렸던 조언과,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권하는 방법은 이렇다:
-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주지 말고, 한 번에 한 가지씩 새로운 음식을 경험해보게 한다.
- 첫날엔 한 숟가락만, 다음날엔 두 숟가락, 이런 식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의 양을 아주 조금씩 늘려간다.
- 먹기 싫다는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지말고, 정해진 식사 시간이 끝나면, 혹은 아이가 식탁을 떠나면, 가차없이 상을 치운다.
- 간식을 줄여서, 세 끼 식사 시간이 되면 적당한 배고픔을 느끼도록 한다.
- 같은 목적으로,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게 한다.
- 음식재료를 가지고 놀이하거나, 조리과정에 아이가 참여하도록해서 음식에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그
러
나
(철푸덕! 하고 주저 앉는 느낌으로)
이론과 실제는 많은 경우 다르다…
내 아들이 바로, <잘 안먹는 아이> 였을 줄이야…
이유식기를 거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아기음식을 거부할 땐, ‘그래, 홈메이드 음식만 못하니까 안먹지… 입맛이 고급스럽군’ 하고 가벼이 넘겼지만, 이젠 만 세 살이 지나고 건강한 유치 스무 개를 가지고 있으면서 여전히 먹는 일에 관심이 없는 코난군 때문에, 어떤 날은 좌절하고, 어떤 날은 체념하고, 또 어떤 날은 복권당첨에 버금가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다 아이가 잘 먹는 날).
전직 유아교사답게,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기도 하고, 음식을 보기좋게 꾸며서 담아보기도 하고,단호한 방법으로 식사지도를 해보기도 하고… 암튼 내가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 내가 <잘 안먹는 아이>의 부모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전히 위의 모든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는 아이가 있으니 좌절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난군이 어린이집 점심시간엔 잘 먹는다고 한다. 게다가 식사량이 적은데 반해 키와 몸무게는 정상 범위-심지어 키는 큰 편-에 든다고 하니, 엄마로서 마음이 놓인다.
아마도 요 녀석의 체질이 나를 닮아서 아주 소량의 음식으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효율성 높은 대사체제를 가진 모양이다. (이게 바로, 내가 날씬하지 못한 이유! 라고 하면 핑계일까…?)
2011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