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학교 행사에서 먹어본 슬로우쿠커로 만든 바베큐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이렇게 만들기 쉬운 음식이 또 있을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만 빼면, 코난군 같은 어린이도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어제는 일요일, 코난군이 집에서 노는 날이었다.
아침 나절에 프렌치 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을 보느라 아빠 엄마가 티브이에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에 혼자서 잘 놀았던 것에 대한 상으로 코난군 아범이 코난군을 극장에 데리고 가서 쿵푸팬더 2 영화를 보여주었다.
테니스 경기를 보기시작할 때 슬로우쿠커에 넣어둔 돼지고기 한 토막
그리고 그 동안 나는 집에서 모처럼 홀가분하고 조용한 시간을… 즐겼으면 좋았겠으나, 청소며 설거지를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코난군 부자가 귀가를 했다.
서너시간이 지나고 코난군이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왔을 무렵의 돼지고기는 이런 모습이 되어있었다…
포크로 고기를 찢어서…
바베큐 소스를 뿌려서…
이렇게 앉혀두고 코난군과 물놀이를 하러 나갔었다.
이번엔 내 차례…
뒷마당 잔디밭에 비닐 풀장에 바람을 넣고 물을 받아 물놀이를 했다. 재작년, 코난군의 첫번째 여름에 사준 개구리 모양 풀장을 작년에도 잘 쓰고, 올해에도 다시 꺼내보니 너무나 멀쩡해서 잘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재작년과 작년과 올해에 코난군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은 사뭇 발전해서,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코난군 아범은 트리하우스 마지막 마무리 공사를 하고, 나는 코난군과 물놀이를 하고, 저녁식사가 될 바베큐는 슬로우쿠커 안에서 혼자 열심히 익어가고 있는 평화로운 주말 오후였다.
완성된 모습
치즈 한 장 깔고, 매운 맛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핫소스를 더하고 고추 피클도 얹었다.
물놀이가 끝나고 잔디밭에서 물조리개를 이용해 코난군을 샤워시키고, 개구리 풀을 헹궈서 엎어놓고, 뒷정리를 다 하고 들어오니 저녁식사 준비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곤했다.
어젯밤 비바람으로 잔디밭에 떨어진 자두도 한 바구니 줍기만 하고 씻을 기운이 없었다.
왕구슬만한 크기의 우리집 뒷마당 나무 출신 자두
이렇게 피곤할 때, 혹은 더워서 불 앞에서 음식만들기가 싫어질 때, 슬로우쿠커가 참 쓸모있다.
바베큐 샌드위치로 훌륭한 식사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바베큐 샌드위치
그런데 코난군 요녀석은 저녁으로 씨리얼을 먹겠단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래도 아예 안먹겠다는 것이 아니라서 기꺼이 씨리얼 저녁밥을 차려주었다.
씨리얼을 먹고 있는 코난군
우디와 버즈가 밥 잘먹는 코난군을 응원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요즘 햇감자가 참 맛있다. 삶아서 기름에 볶은 감자만으로도 좋은 식사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