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과 함께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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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락은 현미섞은 밥에 홍합미역국, 부추계란볶음, 그리고 군만두 세 개이다.

지난 주말에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C언니가 놀러왔더랬다. 이번에 테뉴어 교수 심사를 받는 언니는, 이제 막 심사자료를 제출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노동절 연휴를 즐기러 우리집으로 온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곧 언니의 생일이 다가오기도 해서 냉동홍합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어 미리 앞당긴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그리고 남은 미역국은 나의 독차지.

코난 아범은 군대에 있을 때 맛이 너무도 없는 미역국을 질리도록 먹은 이후로 미역국이 싫어졌다고 한다.

나는 미역국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남은 미역국을 실컷 먹는 데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부추계란볶음은 예전에 우리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반찬이다.

이것 말고도, ‘이런 반찬도 있었어?’ 하는 말을 듣는 – 우리집에서는 자주 먹던 반찬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 종류의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멸치와 꽈리고추를 간장에 조린 반찬, 다른 것 아무것도 없이 양파만 소금간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서 볶은 반찬, 풋고추만 식용유에 소금쳐서 볶은 반찬, 부추 볶음 등이 그것이다.

C언니와 내가 친하게 지내게 된 계기 중에 하나도 바로 멸치고추조림 반찬이었다. 예전에 내가 아직 미혼이었을 때 조지아 대학교 대학원생 아파트에 아래위층으로 살았는데, 어느날 내가 부엌에서 멸치고추조림을 만드는 것을 언니가 보고는, 그 이후로 서로 집을 오가며 반찬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으면서 친해졌던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언니나 나나 만들줄 아는 음식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뚝딱 반찬을 만드는 것이 신기해보였고, 그렇게 쉽게 만든 반찬 – 언니는 처음 먹어본 – 이 어찌나 맛있던지 언니도 음식 만들기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남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음식 중에 하나인 부추계란볶음을 만든 이유는, 주말에 겉절이 김치를 담그고 부추가 많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엄마가 이 반찬을 해주신 것은 아마도 시장에 부추가 싸게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을 했었다. 양파볶음이나 고추볶음도 빈약한 지갑으로 풍부한 밥상을 차리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어떤 중국요리책에서 부추계란볶음과 비슷한 요리를 본 이후로, 어쩌면 이 반찬은 젊을 때 만주에 사셨던 외할머니로부터 전수된 음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군만두에 얽힌 이야기.

어제는 9월의 첫째 월요일, 미국의 공휴일 중 하나인 노동절 (Labor Day) 이었다.

바로 옆집 론 할아버지께서 휴일맞이 동네 파티를 열기로 했는데 그 초대를 받을 때만 해도 공휴일이니 참석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대답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 학교는 정상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월요일은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강의가 연달아 두 개나 있는 날이 아닌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코난군네 어린이집도 쉬는데 나혼자만 일을 해야만 했던 날이었다.

의리넘치는 코난 아범은 내가 참석못하는 파티에 자신도 갈 마음이 별로 없다고 하더니, 하루 종일 집에서 코난군과 놀아주다보니 갑갑하기도 하고 코난군이 지루해 하기도 해서인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냉동군만두를 구워서 코난군을 데리고 파티에 다녀온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고 잘 먹는 한국 음식 중에 대표적인 것이 군만두이다. 내가 쉬는 날이었다면 잡채나 불고기를 만들어갔어도 인기가 좋았을테지만, 군만두는 누구라도 쉽게 만들수 있고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잘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제법 큰 그릇에 담아간 군만두가 다 팔리고 단 세 개를 남겨서 집으로 가지고 왔던 것을 오늘 도시락 반찬으로 내가 들고온 것이다.

얼핏 보면 매일 비슷한 도시락이지만, 이렇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보면 매일매일의 도시락이 새롭고 재미있다.

2011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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