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기 5> 천수보살이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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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천 개나 되어서 수많은 중생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도와준다는 천수보살.

지난 주는 내가 천수보살이었으면… 아니, 그저 육수나 팔수보살만 되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니면 머리가 세 개쯤 되는 삼두보살이 되거나… ^__^

임신을 하자마자부터 이상하게도 코가 막히거나 재채기를 자주 하는 증상이 있어왔다. 원래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작용으로 몸의 상태가 평소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므로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그런데 지난 주에 코난군과 호두까기 인형으로 땅콩껍질을 까는 놀이를 하다가 발견한 것인데, 예전에 없던 땅콩 앨러지 반응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땅콩 앨러지인줄도 모르고, 흐르는 콧물과 재채기가 열감기를 앓고 있는 코난군에게서 옮은 감기 증상인줄 알았다.

지난 주 어느날 저녁의 풍경이다:

열감기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땅콩 한 봉지를 사와서 호두까기 인형 놀이를 즐기고 있는 코난군, 그 앞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코난 아범, 역시나 저녁을 먹던 나, 그리고 저녁 시간부터 잠들기까지 시간 동안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뱃속의 코난군 동생… 이렇게 세 명인지 네 명인지 알쏭달쏭한 한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있었다.

밥은 관심없고 땅콩만 열심히 까고 있는 코난군을 재촉해서 밥을 먹이랴, 나도 먹으랴, 분주한 와중에 뱃속에서는 돌고래 한 마리가 춤이라도 추는 듯, 내 뱃가죽을 사정없이 훑어내려가며 태동을 하는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땅콩에 대한 앨러지 반응으로 재채기가 나오려다… 말다가… 하고 있는데 코난군과 코난 아범이 동시에 나에게 말을 건다.

“엄마, 왜 넛크랙커는 땅콩도 오픈할 수 있어?”

“다음주에 코난군이 개학하면 당신도 학교에 나가서 일할거야? 아니면 집에 있을거야?”

그 순간에 코난 동생녀석은 내 방광을 꼬집기라도 하는지 갑자기 급! 소변이 마려워지기까지 했다.

“엄마, 응? 왜 땅콩도 오픈할 수 있어?”

“응? 어떡할거냐고? 학교에 출근할거야?”

나: 재채기와 소변마려움. 손에는 밥숟가락 들고 있음. 뱃가죽은 아직도 울렁거리고 있음.

위의 모든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고,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

무심한 티브이 화면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이 우아하게 발레를 추고 있을 뿐…

이건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2012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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