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기 7> 나는 괜찮다고 하고, 보스는 출산휴가를 제발 쓰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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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도 어쩌다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예전 글에 썼다시피, 출산휴가를 쓰려고 보니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 걸려서 그냥 출산 후에 일주일 정도만 휴강을 하고 직장에 복귀하겠다고 결심했고, 학과장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만일의 경우 내 복귀가 늦어질 때에는 이 과목은 이렇게, 저 과목은 저렇게 동료 교수들과 협의해서 강의가 빠지는 일이 없도록 대처하겠다고도 말씀드렸고,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도와주겠다는 동료교수들과도 아무런 무리없이 의논이 다 된 상태였다.

헌데…

지난 금요일에 내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았더니 학과장이신 샌디 선생님이 잠시 이야기를 좀 하자며 찾아오셨다.

연구실 문을 꼭 닫고 내 옆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시며 물으시는 말씀:

너 정말로 출산 휴가를 안쓸거니?

도대체 왜?

출산 휴가는 너의 정당한 권리이고, 대학측에서 너한테 빚진 건데, 그걸 굳이 안쓰겠다고 하는 데에는 말못할 이유라도 있는 거니?

혹시 동료 교수들 눈치가 보여서 그런 거니? 그렇다면 나한테만 솔직히 말해봐. 내가 최대한 도와줄께.

이러시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지난 번 보고서에 썼듯이 – 그렇다! 나는 출산 휴가를 쓰기 싫다고 학과장과 학장님께 보고서까지 따로 써서 올려야만 했다! ㅋㅋㅋ – 그 어느 누구의 압력이나 눈치도 없었고, 다만 내가 가르치는 과목의 특성상 임시 강사를 고용하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고, 또한 내 건강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강의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그랬더니 샌디 선생님이 갑자기 눈시울이 벌게지시면서 “이건 너랑 나랑만 하는 이야기인데… 우리 부부가 사실은 불임으로 오랜 동안 고통받았었어. 남편과 내가 둘 다 교사 출신에다 교육학 교수라서 (샌디의 남편은 버지니아텍의 교육공학과 교수이다) 일평생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해왔는데 정작 우리들의 아이가 없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몰라. 난 출산휴가 한 번 써보는 것이 그렇게도 소원이었단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출산이나 육아문제로 힘들어하는 교수들에게 누구보다도 도움이 되고 싶어. 그러니, 부디 꼭 출산휴가를 써주면 안될까?” 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임신 호르몬 때문인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눈물이 났고, 샌디 선생님도 울고, 둘이서 크리넥스 몇 장을 소비하면서 진정한 후에 우리는 협약을 맺었다.

교생실습 과목은 현재 함께 가르치고 있는 캐롤 선생님이 임시 강사로서 내 학생들까지 맡아서 책임지고 지도하시고 임시 강사 급료를 더 받기로 하고, 케티와 공동강의를 하는 과목은 케티와 나 둘이서 적절하게 협의해서 – 서로 강의 순서를 바꾼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 원래 내가 바라던대로 임시 강사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샌디 선생님이 나가고나서, “정식으로” 출산휴가를 신청하려고 알아보니, 이게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우선 학교 인사과에 신청을 해서 서류를 받아서 작성하고 학과장 서명을 받아서 내야 하고, 보험/연금 관리공단에 전화를 해서 – 상담원과 연결되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 내 출산예정일, 산부인과 담당의사 이름과 연락처, 현재 나의 보직, 내가 쓸 휴가의 종류와 순서 (나중에 쓰겠지만, 간단히 “출산휴가” 라고 쓰는 것이 아니라 무척 복잡한 시스템이 있다), 사회보장번호, 집주소, 전화번호, 등등 오만가지의 정보를 알려주고, 팩스로 또다른 서류를 받아서 작성해서 학교 인사과에 내야만 했다.

그러고도, 출산일이 보고한 예정일과 다른 경우에는 추가 보고를 또 해야만 한단다. 나원참, 원참나, 참나원… 쓰기싫다는 휴가를 제발 좀 쓰라고 눈물로 호소하질 않나, 쓰기 싫은 휴가 쓰겠다고 한 시간 가까이 전화와 팩스에 매달려 귀찮은 서류작업을 해야하질 않나…

그 출산휴가라는 것도 사실은 출산휴가가 아니라, 처음 한 주일은 병가, 그 다음 4주는 장애휴가, 그 다음 한 주간은 가족관련 휴가, 그리고 나머지 한 주일에서 하루 모자라는 휴가는 월차 정도로 볼 수 있는 개인 휴가, 이런 식으로 갖다 붙여서 쓰는 방식이다.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니 병가를 가장 먼저 써야하고, 애 낳고 한동안 운신이 불편하니 장애휴가를 쓰고, 새로운 가족구성원이 생겼고 그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니 가족 휴가를 쓰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이다. 만일 이 순서가 뒤바뀌면 최대한 쓸 수 있는 휴가 기간이 짧아지므로 유의해야만 한다.

참 복잡하기도 하지…

코난군을 낳았을 때에는 추수감사절과 겨울방학이 끼어있어서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두 달 가까이 집에서 푹 쉬었더랬어서 휴가 한 번 쓰는 것이 이렇게 성가신 일인줄 미처 몰랐다.

암튼간에, 복잡했던 휴가문제도 일단락 지었으니 이젠 그야말로 카운트다운이다.

2012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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