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이 드디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만세다, 만세야!
아이를 낳고 처음 한 달 정도는 데리고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쉬웠지만, 생후 두 달이 되자 체중이 두 배로 늘어났고 그만큼 울음소리도 커진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가 퇴근한 날 저녁이면 금새 곯아떨어질 정도로 피곤했다.
원래 6월 1일부터 새 학년도가 시작되지만, 운이 좋아서 한 달 먼저 입학하게 되었다. 4년 전에 코난군의 첫 선생님이었던 마가렛 선생님…
코난군이 처음 어린이집에 가던 날, 2008년 4월 1일에 찍은 사진이다.
그동안 어린이집 복도에서 나랑 마주치기만 하면 “코난군 동생은 언제 태어나서 자기반에 오느냐”고 물어보더니… 예정에 없던 둘리양이 태어나서 드디어 마가렛 선생님 반에 다니게 되었으니…
쳐다보고 말을 걸어주니 무척 좋아하는 둘리양
어떤 사람들은-특히 한국인 정서상-이렇게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 하거나 매우 안쓰러워 한다. 하지만 내 신조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이다.
나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고, 심지어 유아교육을 공부해서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기까지 했다. 즉, 어느 누가 봐도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데 있어서 전문가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을 내 집에서 내가 데리고 보호하고 가르치는 것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거기에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 이라는 필수 조건과, 내가 풀타임으로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둘리양을 두 달간 내가 데리고 있었지만, 하루 24시간 중에 온전히 아이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주의를 기울인 시간은 서너시간이 채 못되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아이에게 젖을 물린채로 이메일을 쓰거나 전화통화를 해야했고, 아이를 한 팔에 안은채 강의준비를 하거나 채점을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린이집 교실에서는 두 명의 선생님이 여섯 명의 아기들을 돌보는데, 번갈아 쉬는 시간이 있으니,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온전히 아이들을 돌보기만 한다. 개개인 아이를 먹이고, 갈고, 재우고, 말을 걸고, 놀이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따라서 아이들은 집에서 딴짓에 바쁜 엄마보다도 선생님의 시선과 주의집중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교실 환경은 또 어떤가. 바닥에 업드린 자세에서 조차 바깥 풍경이 보이도록 설계된 창문 밖으로 사계절의 변화가 보이고, 전기 스위치나 콘센트는 아예 아이들 손이 닿지 않게 숨겨져 있고, 뾰족한 모서리라고는 없는 가구와 설비가 있는 교실은, 가정집 거실보다도 훨씬 더 안전하고 교육적이다. 부모가 다 사주기엔 비싼 놀이장비나 장난감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고, 아이들이 지겨움을 느끼지 않도록 매 주 새로운 것으로 교환해서 내주고 있다.
게다가 젖을 떼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간식과 급식까지 다양한 메뉴로 제공해주니, 매월 지불하는 등록금이 오히려 싸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제대로만 운영하면, 어린이집은 유아교육에 정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장과 교사의 자질이 흘륭해야 하고, 그 훌륭한 자질과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2012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