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업데이트: 2012년 헤드스타트 학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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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디씨 에서 유아교육 관련 학술대회가 있었다.

1960년대 존슨 대통령의 빈곤 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무상 유아교육 프로그램 헤드 스타트 는 그 이후 60년 이상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교육복지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무상 유치원 교육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활을 돕고, 의료 영양 사회복지 전반에 걸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효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리서치를 하고 정기적으로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하는데, 지난 번 내가 참석했던 그 학회가 바로 2년마다 열리는 헤드스타트 리서치 컨퍼런스 였다.

헤드 스타트와 나의 인연은 내 박사과정 논문 연구에서 시작되는데, 약 3년 여의 기간 동안에 수 백 명의 헤드스타트 어린이들을 관찰하고 지능과 신체발달 검사를 실시하고 교실환경을 평가해서 분석한 것이 바로 내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지금도 버지니아 헤드스타트 에이전시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서 감독하고 있으니, 헤드 스타트에 관해서 나는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아는 것이 많다고 하겠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와중에, 그것도 테뉴어를 받아서 리서치에 관한 중압감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꾸준히 학회를 다니며 연구결과를 발표할 동기부여가 쉽게 되지는 않는다. 

자칫하면 놀고먹는 게으른 교수의 표본이 되기 딱 좋은 상황에서 친구가 나를 돕는다. 바로 한국 경기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인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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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수와 나는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91학번 동기이다.

부교수는 보살펴야 할 가족이 없는 싱글인데다 테뉴어 심사를 앞두고 있고, 또 나보다 월등한 학문에 대한 열정 때문에 외국 학회에서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무척이나 갈망하고 있는 친구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학위를 마친 이유로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높다. 그래서 나와 함께 공동 발표를 하곤 하는데, 그 덕분에 부교수는 외국 학회 발표 경험을 쌓아서 좋고, 나는 연구활동에 게으름을 부리지 않을 수 있어 좋으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이번에는 부교수가 지도하고 있는 박사과정 대학원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학회에 참석하고, 미국 관광도 하고, 또 우리집에 와서 며칠 함께 지내며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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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교수의 박사과정 지도학생들과 함께 학회장 입구에서

이번 학회에서 발표 주제는 한국에서 이제 막 시작된 어린이집 인증평가 재인증 과정에서 원장과 교사가 인식하는 장점과 개선점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상 연구의 진행은 한국에서 부교수가 거의 다 했고, 나는 학회측에 프로포절을 제출하고, 연구내용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 전부이다.  한 편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조만간 부교수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해서 영어로 논문을 써서 미국 학회지에 게재하는 일에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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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자료 앞에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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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스터 세션 발표를 선호한다. 내 연구에 관심있는 청중과 일대일로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정보 교환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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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군은 아빠과 박물관 구경을 가고, 둘리양은 유모차에 재워서 학회장에서 내가 데리고 있었는데, 잠에서 깨서 울 때는 이렇게 안고 발표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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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전공의 잇점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

어느 누구도 아이를 안고 발표를 하거나 심지어 강의를 해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아, 저 교수는 유아교육을 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연구하고 있구나” 하고 좋게 봐주기까지 한다. ㅋㅋㅋ

학회가 열린 곳이 워싱턴 디씨 이고, 그 곳에는 백악관이나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을 비롯한 좋은 구경거리가 많았다. 마침 우리 발표는 학회 첫 날로 일정이 잡혀 있어서, 발표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워싱턴 디씨 관광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좋았던 것은 부교수의 지도학생들이 모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과 원장님 출신이어서 코난군과 둘리양을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돌봐주셨던 점이다.

사실 아직 유치원생인 코난군과 이제 막 백일을 지난 둘리양을 다 데리고 왕복 여덟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열리는 학회를 다녀오려고 계획할 때에는 다소 걱정이 되고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홍선생님과 윤선생님은 코난군을, 김선생님은 둘리양을 전담마크 해주시면서 여행을 하니, 오히려 남편과 둘이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마음도 놓였다. 사실 학교에서의 지위는 교수와 대학원생이지만, 모두가 부교수나 나보다 연배가 높고 인생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라, 함께 지내는 동안에 언니처럼 마음 푸근하게 대할 수 있었다.

DSC_8432.jpg백악관 앞에서

학회장에서 우연히 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셨던 프릿쳇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워낙 바쁘게 학회 참석 준비를 하느라 발표자 명단을 미리 보지 못했는데, 프릿쳇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 학회에 참석하는 줄 모르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학회장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는데 얼마나 서로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나를 비롯해서 프릿쳇 선생님이 지도하셨던 학생들중 대부분이 교수가 되었는데, 그 중에 테뉴어 받은 교수는 내가 처음이라고 하셨다. 내가 선생님의 첫 지도학생이라 그런 것이다.

코난군이 태어났을 때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듣고는 아기옷 선물을 우편으로 보내주셨는데, 둘리양은 학기 중 워낙 바쁠 때 태어나기도 했고, 둘째 아이라 굳이 멀리 사는 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어서 프릿쳇 선생님은 둘리양이 태어난 줄도 몰랐다고 하시면서 많이 예뻐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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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사과정 공부를 할 때 갓난쟁이 애기적부터 킨더가든 학생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던 프릿쳇 선생님의 외동딸 매기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있었다. 선생님의 남편 미스터 프릿쳇은 그 동안 학위를 마쳐서 또다른 닥터 프릿쳇이 되셨다고 한다.

프릿쳇 선생님 부부는 예나 지금이나 넉넉한 체구에 변함이 없는데, 그 작고 인형같기만 하던 매기가 어느새 부모님을 닮은 몸매가 되어가는 것은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똘똘하고 부모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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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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