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방학 동안에 머리 손질이며 코난군 생일파티, 워싱턴 디씨 방문 등등으로 바빴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던 것은 김장이었다.
작년에 배추 두 박스를 담궜더니 이 집 저 집 풍성하게 나눠먹고도 아직 묵은지가 작은 통으로 하나 가득 남아있어서, 올해에는 배추는 한 박스만 담고, 다른 종류의 김치에 도전해보았다.
올해 고춧가루는 지난 여름 부교수네 박사과정 학생들이 선물해준 상품이 있어서 더욱 신이 났다.
양념을 아끼지 않고 팍팍 버무린 김장김치의 기본인 배추김치가 김치냉장고에서 숙성을 마치고 장기저장 상태에 있다. 당분간 먹을 만큼씩 덜어서 부엌 냉장고로 옮겨두었다.
그리고 너무 맛있어서 몇일만에 다 먹어버리고 이것밖에 안남은 파김치. 미국 파는 한국의 쪽파에 비해 크고 억센 편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소금물에 절였다가 김치 양념으로 버무려 하루 정도 실온에서 익히고나니 그냥 먹어도 좋고, 라면을 끓일 때 가위로 잘라서 두어 개 넣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 난다. 이 다음에 위싱턴 디씨 한국 마트에 갈 일이 있으면 또 사다가 더 담궈야겠다. 우리 동네 미국 마트에서는 한 움큼에 거의 1 달러 가까이 하는데 반해, 한국 마트에서는 네 묶음에 1 달러 밖에 안하는 훌륭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올겨울의 야심작은 바로 오징어 다리 깍두기이다. 마른 오징어를 술안주나 간식으로 먹을 때 몸통만 먹고 다리는 질겨서 안먹고 남겨둔 것이 많이 있었다. 깍두기를 담을 때 남은 오징어 다리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넣고 함께 버무려 며칠을 두었더니, 무에서 나온 물에 오징어 다리가 불어서 먹기 좋을만큼 쫄깃거리고, 김치국물도 아주 맛있어졌다.
가까이서 본 오징어 다리
고추김치와 갓김치도 담궜다.
그리고 어제 토요일의 한가로운 오후 풍경이다. 바둑을 두고 있는 코난 아범… 누구랑??
바로 옆 집에 새로 이사온 노부부네 사위인 크리스 이다. 크리스는 래드포드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그 아내는 버지니아 공대 교수인데, 부모님집 가까이 살아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끔 맡기곤 한다.
지난 일요일 옆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바둑 이야기가 나와서 어제 우리집에 와서 바둑을 두었다. 인삼차를 마시면서 바둑을 두는 미국 남자… 앞으로 코난아범과 좋은 친구가 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추수감사절 방학동안 코난군과 엄마가 함께 만든 진저브레드 하우스. 헨젤과 그레텔을 잡아먹으려던 마녀가 살던 과자로 만든 집이 바로 이렇게 생겼다.
식탐이 없어도 너~~무 없는 코난군은 이렇게 많은 과자와 캔디를 단 한 개도 입에 넣지 않고 예술작품으로만 승화시켰다.
2012년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