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에 간 곳은 부쉬가든 이라고 하는 놀이 공원이었다. 부쉬가든은 플로리다 말고도 미국 전역에 지점이 있는 곳이라 이번 여행에서 굳이 가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곳인데, 후배네 가족이 연간회원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올랜도에 있는 씨월드와 연계해서 싸게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어서 가게 된 것이었다.
이 날, 날씨가 오전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려서 놀이공원 가는 것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초밥이 무제한으로 나오는 일식집에서 배부르게 맛있는 식사를 일단 했었다. 뷔페처럼 음식을 직접 가져다먹는 것이 아니고, 종업원에게 메뉴판에 있는 것을 골라서 주문하면 정말 무제한으로 가져다주는 시스템인데,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게 싸고, 음식은 훌륭했었다. (어른은 10달러, 아이는 5달러가 채 안되는 값)
배가 빵빵해지도록 밥을 먹고 나오니 마침 날씨는 맑게 개었고, 아이들은 발산해야할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고, 어른들은 소비해야할 칼로리가 많았다. 그래서 부쉬가든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탄 것은 싸파리 열차.
기차를 타고 가면서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빠와 아들이 함께 탔던 범퍼카. 후배네 아들과 남편.
우리집 코난군과 코난아범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신이났었다.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도록 설계한 어린이 놀이터. 날씨가 따뜻한 플로리다 지역이다보니, 한겨울에도 이렇게 분수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 동네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처럼 보기 좋은 풍경이 또 있을까.
야자수와 푸른 열대식물이 우거진 가운데 물미끄럼을 타는 모습을 보니, 과연 여기가 플로리다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물이 이렇게나 많이 튀어서 옷이 많이 젖을 줄 알았는데…
그것은 구경하는 사람에게 시각적 효과였을 뿐, 정작 미끄럼을 탄 사람은 이렇게 멀쩡했다.
아이들만 옹기종기 모여앉은 이 곳은…
엘모와 쿠키몬스터가 출연하는 세서미 스트릿 쇼 공연장이었다.
이 때부터 코난군은 조금씩 대범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엄마나 아빠가 없이 혼자서도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놀이기구를 작동해서 높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조절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엄청나게 큰 스폰지 놀이터 위에서 아이들끼리 마구 뛰고 뒹굴며 놀기도 했다.
후배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재미있다보니, 마음속에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또 아이들끼리만 누리는 즐거움을 맛보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예상보다 강행군으로 매일매일 놀이공원을 다녔지만, 코난군도 둘리양도 피곤하거나 병이 나거나 하는 일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우리 가족은 한없이 행복했다.
2013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