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두 아이들은 이렇게 잘 놀고 있었다.
코난군은 블럭으로 성을 쌓았고…
그 성에는 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성을 파괴하려는 악의 세력이 있었으니…
“으하하하~ 다 부숴버리고 말거야~~~”
그래서 코난군은 정조대왕의 화성 축성 마냥, 장난감 자동차와 장난감 상자로 산성을 둘러 쌓기에 이른다.
둘리양은 장난감 상자 속의 여러 가지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서 오빠의 건축물을 더이상 탐내지 않게 되었고…
코난군도 더이상 파괴의 염려없이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첫 돌이 다 되어가는 늦은 나이에 이제야 겨우 이가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는 둘리양은 이렇게 무엇이든 입에 넣고 맛을 보려한다. 조심성이 아주 많았던 코난군은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이다.
이번 학기는 강의를 많이 맡아서 더욱 바빠진 코난아범은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틈을 타서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다보면 자꾸만 무언가 마시고 싶어진다. 코난 아범이 직접 갈아서 내린 원두 커피와, 우리 부부의 체중 관리를 위해 사다놓은 다이어트 소다가 보인다.
부엌에 있는 간이 식탁 위의 정리 안된 물건들은 우리 가족의 주말을 보여준다.
왼쪽 귤 접시 아래에 하얀 박스는 토요일 아침으로 사다먹은 케롤리 도넛이고, 그 옆의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박스들은 토요일 저녁으로 먹고 남은 것들이다.
종이 튜브로 만든 건 무사 코난군의 검이고, 그 옆의 노란 오리 두 마리는 토요일인 어제 낮에 로아녹에서 열린 홈앤가든 엑스포에 가서 두 아이들이 앵벌이로 득템한 것이다. 식탁 한 가운데 있는 캔디 몇 개와 은색 병따개도 모두 엑스포에서 얻어온 것이다.
홈앤가든 전시회에서 코난아범은 금속소재 지붕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었고, 코난어멈은 여닫이 문이 달린 욕조를 구경한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코난군은 보트와 자동차에 올라타서 놀았고, 둘리양은 늘 그러하듯이 사람구경을 즐겼다. 그 구경당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둘리양을 구경하느라 즐거워하기도 했다. 엑스포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사들고 와서 저녁으로 먹은 것이다.
접시에 담긴 초록색 피자는 일요일 점심으로 코난군와 엄마가 함께 만든 것인데, 냉동실에 오래도록 머물던 또띠야를 피자도우 대신에 사용했다. 시금치가 들어간 또띠야라서 녹색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요리를 한 코난군은 피자는 먹지 않고, 날 재료인 페퍼로니 쏘세지와 치즈만 배불리 먹었다.
맨 왼쪽의 초록색 쟁반과 손톱깎기는 코난아범의 주요 주말 업무 중 하나인, 아이들 손발톱 깎아주기 가 시행되었음을 알려준다. 원래는 장난감 상자의 뚜껑인 저 쟁반에다 대고 손톱을 깎으면 잘린 손톱이 여기저기로 튀지 않고 잘 모여있어서 치우기가 편리하다.
마지막으로, 씽크대 위에 놓인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이다.
남편이 직접 갈아서 내려준 원두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시간을 호사롭게 누렸다.
그리고 내일부터 시작될 한 주간을 준비하려고 생각해보니, 일주일간 도시락 준비를 해야 하고, 코난군과 둘리양 어린이집 준비물 등등, 쇼핑을 할 것들을 적어보았다.
이 글을 마치고나자마자, 둘리양이 아빠 등에 업혀서 자고 있는 동안에 얼른 그로서리 쇼핑을 다녀올 예정이다. “코난군, 엄마랑 같이 쇼핑갈래?” 하고 물었지만 집돌이 코난군은 집에서 놀겠다며 거절했다.
2013년 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