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꼭 41년을 살아온 내 모습. 요즘 많이 날씬해져서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애들은 모두 어린이집에 갔고…
애들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봐왔다. 예정되어 있던 회의가 취소되어서 금요일인 오늘 하루는 공짜로 생긴 휴가이다.
내가 아기였을 때는 지금의 둘리양처럼 나도 꽤나 뽀송뽀송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애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십 년 살아오면서 어떨 때는 이런 일로…
또 어떨 때는 저런 일로…
기쁜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고…
또 어떤 것은 목으로 삼키기가 다른 것보다 껄끄러운 고사리 나물같은 경험도 있었겠지…
그 모든 크고 작은 경험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그 속에 파묻혀 본연의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나도 한 때는, 내가 왕년에는 말이지, 등의 말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마흔에 피부만 애기 피부처럼 뽀송뽀송하면 무엇이 좋겠는가. 지금의 내 모습이 살아온 내 역사이고, 앞으로 살아갈 길을 비추는 등대인 것을…
비빔밥 한술 뜨고 힘내서 또 앞으로 한 40년 열심히 살아야지.
따끈한 미역국이 곁에 있으니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아 좋다.
내 마흔 한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차린 밥상에 남편을 초대한다.
생일에 함께 있어주니 그것만으로도 참 고맙소이다.
오늘 장보면서 돈을 좀 썼다.
생일인데 케익은 좀 먹어줘야지…
큰 케익 한 판 보다도 각기 다른 맛의 케일 여러 개를 맛보는 것이 더 재미난 일.
2013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