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룸 선생님들을 위한 한국어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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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둘리양의 정기 학부모 면담이 있었다.

부모가 바라는 둘리양의 발달 목표를 몇 가지 말하라길래, 요즘 막 단어를 말하기 시작한 둘리양을 떠올리며,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해서 사용하도록 하고싶다고 했다.

그 다음날인 어제, 오렌지룸 선생님이 여러 장의 카드와 쪽지를 남겨두었다.

쪽지의 내용은:

We wrote some words down that we use many times each day. We would love it if you could put the Korean translation under each word.

Our goal is to put the words together and make a poster for our room.

We’d love to be able to incorporate Soomin’s native language into her class.

즉, 둘리양의 모국어를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주 쓰는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해주면 교실 벽에 붙여놓고 사용하겠다는 선생님의 고마운 배려였다.

각각의 카드에는 두세 개의 단어가 영어로 적혀있었는데, 공이나 인형 등의 둘리양이 즐겨 가지고 노는 놀이감이라든가, 기저귀, 밥 먹어, 사랑해, 등의 자주 하는 말이었다.

이걸 한국어로 번역하고, 그 한국어 단어를 다시 영어 문자로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국인이 흔히 사용하는 방식으로 알파벳 문자를 배열했다가는 미국인 선생님들이 미국식으로 그 철자를 발음해서 전혀 엉뚱한 발음으로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미끄럼틀 이라는 말을 알파벳으로 어떻게 표기할 수 있을까? mikerumtle 이라고 썼다가는 ‘마잌 럼 을’ 이라고 읽거나, 더욱 이상한 발음으로 말할 것이 뻔하다. 이래가지고서는 둘리양의 한국어 사용을 독려하기는 커녕 더욱 혼란을 가중하게 될테니, 매우 신중하게 철자를 골라야만 했다.

어디 그 뿐이랴.

알러뷰 혹은 사랑해, 이 간단한 문장조차 고심해야하는 이유가 있으니, 문법적으로 번역하자면, ‘아이 러브 유’ 를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집에서는 둘리양에게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랑해’ 라는 말도 우리 가족은 잘 쓰지 않는다. 대신에 코난군이 엄마 아빠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나는 엄마/아빠 좋아’ 이다. 엄마나 아빠가 재미있게 놀아주거나, 행복감이 극에 달했을 때 그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우리 가족 내에서는 말하자면 알러뷰 와 동의어인 셈이다.

그래서 오렌지룸 선생님이 주신 카드에다가 이렇게 썼다:

I love you: Naan (as in the Indian Bread Naan) Soomin (or anyone who ‘you’) Joe-wa(as in ‘wa’ffle)

인도식 빵 이름인 ‘난’ 과 ‘나는’ 하는 발음이 비슷하므로 똑같은 철자를 사용했고, ‘좋아’ 라는 발음을 최대한 우리말과 비슷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의 흔한 이름인 Joe 그리고 와플 할 때 ‘와’ 라고 알려주며 Joe-wa 라고 음절을 구분해서 적었다.

몇 가지 다른 예를 들자면:

table: Tuck-jar     탁자를 tak-ja 라고 쓰면 미국인은 틀림없이 ‘택제이’ 라고 읽는다.

wagon: Soo(as in ‘Soo’min)-ray    아이들이 장난감을 담아서 끌고 다니는 작은 수레인데, 한국에서는 잘 안쓰지만 미국에서는 국민 어린이 장난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주 쓰는 장난감이다. 그래서 ‘수레’ 라고 번역하기로 했고, 발음은 둘리양의 이름 첫 글자를 빌리고, 빛줄기 라는 뜻의 ‘레이’ 의 발음을 빌려왔다.

slide: Mick(as in mi’mick’)-rum  미끄럼틀 이 맞는 번역이겠지만, 너무 길고 어려운 발음이라 그냥 ‘미끄럼’ 이라고 번역했다. mimick 이라는 단어의 ‘믹’ 부분과 같은 발음이라고 설명을 붙였고, 럼주와 똑같은 철자를 써서 만들어 보았다.

outside: Buck-A  이것도 제대로 번역하자면 교실 바깥, 혹은 바깥놀이터, 등으로 써야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주로 ‘밖에 나가서 놀자’ ‘밖에 비가 오네’ 등으로 ‘밖에’ 라는 뜻으로 쓴다. 그리고 그렇게 짧은 말이 발음을 표기하기도 수월하다. 그러나 ‘back-ae’ 라고 썼다가는 ‘빽 아이’ 라는 이상한 소리가 될것이므로, 숫사슴 이라는 말인 ‘벅’ (그러나 ‘박’과도 비슷한 발음이다) 그리고 영어문자 ‘에이’를 대문자로 썼다.

다음의 단어에서도 가능하면 영어 단어에서 가장 비슷한 발음을 골라서 철자를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다.

baby: Egg-ki  (애기)

blanket: Ee-bull  (이불)

milk: Woo-you  (우유)

friend: Chin-goo  (친구)

eat: Mur(as in ‘mur’der)-ger(as in hamber’ger’)  (먹어)

hug: En-go or just like ‘encore’ (안고) –> 이건 한국에서도 ‘허그’ 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우리집에서는 ‘앙꼬’ 라는 애기말을 쓴다. 매일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혹은 아침 출근/등원길에, 우리집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앙꼬 뽀뽀” 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

오렌지룸 선생님들이 얼마나 발음을 정확하게 할지는 오늘 이 글을 마치고나서 둘리양을 데리러가서 테스트해볼 예정이다 ^__^

2013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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